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광현의교육론 비판(1)

1. 서론

1) 문제제기

심광현은 대단히 창의적인 인물이다. 얼마나 창의적이냐 하면 논문도 창조하고, 기존 학설도 창조하며, 새로운 학설도 창조한다. 자기 영역에서도 창조하고 다른 학문 영역에서도 창조한다. 하지만 최근 교육계에서 한 몫을 차지하려는 그의 시도는 너무 지나치다.

사실 심광현은 2000년대 초반부터 통섭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또 문화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교육계를 두드렸다. 그것도 교육에 새롭고 싱그러운 활기를 넣어주려는 백의천사가 아니라 낡고 어리석은 교육계 심장부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마귀를 도려내어 무저갱에 집어넣을 성 미카엘의 모습을 하고 두드렸다. 하지만 교육의 판을 완전히 근본적으로 바꿔주마 하고 외친 그의 무시무시한 외침은 대개는 한예종과 소위 문화·예술 판(그것도 문화연대 주변)의 벽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우리나라의 교육학자나 교육자들 중 그의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한 이들은 전교조 내의 소위 문화일꾼들에 불과했다.

그렇게 골방에서 좌장 노릇하는 거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도 필요하며, 또 그런 주변부의 엉뚱한 주장이 어쩌면 중심부의 진화를 이끌어낼 동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 단 조건이 있다. 주변부의 엉뚱한 주장이 중심부로 진출하게 되면 주변부에서는 겪지 못했던 혹독한 비판이라는 시련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차피 교육에 대해서는 문외한들인 문화·예술계(예술이면 예술이지 문화예술이 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인사들 앞에서, 비록 미학 석사에 영상원 교수이지만, 학부는 사범대학 출신인 심광현이 마음껏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한다 한들 별 도전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도전이 없는 가운데 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이제 마침내 중심부의 기존 교육이론에 도전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이제 심광현은 서울시 교육청의 공식 교육철학자로 월계관을 쓰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그러니 이제부터 그의 주장은 진보교육감의 교육철학을 대변하는 것이며, 진보교육학의 얼굴로서 대접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이론이 무참하게 깨어진다는 것은 다만 한 사람의 발랄한 통섭적 지식인의 좌절이 아니라 진보 교육학 진영 전체의, 진보적인 교육운동 전체의 좌절이요 망신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진보진영의 교육자와 교육학자들은 심광현의 이론이 교육학의 중심부에 던져져서 보수적이지만 적어도 학문적으로는 매우 예리하고 치밀한 기성 교육학자들의 뭇매를 맞기 전에 미리 철저히 비판해 줌으로써 그 체력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만약 이 비판을 견뎌낸다면 당연히 중앙무대에 진출시킴으로써 심광현이 그토록 고대하던 교육의 프레임 전환을 도모할 것이요, 견뎌내지 못한다면 공개되어 망신당하기 전에 폐기해야 할 것이다.

그의 논문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순리이겠으나, 그의 주장이 논문보다는 주로 교육의 심층 프레임 전환: 지식교육에서 문화교육으로(2010.11.29)”라는 PPT강연을 통해 널리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PPT자료를 중심으로 그의 주장을 검토해 보려 한다.

2) 본고의 한계와 의의

이 글은 논문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소감문이며 논문으로 가기 위한 준비단계의 초록이다. 따라서 논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엄격성이나 철저한 주석 등은 기대할 수 없다. 이 글은 학술 공중에게 드러내어 평가받고 논쟁에 붙이는 용도로 작성한 글이 아니다. 이 글은 그럴 의도를 가지고 있는 한 이론에 대해 학술 공중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해 보는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이 글은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비판이라기 보다는 은근한 대화이며 은밀한 사전 훈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이제 바야흐로 교육계 중심에 데뷔하려 하는 초행자를 덜 당황하게 하기 위해 미리 약한 수준의 시련을 던져주기 위함이다.

비록 교수라고는 하나 영상원의 교수라는 칙책은 교육계에서는 민간인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서울대 미학과 석사는 영화판에서야 상당히 상대를 껌벅 죽게 만드는 효과가 있겠지만 서울대 교육학 석사는 물론 박사도 즐비한 교육계에서는 역시 민간인이란 뜻이다. 민간인이 용감하게 전문가들의 지금까지의 이론을 쓸어버리겠다고 나섰으니, 먼저 필자 같은 강사급의 예봉부터 맞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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