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값 없어진 교육감 표창

스승의 날에 교육감 표창을 받았다. 사실 나는 20년간 표창이라고 하는 것을 받아 본적이 없다. 학교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자랑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내가 교육감 표창을 받게 되었다고 연구부에서 연락이 왔을때 거절했다. 포상 실적 없는 내 인사기록부를 퍼펙트하게 유지하고 싶다고..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서 결국 받게 되었다.

그 결정을 하고 나자마자 대뜸 공적조서 양식이란게 날아왔다. 이게 뭐냐고 했더니 어떤 일을 해서 상을 받을만한지를 쓰라고 한다.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어째서 상 받을 사람이 자화자찬을 해야 한단 말인가? 공적조서는 추천하는 사람, 즉 교장이건 교감이건 혹은 인사자문위원회건 거기서 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랬더니 관행이란다. 정말 해괴한 관행이다. 오골거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썼다.

그리고 스승의 날 다음날 표창장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한 교사가 "왜 장관상이 아니고 교육감 상이여?" 하고 물었다. 그래서 "이주호 이름 찍힌 상 보단 곽노현 이름 찍힌 상이 더 났다고 생각하는데?"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 왈 "아니, 왜 그 경력에 교육감 상이냐고?" 라는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린가? 나는 내가 그 동안 내세우지 않고 열심히 가르치고 노력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말인가?

그 사람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교육감 상이야 나이가 웬만하면 다 주는거잖아? 그런데 당신 나이는 이미 그 나이가 넘었잖아?"라는 것이다.

아니 이게 뭔 소린가? 그러니까 난 다만 나잇살 먹어서 밀어내기 한 상을 받았단 말인가? 난 내가 뽑고 인정하는 교육감의 표창장이라 기쁘게 받았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어쩐지 공적조서를 내가 직접 쓰게 되는 상황이 이상하다 했더니만, 상 받을 사람을 주는게 아니라 밀어내기로 상을 주었기 때문에 그런 관행이 생겼던 것이다.

기분이 몹시 상했다. 이 상을 받을 수 없다. 내가 인정하는 교육감의 이름이 찍힌 표창장이 무슨 을 했건간에 다만 경력만 채우면 받는 그런 걸로 전락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 이런 놈의 표창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사자 앞에서 저렇게 말할 정도면 뒤에서는 어쩔 것인가? 자기들 끼리 모여서 "저 나이에 겨우 교육감 표창 받고서 희희낙낙하는 꼴 좀 보게" 이럴 것이 뻔하다. 도대체 이따위로 조롱당하고 모욕당하는 표창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공정택 표창이라면 모른다. 하지만 곽노현 표창까지 그런 취급을 받는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기가 막혔다.

그래서 표창장을 집어들고 교감 책상에 집어던지고 왔다. 놀란 교감은 내가 주관하는 "프로슈머 연수" 출석률이 저조해서 화를 내는 줄 알고, 교내방송으로 연수 참석을 종용했다. 이것 참....

원래는 표창장 뒷면에 이런 내용과 "따라서 죄송하지만 나는 이 표창을 반려합니다. 만약 내가 상받을 만한 일을 했다면, 나더러 그 내용을 쓰라 하지 마시고, 댁들이 나 모르게 그 내용을 적어서 나중에 상 받을때만 내가 알게 해 주세요. 나는 나잇살 밀어내기 상을 거부합니다. 내가 그 정도로 별 볼일 없는 교사가 아님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이런 표창은 필요 없습니다." 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등기로 교육청에 반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표창장을 던져놓고 왔으니? 하지만 표장을 받아도 인사기록부에 등재 신청을 안하면 그만이니 뭐 상관 없다. 신청 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교감이 어느새 표창장을 복사해서 행정실에 넘기고 인사기록부 등재 결재과정을 다 마쳐놓았다. 이런 민폐를 끼쳤다. 아무래도 마음이 찜찜해서 미리 준비해 간 자몽주스를 교감에게 주고 "교감샘한테 성을 낸게 아닙니다. 이 황당한 제도에게 성을 낸 겁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역시 실무자였던 연구부 선생님한테도 주스와 사과를 전했다.

그러나, 이 황당한 제도에 대한 나의 분노는 여전히 식지 않았다. 교육감 표창.... 정말 받을만한 사람에게 주어 영광스럽게 하거나, 아니면 폐지해야 한다. 이런 낯 뜨거운 표창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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