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결과 분석(1) 예비지식

엊그제 있었던 대만 총통(대통령)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가 4% 차이로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 후보를 누르고 재선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잉주 후보는 보수파이면서 친중파라 우리나라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어 저에게 많은 질문이 쇄도했습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보면 보수파=친북파라는 놀라운 공식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만의 경우는 보수=친중, 진보=반중입니다. 이 공식을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만은 여러가지 점에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고, 역사도 비슷하게 진행되어 우리나라의 선행지수 같은 역할을 하는 나라라서 우리보다 10개월 먼저 치뤄진 대선 결과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만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것들을 좀 고치고,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서 이번 시간에는 대만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대만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것 1: 대만은 작은 나라다?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대만은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대만이나 대한민국이나 도찐개찐입니다. 즉 남한과 비교할 경우 대만은 생각처럼 작지 않습니다. 섬나라라고 해서 차로 몇십분 가면 끝나는 거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만의 수도인 타이페이에서 부산뻘 되는 까오슝까지 기차로 402Km입니다. 다만 동서로 폭이 좁아서 전체 면적은 남한의 1/3이 좀 넘는 수준입니다. 이 지도에서 파란선이 대한민국 빨간선이 대만입니다. 그런데 남한은 경작가능 면적이 16.4%인데 비해 대만은 24%라서 두 나라의 실질적인 영토차이는 더 줄어듭니다.
대만의 인구는 2300만명으로 4850만명인 대한민국의 45% 정도 수준입니다.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에 대만 전체 인구만큼이 살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대만 전체 인구에 맞먹는 2100만명이 살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면적과 대만의 주요거주지가 집중된 서부 해안지역을 비교한 것입니다. 전체 인구밀도는 대만이 우리보다 높지만 보다시피 이렇게 좁은지역에 대만 전체인구만큼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수도권 주민의 경우 몸으로 느끼는 인구밀도는 대만을 훨씬 능가합니다. 타이페이는 세계적으로 혼잡한 도시 중 하나지만, 서울에 대면 아주 한산하게 느껴집니다. 인구는 겨우 300만명..지방 도시들에 인구가 적절히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각 지역 색깔이 분명합니다. 타이페이에서 그토록 유행하는 뉴러우미엔이나 미엔센 같은 음식을 화리엔 같은 도시에선 찾아 보기도 어렵습니다.


.

대만에 대해서 잘못알고 있는 것 2: 대만사람은 짱께(중국인)다?

우리나라 젊은 층 사이에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중국과 관련되었으면 뭐든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기준으로 대만, 홍콩, 싱가포르까지 싸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못살고, 거지같고,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정작 대만인들은 자신들을 대만인이라고 하지 중국인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여권에는 중화민국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건 대만을 사실상 무력으로 점령한 장개석과 국민당 정권의 생각일 뿐입니다. 영어로 자기들을 Republic of China라고 부르는 대만인은 한명도 본적 없습니다. 그냥 Taiwan입니다.

대만이 중국의 영토로 편입된 것은 청나라때입니다. 그 이전에는 원주민과 중국에서 건너온 푸젠인, 하카인들이 특별한 정부 없이 어우러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명말 청초에 정성공(정성공도 중국인이라 하긴 어려움. 푸젠인과 일본인 등의 혼혈)이 건너와서 처음으로 정부를 세웠지만 3대만에 청에게 정복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가  대만을 일본에게 보상금조로 내어 주었습니다. 그러니 같은 일본 식민지라고 해도 대만과 우리나라는 상당히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는 멀쩡한 나라가 합병된 것이고, 대만은 애초에 아무런 애정도 소속감도 없던 청나라 영토였다가 일본 영토로 편입되었을 뿐입니다.

