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Kyrie eleison, Christe eleison

통상 미사곡은 단 두줄의 가사로 구성된 키리에(연도)로 시작한다. 자비를 갈구하는 것이다. 미사의 전체 순서는 자비를 갈구하고 영광을 찬미한 뒤 믿음, 속죄, 접신의 순서로 이어진다. 자비의 갈구가 제일 먼저라는 것은 속죄와 찬양을 강조하는 한국기독교(그냥 기독교가 아니라 한국기독교다)와 큰 차이를 보인다.

자비의 갈구는 조건이 없다. 무겁게 짐 지고, 고통스러운 자는 누구나 자비를 갈구할 수 있다. 자비를 갈구함에 자격이 있을수 없지 않은가?

모차르트는 천재였기에 그 누구보다도 이 키리에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의 재능에 비례하여 고통과 비원도 커졌기에... 대주교의 명에 의해 밝고 간결한 곡만 써야 했던 잘츠부르크 시절의 경쾌한 키리에에도 느껴지는 그의 비원은 K317, K337 미사의 키리에에서 잘나타난다.

마침내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 모차르트의 키리에  K341에서는 초월적인 염원이 마치 인류를 대신하여 울리는듯 하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 미사의 키리에서 이 염원은 지축을 흔드는 간절함과 동시에 고도로 이성적인 2중푸가의 견고함으로 나타난다.

그는 우리 인간을 대신하여 신에게 갈구하지만 동시에 이성을 가진 존엄한 존재로서 항의하는것이다.

아, 참으로 키리에가 요구되는 2008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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