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가가 123원? 정신나간 기사 (1) 경제학적 측면에서

TV에서 아메리카도 한 잔의 원가가 123원인데 3500원에 팔고 있어서 커피 애호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갔다.

엠비시 원문 기사

원두 가격이 10g당 123원이라고 했으면 될 것을,  기자는 아주 선명하게 "원가는 고작 123원"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커피전문점, 카페 점주들은 30배의 폭리를 거두는 악덕 상인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뭐라고 반박하면 순식간에 "이 된장년" 운운하는 마초들의 반격이 가세한다. 이 마초들이 촛불 세력과 꽤 중첩되는 것도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어쨌든 커피 원가 운운하는 기사의 부당성을 한 번은 경제적 측면에서 한 번은 문화적 측면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나 역시 일년에 커피를 400잔 이상 마시는 입장이라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소위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결정되는 가격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가격이다. 즉 독점기업이 아닌 다음에야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과 다른 가격표를 붙일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지금 커피전문점에 뛰어 들었는데,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이 3500원이라면 내 멋대로 4500원을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설사 3500원에 팔면 적자가 날지라도. 그럴 경우는 시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반면에 2000원에 팔아도 충분한데 3500원에 형성되어 있다면 경쟁업체를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2000원에 팔 이유가 없다. 이미 시장에서 형성된 3500원에 팔고 과욋돈, 즉 특별잉여가치를 챙기면 그만이다. 이걸 폭리라 부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없체보다 훨씬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이 거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만큼 더 좋은 기술을 가졌거나, 더 좋은 원료구입처를 개척하거나 한 수고 없이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그건 특별한 수고에 대한 특별이윤이지 폭리가 아니다.

만약 커피전문점이 하나 혹은 소수에 불과해서 이들이  담합하거나 해서 커피 값을 올린다면, 이것이 비난받아야 하고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폭리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커피전문점 시자은 독과점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타벅스가 1위로 되어 있기는 하나 결코 시장지배적인 위치에는 있지 않다. 도리어 커피 값은 스타벅스가 커피빈이나 파스쿠치보다 더 저렴한 실정이다.  스타벅스 외에도 스타벅스와 충분히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시쳇말로 된장녀들에게 듣보잡이 아닌) 커피전문점만도 앤젤리너스, 할리스, 탐앤탐, 파스쿠치, 커피빈, 카페베네, 커핀그루나루 등 즐비하다. 이런 정도 상황에서 이들이 담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 반드시 배신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전문점의 커피값은 결코 일부 업자들의 악덕 폭리가 아니다. 이건 우리 나라에서 몇 안되는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다. 된장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세상에 우리 나라에 된장녀가 수백만명, 결국 결혼 적령기 여성이 전부 된장녀라고 우기지 않을거면 이런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은 된장녀 몇명의 선호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라면값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라면 시장은 라면 시장이고, 커피 시장은 커피 시장이다. 라면이 4000원이라고 해서 커피가 그것보다 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라면은 그 정도 가격에서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많지만, 즉  배가 고플때 라면집이 없으면 다른 거 먹어도 되지만, 또 직접 끌여 먹어도 되지만, 커피는 그렇지 않다. 커피가 땡길때 이걸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은 커피집밖에 없다.  따라서 충족기회:선호 비율에서 즉 희소성에서 라면집은 커피전문점과 비교될 수 없다.

게다가 저 123원은 한계비용 중에서 원료비만 계산한 것이다. 커피 추가 한 단위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에는 노동임금, 연료비, 전기요금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 또 커피를 주어진 기간동안 몇잔이나 판매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 평균고정비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인테리어 비용, 커피머신 비용 등은 일단 투입되면 커피 한 잔에 분산되어 회수되지 않는 이상 되찾을 길이 없다. 판매하는 커피 잔수가 많을 수록 한 잔에 포함되는 이들 고정비용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스타벅스처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지 않은 더 작은 업체들에게는 더 많은 평균고정비용이 커피 한잔의 원가로 계상될 것이다.

따라서 커피 원가는 원두 값이 아니라 한계비용(추가 한잔에 들어갈 임금, 원료비, 연료비)+평균고정비용(각종 고정 설비, 임대료, 인테리어, 기계값을 예상판매잔으로 나눈 값+감가상각)이 되어야 한다. 이 값은 회사마다, 또 점포마다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 이 값이 시장 가격보다 낮으면 커피전문점은 진출하지 않을 것이고 높으면 진출 할 것이다. 그런데 시장가격은 수요-공급의 함수다.

스타벅스, 커피빈 밖에 없던 시장에 우후죽순 전문점이 진출했지만 아직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더 많은 공급자가 들어설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직도 새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고 있다. 이제는 대기업 뿐 아니라 동네표 커피점들도 가세하고 있다. 아마 이런 식으로 커피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차면, 그때는 커피값이 좀 내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 것이고, 다음에는 오히려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적인 관점에서의 설명을 좀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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