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교사가 아니라 장학관을 줄여라

서울시교육청의 파견교사에 대해 공격이 개시된 모양이다. 특히 문예체 사업 지원단의 파견교사에 대한 공격이 집요한데, 그 중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가 1) 왜 혁신학교 지원 파견교사는 두명인데 문예체는 여섯명으로 많으냐, 그리고 2) 작년에 교육연구정보원에 파견나온 교사들을 죄다 복귀시켰으면서 어째서 파견교사를 다시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1)번 문제제기에 대해

필요한 사람의 수는 해야하는 사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상식선에서 바로 답이 나온다. 혁신학교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그 동력이 학교 교사들의 자발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교육청에서는 주로 고충과 애로사항을 처리하고 혁신학교를 빙자한 기만 사례가 없는지 심사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교육계 안의 일이며, 특수한 전문성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다만 장학관, 장학사들이 혁신적인 마인드도 지식도 또 교수학습에 대한 전문성도 없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파견교사가 나와 있을 뿐이다.

반면 문예체 지원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여기에는 학교 안과 학교 밖이 함께 작용한다. 그리고이 두 영역은 서로를 잘 모른다. 우선 학교 안의 교장, 교감, 그리고 교사들은 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또 이 영역에서 학생들의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을 이끌었던 경험도 없다. 또 수업시간에 문예체를 접목해 본 경험도 거의 없다. 이런 경험들은 주로 학교밖 단체들에게 누적되어 있다. 각종 문화예술 전문가 단체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문제는 학교 안을 모른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전문 예술인이며, 설사 청소년을 지도한 경우가 있다 해도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밖과 학교안의 서로 모르고 서로 미숙한 두 영역이 마주칠때 온갖가지 부작용이 일어난다. 물론 이런 부작용을 모른척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문예체 프로그램은 교육적 효과는 전혀 없이 돈만 낭비하고 끝나고 말 것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인 "문화예술교육 사업"이다.

따라서 학교안의 문예체와 학교밖의 문예체를 두루 경험하여 이 두 영역을 조율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물론 학교마다 잘 뒤져서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학교에는 이 두 영역을 두루 경험한 사람은 커녕,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사람들조차 드물다. 장학사, 장학관? 1년에 공연 한번 안 보는 장학사, 장학관들은 학교도 모르고 예술도 모른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이 두 영역을 조율하여 예산낭비를 막고 문예체 프로그램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할 별도의 코디네이터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로 가장 최적인 조건은 학교밖 문예체 활동을 활발히 했던 교사들일수 밖에 없다.

혁신학교의 경우에는 아무리 고루한 한국 학교일지라도 혁신학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교사들을 학교에서 적어도 한 두명씩은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혁신학교 파견교사는 전체적인 조율만 하면 된다. 그러나 문예체 사업의 경우에는 아무리 진취적인 학교일지라도 문예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문외한이다. 따라서 문예체 파견교사들은 조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일을 다 처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여섯명은 너무 적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 이들의 노동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다. 만약 각급 학교마다 문예체 교육의 마인드와 소양을 갖추고 학교 밖 문예체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도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사들이 한 두명씩 양성된다면, 그때는 문예체 파견교사를 대폭 축소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려워 보인다.

2)번 문제제기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이 원대복귀시킨 이전의 파견교사들은 거의 대부분 기술직들이거나 행정보조였다. 이들이 주로 담당했던 역할은 교육청 서버, 꿀맛닷컴 사이트 관리 등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꼭 교사가 파견나와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IT전문가를 고용하면 교사보다 1/3의 인건비만 들이고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물론 학습 콘텐츠를 관리하는 업무도 있겠지만,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이런 일을 꼭 교육청에 나와서 할 필요는 없다.

반면 문예체의 경우는, 특히 이번 문예체 사업의 핵심이 연극, 영화, 그리고 스포츠 리그 등 주로 신체 활동이 활발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이런 활동들은 온라인이 아니다. 직접 가서 봐야 한다. 그래야 컨설팅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의 역할이 컨설팅과 연수라는 점에서 단지 행정적, 기술적 보조 역할을 했던 이전의 파견교사와는 조건이 다르다. 한 마디로 전자는 합법이고 후자는 불법이다. 그러니 불법 파견교사를 복귀시키고 합법적인 파견교사를 배치한 것은 하등의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평소에 줄대고, 행정서류나 끄적이면서 교육자이자 교육지원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전혀 기르지 못한 장학사, 장학관들의 무능력이다.

그래도 파견교사들이 정히 문제인가? 정말 파견교사들을 없애고 싶은가? 그렇다면 여기에 아주 간단하고 합리적인 해법이 있다. 이들을 모두 교육청의 책임있는 과장, 장학관으로 임명하여 기존의 장학관, 장학사를 지휘하도록 하면 된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윗자리에 있고, 무능한 사람들이 명령을 듣는것에 좌우가 있는가? 이건 진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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