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제동


어제 러닝머신 위에서 MBC게임의 프로그램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유명 게이머가 팬들과 배틀넷 하는 것을 시청했다. 도전 배넷이던가? 지난 주에는 송병구 선수가 나왔는데, 그 특유의 느물느물한 말솜씨를 즐기기도 했다.

어제는 이제동 선수가 나왔다. 그런데 이제동 선수는 적당히 예능감을 발휘해야 할 순간에도 게임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팬들과 반쯤은 장난스럽게 해야 하는 게임인데도 인정사정없이 끝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종인 저그 대신 테란을 선택해서 해야 하는 코너에서 그만 배넷 유저에게 패하고 말았다. 보통 프로게이머들은 이 경우 매우 황당해 하면서 웃는다. 하지만 이제동은 너무도 가라앉아서 진행자들이 애를 먹을 정도였다. 심지어 광고 나가는 동안 그 경기를 리플레이까지 체크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열정이며, 대단한 집념이다.

이렇게 예능에 가까운 프로에서 갖가지 핸디캡을 안고서 놀다가 한 경기 패한 것에 이렇게 반응한다면 실제 경기에서 패하면 어떤 모양이 될지 짐작이 된다. 동료 게이머 구성훈은 "게임을 너무 목숨걸고 하지 마라"라고 전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이제동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승리했을때의 모습보다 패배했을때의 모습. 얼굴의 표정이 사라지면서 이글거리는 분노를 꾹꾹 내려앉히면서 패인을 분석하고 다음을 구상하는 그 무서운 진지함.

그 무서운 진지함 때문에 원래는 수다를 떠는 프로라야 하는데 상당히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어떤 순간에도 항상 진지한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아마 친구도 별로 없고, 조금 외로울 수 있겠지만, 그런 모습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이리라..... 이토록 진지한 선수이기에 이영호에게 계속 패배한 것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나저나 얼마 전에 염보성과 장군 멍군 하다가 간발의 차로 승리한 위너스 경기는 참으로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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