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이 있으면 만사형통?

이른바 녹취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녹취록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했을 경우 명예훼손이 되어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저 녹취록에 이름이 나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해당 기자 개인에게(신문사가 아니라) 위자료를 물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녹취록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하 법무부 블로그의 내용을 요약)

녹취록은 녹취를 법정에 제출하기 위해 문서화 한 것이다. 녹취는 계약서나 각서가 없을 경우 상대방의 진술을 증거로 삼기 위해 대화내용을 녹음한 것이다. 이때 유의할 것은 반드시 본인이 대화하면서 녹음해야 한다는 것이다. 3자가 몰래 녹음할 경우에는 오히려 도청으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당근 증거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또 녹음이 되는 당시의 정황이 강압적이거나 상대방의 정신을 사납게 만들거나 한 상황이 아님이 충분히 드러나야 한다. 녹음은 소리만 들리는 것이기 때문에 조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음질이 깨끗해서 주변 정황이 충분히 저달되는 상태에서 이쪽에서는 말을 적게 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을 많이 하게 하면서 이쪽이 원하는 진술을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여러 번 반복 진술하도록 해야 증거능력이 제대로 인정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부자연스럽거나 억압적이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발적인 진술로 간주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음원을 편집한 것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럴 경우 증거효력은 크게 떨어진다.

녹취는 상대방 몰래 녹음되었을 경우 상대방이 이것은 짜집기다. 내 대화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우기면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다.

상대방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동의하지 않는 이상 법원이 소송에서 그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기계적인 조작 없이 당사자가 말한 그대로 녹음한 것을 속기록으로 풀어낸 것 이라는 점이 입증되고 녹음을 할 당시의 상황도 강압이나 사실관계에 대한 착오가 없는 신뢰할 수 있는 상태여야한다.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 3106 판결 참고)

즉 녹취는 녹취가 상대방과의 대화 전체를 빠짐없이 취한 것이며 음원이 조작되지 않았고, 그 대화가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대화이며, 대화 상대방을 속이거나 유도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은 몰래 녹취의 경우 상대방이 부정하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녹취를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서는 문서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이것을 본인이 녹음을 들으면서 직접 작성하면 안 된다. 그럼 짜집기가 의심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허가받은 업소에게 음원을 넘겨주어 녹취서를 작성하게 하며 모든 음원을 빠짐없이 문서화 했음에 대해 공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녹취서를 음원과 함께 제출할 때 비로소 녹취록이 증거로 인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자신있게 보도한 녹취 내용은 어떤가? 우선 이 녹취는 몰래 한 녹취이기 때문에 녹음한 음원 전체가 제출되기 전에는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그래서 김성오씨가 이것은 내 대화를 왜곡한 고의적인 짜집기다. 인정할 수 없다.” 하면 그걸로 쫑이다. 그래서 김성오씨가 녹취록 전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녹취록을 보면 상대방의 혐의를 입증하는 내용이 상대방의 입이 아니라 본인의 입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다. 즉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니라 뭔가 대답을 유도하는 대화다. 게다가 전후 맥락도 생략되어 있다.

조선일보 기사에 편집해 놓은 녹취록을 살펴보자.

8월초 서울 시내 모처

박정진(가공의 인물이라고 한다. 이걸로도 큰 문제가 되지만 그렇다 치고 넘어가자)="(김성오)이 이보훈한테 들은 얘기는 그러면 다 내년인데, 내년에 어떤 스케줄이나 내용이 있어요?"(본인입으로 중요팩트를 말하고 있다. 낚으려는 거다.)

김성오="구체적인 내용은 없지. 그냥 '올해는 곤란하다. 올해는 방법이 없다'는 거야(본인이 유도한 팩트를 상대는 부정한다. 안 낚인다). 내년 정도에 천천히 하자. 그런데 그것은 둘(이보훈·양재원)이 집안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했다.(중략: 이런 부분이 있으면 증거로 인정받기 매우 곤란하다) 그때 세 사람이 얘기를 한 거거든. 두 사람하고 최(최갑수) 교수."

박정진=", 빨리 차량(계약금)이나 이런 것 정리할 게 있으니 1.5(15000만원)는 양재원 형이 아파트 담보로 해서 해주고, 그 다음에 25000까지 해주고…."(이 역시 본인의 입으로 나온 말이다. 이런 식이면 나도 조선일보 사장한테 가서 나한테 빌려간 10억 빨리 갚아 그럴거다. 사장이 아니 이 자식이? 그러면 아, 그럼 2억이라도 먼저 해 줘. 이러고 녹음 딸거다.)

9월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 커피숍

김성오="12월 말 출판기념회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걸로 생각하고 있었지. (중략) (재원) 선배가 처리를 하든 어떻든 그거를 동서(이보훈)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이 있었다고 들었어.(이렇게 앞 뒤 뚝 끊어진 짜집기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까다로운 규정이 있는것이다)"

박정진="그러면 출판기념회 하면 한 몇 개 정도가 정리될 것 같아요?"

김성오="그거야 뭐라고 얘기할 수 없지. 나는 절반 이상 된다고 봐."

박정진= "전체 7(7억원)에서?"

김성오="7개라는 얘기는 하지 마."(이 대목 역시 상대방으로부터 7억이라는 진술을 유도했으나 실패하고 있는 대목이다.)

