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육적 공간, 교무실

교사는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까? 물론 교실과 교무실이다. 그 중 교무실은 교사가 8시반에 출근해서 16시 반에 퇴근할때까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절반을 보내는 공간이며, 수업활동을 위한 각종 준비나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교사가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공간은 다음과 같다.
1) 수업공간 2) 연구공간 3) 사무공간 4) 휴식공간

믿기 어렵지만 교무실은 이 중 연구, 사무, 휴식이 모두 이 곳에서 이루어지도록 되어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즉 교사는 교실 아니면 교무실이며, 수업 아닌 모든 것을 교무실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교무실은 이 셋중 어느것도 할 수 없는 공간이다.

먼저 사진을 보기 바란다.

왼쪽 사진이 한국 학교의 전형적인 교무실 풍경이다. 이 풍경을 보면 무엇이 느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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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건 바로 오른쪽 사진과 같은 관공서다. 즉, 관공서의 사무실이다. 그것도 낙후된 관공서의 사무실이다. 다른 학교를 뒤져 보아도 마찬가지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 교무실은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이다. 교감이 한 가운데 있고, 각부부장이 남면하고 있는 가운데 각 업무별로 사무용 책상들이 쭈욱 정렬해 있다. 그나마 고등학교는 5명, 6명씩 한 방을 쓰는 경우도 많고, 초등학교는 교실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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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면 아수라장이 되는 교무실

용 책상과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어, 방과후에 자기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지만, 중학교는 수십명의 교사들을 교실 두칸 정도의 공간에 닥지닥지 몰아 넣는다. 요즘은 동사무소도 이런 곳은 없다.

이러니 교무실은 방과후나 쉬는 시간에는 수십명의 교사들과 그들을 찾아오는 학생, 학부모들로 일대 아수라장이 된다. 이런 곳에서 앞에서 제시한 세가지중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휴식? 절대 불가능하다. 연구, 눈이 있으면 보라. 무슨 연구가 가능하겠는가? 그럼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 형식적인 서류작업 뿐이다. 즉 여기서 교무실의 비밀이 밝혀진다. 교무실은 결코 교사들이 연구하라고 있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푸코가 말한 무슨 미시적 공간의 장인 것 같지도 않다. 그러기엔 너무 엉성하다. 교무실에는 그런 깊은 뜻이 없다. 있다면 오직 하나 "무성의한 공간"이다. 즉 국가가 자기 하수인들을 대충 공간 정해두고 닥치는대로 몰아 넣은 공간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교무실은 교사들의 수용공간이다.

그나마도 단지 잡무이며 결코 교사의 업무라고 볼 수 없는 행정업무에 따라 배치되어 있는 비교육적 공간이다. 교육법 어디에도 교사가 이런저런 행정사무를 보아야 한다는 규정은 찾을 수 없다. 교사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할 뿐이다. 각종 교무를 통할하는 것은 교장의 업무다. 교장은 이를 행정직원과 교감에게 지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너무 힘들기에 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만 그것이 주무가 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공간이 배치되고 말았다.

교사들에게는 연구를 위한 공간도 없고, 자료를 모아둘 공간도, 개인소유의 책장도 없다. 오직 한평도 안되는 비좁은 공간에 책상 한대가 전부다. 여기서 무슨 연구를 하고 무슨 경쟁력을 키우는가? 교사들에게 선진적인 교육을 원한다면 먼저 그들에게 연구실을 주어야 한다. 실제 교육 선진국중 교무실이 있는 나라는 없다. 각 교사들의 연구실이 있고, 필요할때 모이는 라운지와 회의실이 있을 뿐이다. 교육 선진화? 먼 데서 찾을것 없다. 교무실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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