그랬는데 1949년 마오쩌뚱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장제스가 중화민국 본토를 다 내어준 체 국민당 군을 이끌고 대만으로 건너와서는 무력으로 대만을 장악하고 대만은 중국에서 공산당을 몰아내기 위한 임시기지라고 선언합니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의 침공위협을 빌미로 또 장차 본토를 회복하여 중국을 다시 통일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군사계엄을 선포한 뒤 철권 통치를 펼칩니다(박정희가 형님으로 모실만한 사람입니다). 실제로 중국이 침공해 오기도 했지만 진먼다오에서 수만명의 전사자를 낸 뒤 퇴각하였습니다.

대만인 입장에서는 중국의 침공위협은 건너온 14% 때문이니 황당한 일이며, 민족통일을 부르짖는 것도, 지들이 남의 땅에 왔으니, 그냥 지들이 지들 나라에 돌아가면 그만이지 웬 통일 타령이냐 하고 고개를 저을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빌미로 억압통치까지 해대고 있으니 굴러온 돌이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항거할만 합니다. 그래서 대만인들은 대대적으로 중국인(?)들에게 항거했지만 무력에 의해 진압당하고 맙니다. 이게 까오슝에서 무려 2만여명이 국민당 군에게 학살당한 228 사건으로 대만판 518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우샤오시엔의 걸작영화 "비정성시"가 바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이때부터 이들 사이에는 지울수 없는 골이 파였으며, 대만인들은 이렇게 건너온 중국인들을 외성인이라 부르며 자기들(내성인)과 구별합니다. 사실 대만뿐 아니라 홍콩(광동인, 객가인) 사람들도 우리식으로 부르면 한족이지만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인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사실 홍콩인, 대만인, 북경인은 말 뿐 아니라 생김새만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릅니다.  성향도 아주 다릅니다. 대만인들은 꼼꼼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며, 광동인은 쾌활하고 향락적인데, 이는 흔히 구두쇠 왕서방 이미지의 다소 지저분한 중국인(주로 산뚱인)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따라서 대만 인구의 대부분은 한족이다라고 하면 안되고, 대만 인구의 84%는 대만인, 14%는 중국인, 2%는 원주민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대만인들은 228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만에 대해서 잘못알고 있는 것 3: 저임금 기반의 싸구려 생산국가다?


1970년대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나라도 그랬죠. 그런데 아직도 이런 잘못된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은 중국과 대만을 구별하지 않아서 생긴 착각입니다. 우리가 더 이상 저임금 기반의 저가품 생산국가가 아니듯이 대만도 그러합니다. 위탁생산 공장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기묘한 자랑거리인 삼숭전자 역시 위탁생산 엄청 많이 합니다.
대만의 GDP는 821억달러로 세계 19위(한국은 1450억 달러로 세계 13위), 1인당 GDP는 34500달러로 세계 32위(한국은 30000달러로 44위)인 경제대국 입니다(이상 PPP기준. 이미 세계은행, CIA등이 PPP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현실을 반영). 흔히 사용하는 명목 1인당 GDP는 2011년 현재 21000달러 정도로 추산되어 우리나라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이 1.16% 밖에 되지 않고, 물가상승률도 1% 내외에 불과해서  빈곤층이 무려 15%에 이르고 해마다 3~4%대의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우리나라보다 안정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세부담률은 15% 정도로 24%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습니다.
국가 경쟁력 지수나 IT경쟁력 지수에서도 항상 세계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우리보다 더 윗 순위),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나라입니다. HTC같은 회사는 결코 갑툭튀가 아니며, HTC가 대만의 최고 기업도 아닙니다.

정리를 하면,
1. 대만은 생각보다 큰 나라다. 2. 대만 인구의 다수는 중국과 동질감을 갖고있지 않다. 3. 대만은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세가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대만 총통선거의 꼬인 방정식을 풀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보수정권이 어떻게 비정상적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계속)

지속적인 포스팅을 위해  셀프 스폰서: 부정변증법의 저서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987년 6월 항쟁 (1) 1980년대의 전형적인 가두시위와 폭력 시위가 발생한 원인

민주시민은 책을 읽는다

학종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학종 다음의 셀프학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