9월 여의도 맨하탄호텔 커피숍

박정진="양재원 선생님은 '(곽노현 측에서) 다 못들은 걸로 하고 있는 거고, 지금 8월 말까지 하기로 한 것이 있는데 왜 이행을 안 하냐'고 했다. 박 교수님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곽 교육감이) 선거비 환급받아서 혼자 선거비용 다 처리하지 않았냐. 그러면 여기는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역시 원하는 진술을 자기가 말하고 있다)"

김성오="아니. 그런 얘기가 원래 없었다니까 그러네.(또 다시 원하는 진술을 부정당하고 있다)"

(이 사이에 뭔가 이야기들이 있어야 하는데 매우 어색하다. 심지어 이 대사들이 실제 대화 순서대로 배치 되었는지도 의심스럽다.)

박정진="지금 큰 덩어리가 8월 말까지 하기로 됐던 게. 8월 말로 분명히 못 박았어요.(중요 진술을 본인이 하고 있다.)"

김성오="그러면 내년 이후로 천천히 하자는 것은 뭐야? (중략: 수상하다) 양재원·이보훈 선배가 합의한 내용을 둘이서 잘 알고 있다고. 나는 이보훈 선배한테 전해들은 거고, 그 다음에 박명기 교수는 양재원 선배한테 전해들은 것 아니야."

9월 경기대 앞 일식집

(이하의 내용은 죄다 박명기 교수의 일방적인 진술로 상대방의 진술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특히 박정진이라는 가명을 쓴 자가 채권자 중 하나라는 점에서 박명기 교수의 진술의 신빙성은 거의 없다. 또 이렇게 같은 편끼리 녹취 할 경우는 미리 대본을 짜 놓고 한 사람 얼마든지 빙신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하의 내용은 몽땅 빤쓰가 아니라 똥이다.)

박명기="정책연대가 안 지켜지는 게 사실이고, 선거비 보전도 1차적으로는 여러 사람이 알았던 거야. 그래서 사당동에서 (5) 17~18일 만나서 그것도 각서를 남겨야 된다고 했지만 그때 안 하는 걸로 했고(거부당암), 이해학 목사하고 곽노현·최갑수 교수 셋이서 사진도 찍었고…. (곽노현 측이) 경제적 어려움이 다시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다만 지원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만 받아냄). 7억 중에 우선 급한 게 2억 정도라고 우리가 이야기했잖아(이건 일방적인 주장)."

양재원="(곽 교육감 측에서 그때: 실제 음원인가 삽입인가?) 후원금으로 우리 빚을 갚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나왔어요. 실질적인 돈은 그 후원금 받는 돈에서 융통할 수 있는데…."

김상근="맨 처음에는 (경제적 지원에 대해: 음원, 혹은 임의 삽입?) 인정을 했다면서요."

박정진="금액은 인정을 했는데 시기가 달랐어요."

김상근="금액은 인정을 하고, 시기는 말을 자꾸만 바꾸고?"(중략)

양재원="최갑수 교수는 도의적인 책임은 있는데 나한테 '지들이 알아서 하지, 뭐 그까짓 걸로 나한테 연락하냐'면서 자기가 곽 교육감에게 통보를 해주겠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곽 교육감에게: 이것도 임의 삽입) 연락이 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혼자 생각이다). 최갑수 교수가 처리를 해주라고 통보를 (한 거죠). 곽노현은 모른 척하고 그 밑의 애들은 자꾸 시간 끄는 작전을 펴고 있어요."

박정진="처음에는 7개 정도로 얘기했었는데 나중에 5억 그렇게 안 하면 안 하겠다 이렇게 나와요."

박명기="(5 19일 단일화 당일) ()재원이한테서 전화가 와 '얘기가 잘 됐다. 대신 처리는 제3자가 우회적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기간은 1년 이내에 해달라'고 하길래, 내가 '무조건 8월 말까지는 돼야 하고, 급한 건 1주일 이내에 줘야 한다'고 말해 줬다. 나중에 재원이가 다시 '인사동 모임'에 다녀와서 하는 말이 '안 되면 5, 되면 7, 일단 1주일 이내에 15000만원을 해주기로 했다'고 보고하더라."

◆박 교수 작성 '단일화 협상 경과와 내용'(이 부분도 역시 일방적이다. 그냥 혼자 쓰면 된다. 이런 식이면 나는 MB가 독도를 일본에 넘기려다 이재오가 반대해서 넘기지 못했다고 쓸수도 있다.)

(5 18) 10시경 곽 후보가 내 휴대폰으로 전화해 "(단일화가 안 돼 선거에 떨어지더라도) 나는 잃을 게 없지만 박 교수는 잃을 게 많지 않으냐?"는 등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기에 전화를 끊어 버림.

―다음날(19) 오후 양재원으로부터 '합의 내용은 박명기와 양재원, 저쪽에서는 곽노현과 회계책임자(이보훈)만 알기로 한다. 선거비용은 7억원을 지원받기로 하되 사정기관이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양재원이 책임지고 처리하기로 했다'전해 들음.

결국 이 녹취록에서 7억이건 5억이건 간에 돈 이야기랑 기타 그런 이야기들은 모두 박명기측에서 이야기한 것들이다. 반면 곽노현측 인사는 김성오 한 사람만 나오며, 김성오 입에서 구체적인 액수나 합의가 진술된 부분은 전혀 없다. 게다가 무수히 많은 중략과 전후맥락의 어색함 등은 이 기사가 짜집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10쪽에 달하는 대화록에서 한쪽을 편집하면서 앞 뒤 순서를 이리저리 짜맞춘다면 피가로의 결혼대본을 가지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수도 있을 것이며, 플라톤의 향연을 아동 동성애 성애물로도 둔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녹취록 기사를 왜 낼까? 웬지 사실적으로 보이니까. 그리고 진보는 잘 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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