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및 현행 교원승진제도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한겨레 펌 기사)

교감 되려면 ‘영덕대게’ 뇌물?
경기 초교 교장, 승진 명분 수백만원·물품 ‘꿀꺽’
한겨레 김기성 기자
고추, 검은 콩, 양념 불고기, 영덕 대게, 게살 파먹는 도구….

일부 초등학교 교사들이 자신의 인사평가를 책임지는 교장에게 수백만원의 돈과 함께 바친 ‘뇌물 목록’이다. 교장에게 돈과 뇌물을 준 한 여성 교사(47)는 “교장이 교감 승진을 앞둔 나 대신 ‘다른 후배 교사를 키워주겠다’라고 공공연히 말했다”며 “아무리 스스로 인사 관리를 해도 교장에게 잘못 보이면 모두 허사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경찰에서 털어놨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장(57)이 함께 근무하는 교사들한테서 상습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받아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교장은 2007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승진을 앞둔 이 여성 교사에게 8차례에 걸쳐 서울 자신의 아파트와 학교 근처 식당 등에서 10만원권 수표 등 모두 22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6일 이 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또 같은 해 8월 중순께는 다른 교사에게 “1박2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 뒤 여행 경비와 선물 대금 등으로 250만원을 내게 한 사실도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또 교장 비위를 진정한 한 교사는 “어느 교사는 교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오는 교장을 날마다 마중 나가 승용차로 학교까지 출근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이 교장은 학교 배드민턴부 인원을 부풀려 밥값 50만원을 챙기기도 했으며, 자신이 미리 정한 수련회장으로 학생들을 보내기 위해 다른 수련회 장소에 대해서는 답사조차 하지 않고 낮은 점수의 심사결과표를 만들도록 지시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도 받고 있다. 경찰은 교장의 가족에 대한 계좌 추적 과정에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교장 부인(54)도 지난 해 10월 학부모들한테서 180만원을 받은 것을 확인해 해당 교육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화성동부경찰서 김영배 지능범죄수사팀장은 “교감 승진 과정에 교장이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어 이런 부조리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계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어서 구속영장까지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교장과 함께 근무했던 교사 19명은 “교육계에 이런 비리가 없어져야 한다”며 경기도 교육청에 진정서를 내 경찰이 수사를 벌이게 됐다. 한편, 교장은 26일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교장이 선임한 변호인은 “뇌물을 강요한 적도 없고 일부 물품은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영장 실질심사는 2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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