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나라....

얼마 전 한국 성인의 1인당 연간 알콜 섭취량이 14.6 리터라는 놀라운 보도가 있었다. 술을 14.6리터를 마신다는 것이 아니라 알콜이 그렇다는 거다. 그러니 소주로 환산하면 여기에 5를 곱해서 성인 1인당 연간 소주 73리터를 마신다는 뜻이 된다. 소주 한 병이 0.36리터니 연간 소주 200병을 마신다는 것이니, 정말 어마어마한 술 소비량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세계 최강은 아닌데, 상위권에는 헝가리, 러시아, 우크라이나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반면 일본은 우리의 2/3 수준을 마시고, 중국은 1/3 수준을 마시는 것으로 나왔다. 중국 본토보다 술을 더 안마시는 홍콩이나 대만은 우리의 1/4 수준에 머물 것이다. 그런데 술 마시는데 드는 돈,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되는 각종 의료비, 대리 운전 등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가히 술 경제권이 따로 하나 설정되어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이런것도 고스란히 GDP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술을 집에서 먹지 않고 주로 술집에서 마시기 때문에 소주 200병에 3000원을 곱하면 60만원이다. 여기에 적어도 술값만큼은 안주발을 세운다고 치면 술+안주값으로 1인당 120만원을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건 소주로만 환산한 것이니 그야말로 최소한이다. 그리고 안주 값도 지나치게 작게 잡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술이 파생시키는 각종 용역도 만만치 않다. 한국적 현상이라고 할만한 대리운전이(이건 한국의 과다 자동차와 과다 음주 문화의 기묘한 결합이다) 실로 엄청난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실태를 보라. 게다가 택시도 탈 것이고 하니 이런 식으로 술 자리 때문에 추가로 사용할 교통비도 1년에 일인당 20만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술집이 창출하는 고용 역시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술이 창출하는 용역을 교통비 포함 1인당 30만원을 잡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 외에 술 때문에 파생되는 각종 의약품 비용도 1인당 5만원 정도를 잡아 볼 수 있다. 그 외에 이런 저런 잡경비를 계산하면 두루두루 해서 한 사람이 술에 사용하는 돈은 연간 160만원 정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려 1500달러, 그러니  GDP의 8%가 알콜 및 알콜 파생관련인 셈이다. 게다가 소주뿐 아니라 각종 양주 맥주 등까지 생각하면 족히 GDP의 10%는 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1인당 GDP가 비슷한 대만보다 사는게 팍팍하게 느껴지는 까닭이, 우리 GDP가 술 때문에 과다계상된 탓은 아닐까 하는 농담까지 나올 판이다.

게다가 술 때문에 상실되는 심신의 능력은 노동 효율성의 저하로 나타나서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술 문화가 보편화되면 현재의 욕망을 유보하는 성향을 떨어뜨려서 자본 축적도 방해할 것이다. 또 술자리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오가는 풍토는 투명성과 신뢰성을 저하하여 사회적 자본을 현저하게 축소시킬 것이다. 이런 등등을 감안하면 지금 더 늘어나는 추세인 이 무시무시한 알콜 폭주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안 보일 지경이다.

술... 중국 정도만 마시자. 이렇게 계속 술 퍼먹는 문화가 확산되고, 음식점과 술집이 구별 안되는 상황이 계속되면, 정말 한국이 싫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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