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실장님이라고 부르면서 스스로를 모욕하는 교사들

학교에는 보직교사가 있다. 보직교수가 교수보다 전혀 상급자가 아니라 단지 그 직무를 맡은 것에 불과하듯, 보직교사 역시 단지 그 직무를 맡은 것에 불과한 교사다. 그런데 보직교사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보직교수들과 자뭇 다르다.

보직교수들은 서로를 부를때 "이 처장", "박 실장"보다는 "이 교수", "박 교수" 혹은 "이 선생", "박 선생"을 선호한다. 차라리 공식적으로 "학생처장"이라고 부를지언정 "이 처장" 혹은 "이 ** 처장님"이라는 칭호는 듣기 어렵다.

반면 보직교사들은 한사코 "선생"칭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한아무 선생님"이라고 후배 교사가 부르면 부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성을 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속물 근성의 발로가 아닐수 없다. 그 속내에는 "선생님"을 매우 낮은 말단관리 쯤으로 생각하는 자학 근성이 숨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6급 행정 주사에 불과한 학교 행정실장을 마치 상관처럼 생각하는 한심한 교사도 있다. "부장님"이라고 불림으로써 그 6급 행정주사와 동급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놈의 부장님, 실장님 소리가 교무실을 뒤흔들때면, 여기가 학교인지 아니면 관공서나 회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런데, 상호 다른 직렬의 공무원을 특별채용할 경우의 대우 기준으로 사용되는 "공무원임용시험령 별표 9"에 보면 "선생님"은 결코 미관 말직이 아니다. 교사는 직급이 없기때문에 호봉을 기준으로 삼는데, 신임교사가 9호봉을 지급받고, 중간에 1급 자격증을 따면 1호봉 승급함을 감안하면 신규교사는 7급에 준하며(초등학교의 경우 7급이 행정실장을 함/ 주사보), 4년차가 되면 6급에 준하고(중학교 행정실장/ 주사), 7년차가 되면 5급(고등학교 행정실장/ 사무관), 15년차가 되면 4급(서기관/ 교육부 과장급)에 준함을 알수 있다. 이 사실을 가장 모르는 사람들이 바로 교사다. 그래서 김진표 전 교육부장관이 "앞으로 교사를 예우해서 각종 행사에 6급에 준하도록 하겠다"는 헛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특별한 예우가 필요 없다. 법대로만 대접하면 되는 것이다.

[별표 9] <개정 2007.12.28>

특별채용예정계급별 경력기준(제27조제3항관련)

 

임용예정계급

 

 

직무분야

3급

4급

5급

6급·

기능직기능6급

이상

7급·

기능직기능7급

8급·

기능직기능8급

9급·

기능직기능9급

이하

경찰공무원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

경사

경장

순경

중령

소령

대위

중위

소위

준위

원사

상사

중사

하사

교육

공무원

(사립

학교

교원

포함)

대학(교육대학·전문대학 포함)교원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

강사

 

 

 

초·중·

고등

학교

교원

및 기타 교육공무원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1

적용대상자

 

24호봉

16호봉

12호봉

11호봉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2중

대학봉급액란

적용대상자

 

17호봉

11호봉

7호봉

6호봉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2중

전문대학봉급액란 적용대상자

 

19호봉

13호봉

9호봉

8호봉

 

 

판사·검사

5호봉

2호봉

 

 

 

 

 

기능직공무원

 

 

 

기능직기능6급

이상

기능직기능7급

기능직기능8급

기능직기능9급

이하

관련직무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박사학위

소지후

8년

이상

박사학위

소지후

4년

이상

박사학위

소지자

 

 

 

 

관련직무분야 민간근무 경력자

임용예정직급에 상당하는 관리자 경력 3년이상

6년

3년

 

 

사실이 이런데도, 경력 7년만 지나면 사실상 하급자에 불과한 행정실장과 동급으로 부장님이라 불리며 감격스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승진에 필요한 근무평정 점수 때문이다. 근무평정 점수를 부과하는 권한은 온전히 교장에게 있으며, 교장은 그것을 수업과 각종 교육활동이 아니라 이른바 행정업무를 기준으로 매기는 경우가 많다. 즉, 가장 행정업무를 많이 보는 교무부장이 최고등급을 받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승진에 눈 먼 교사들은 서로 교무부장이 되려고 한다. 교무부장이 되려면 먼저 부장이 되어야 한다. 즉 교육보다는 행정스러워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훌륭한 교사가 아니라 행정실장이 전범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한심스러운 상황의 배경에 더 한심스러운 승진제도, 근무평정제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냉정해서 스스로 대접하는 만큼만 대접해준다. 스스로를 행정직원의 하급자로 대접한다면, 세상은 그렇게 대접할 것이다.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승진제도에서 비롯된 왜곡된 말단의식을 버리고, 더도 말고, 딱 법이 정한만큼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놈의 부장님 소리 집어치우고, 마땅히 선생으로 서로 불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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