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교에 등돌리는 나라(매일경제)

[기자 24시] 교사가 학교에 등돌리는 나라


매일경제  기사전송 2008-09-05 18:06 

인터넷 강의가 없던 1990년대 후반 EBS 교육방송 강의는 사교육과 맞설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당시 대입 수험생들은 EBS 강의를 녹화해서 봤다. 학생들이 EBS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시설은 고등학교 앞 독서실에서 필수였다.

EBS 강의의 인기로 스타 강사들도 줄지어 출현했다. 이 중 단연 돋보인 강사들이 '언어 트로이카'로 불리던 이남렬, 이만기, 이석록 교사였다. 세월이 흐른 지금 스타 강사 3인방 중 공교육 틀 안에 있는 사람은 이남렬 씨(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연구사) 뿐이다.

이남렬 연구사에게 부와 명성을 누리는 두 사람이 부럽지 않냐고 물었을 때 의외의 답변을 했다.

이씨는 "그 둘이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며 "사석에서 만나면 '교단에 설 수 있어서 좋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교단에 서는 모습이 부러운 데도 왜 떠났을까?

"열심히 노력해도 대가없이 고생만 할 뿐이에요.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오히려 학원이 낫고, 가르치는 보람도 느껴요."(이석록ㆍ현 메가스터디 평가연구소장)

"경쟁이라곤 교감, 교장이 되려는 가산점 경쟁뿐이에요. 올바른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은 없어요."(이만기ㆍ현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요즘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으면 학원선생님을 꼽는다.

이들이 학교를 떠난 이유는 가르치는 학생이 싫어서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 교사를 제풀에 지치게 하는 학교가 싫어서였다. 이만기, 이석록 두 사람 모두 사교육 업계에서 나름의 위상을 세웠지만 아직도 학교 현장을 그리워한다.

2008년 학교 현장은 여전히 열심히 하는 또 다른 교사를 학원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공교육 현장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떠넘겨지고, 공교육 불신만 키워갈 뿐이다.

[사회부 = 김대원 기자 egofre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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