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삐치다

우리학교 교감은 잘 삐진다. 일단 삐지면 각종 결재 등에서 반드시 복수를 한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 반려를 한다던지, 아니면 남들 있는 앞에서 호통을 친다던지 하면서. 그런데 절대 전교조 활동가, 부유층이나 권력층 남편을 둔 교사, 그리고 힘이 세보이는 남교사에게는 그러지 않는다. 항상 애꿎은 기간제 교사나, 비교적 젊은 여교사가 그 대상이 된다.

1학년 어느 반에선가 전교1등이 나왔다. 그 학생의 학부모가 감사드린다면서 별안간 보쌈을 학교에 보냈다. 담임교사는 과학교사들의 양해를 얻어, 과학실에 보쌈을 펼쳐놓고, 전체 교사들에게 쪽지를 돌려 작은 파티에 초대를 했다.

그런데, 교감이 삐졌다. 다들 한 점씩 먹으러 가는데, 꼼짝도 않고 꿍하면서 자리에 앉아있다. 몇몇 여교사들이 가서 달래주자, 겨우 비적비적 일어나서 "진작 그럴 것이지"하는 모습으로 과학실로 갔다.

그는 대체 왜 삐쳤던 것일까?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이랬다.

1. 과학실을 교과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관리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
2. 교사들에게 과학실로 오라고 초대 쪽지를 보내기 전에 먼저 "교감"을 모시지 않았다는 점. 한 마디로 뭍 교사들과 동등하게 취급했다는 점

그 사정을 알게 되자, 나는 화가난다기 보다는 매우 코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관리자"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높다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아파트 관리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럼 학교는 "관리자"와 "교육자"로 구성될터, 그럼 어느쪽이 더 근사해 들리는가?

교감들이 이렇게 사소한 일에 시비를 걸고 자기를 어떻게든 드러내려고 애쓰는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할일이 없어서!"

만약 교원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면, 교사들 보다는 이런 "관리자"들에 대한 평가가 먼저 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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