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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결과 분석 (2): 분석

먼저 대만에 대한 예비지식이 필요한 분들은 (1) 편을 보시기 바랍니다.(1편보기)
이 예비지식에 기초하여 이번 선거결과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대만 총통선거는 선거의 해라 불리는 2012년(미국, 한국도 선거를 기다림)의 주요국의 첫번째 선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됩니다. 특히 아시아 정세에서는.

1. 이번 선거는 민족주의, 햇볕 정책의 승리인가?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진보진영에서 마잉주의 승리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봐라, 통일을 주장하는 세력이 대립을 주장하는 세력을 눌렀다. 그러니 한반도에서도... 이런식으로요. 한겨레가 제일 준동했죠. 이건 민족주의 NL이 진보를 참칭한 우리나라의 비극이랄까요? 우파는 냉전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좌파는 민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니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아전인수는 정말 곤란합니다. 이번 대만 선거의 결과는 명백히 보수 우파의 승리입니다. 대만의 보수 우파는 이미 1988년에 냉전주의의 탈을 벗고 적나라한 자본주의+민족주의라는 보수우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1988년 이전에는 중국이 쳐들어 올지 모른다는 미명하에 강압적인 군사통치를 했습니다. 그럴때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거부하는 것은 진보적인 의미를 가질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8년 이후 대만의 우파들은 중국을 냉전대결상대가 아니라 개척해야 할 시장으로 여겼습니다.

1990년대 들어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펼때, 법적으로는 대만인의 중국투자가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대만 자본이 중국 본토를 침공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대만 비즈니스맨(노동자가 아니라)만 수십만명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노동자가 수십만명이라 해도 엄청난 숫자인데 비즈니스맨이 수십만명입니다. 그러니 이들이 스무명씩의 중국 노동자를 관리한다고만 해도 1000만명 가까운(대만 전체 노동자 수가 1100만명 정도...) 중국인 노동자들을 이들이 엄청난 저임금에 부리고 있습니다.

원래 대만 기업들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노동강도가 약한 편입니다. 우리나라 IT종사자들에게는 꿈만 같은 9 to 5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실업보험, 연금제도도 훌륭하여 노후에 대한 큰 걱정이 없고(교사의 경우 50세만 넘으면 연금이 워낙 많아서 은퇴한다고 하더군요),  암 치료비도 몇만원에 끝나는 의료복지제도도 이들의 느긋함에 한 몫합니다.

하지만 이 대만의 자본가들은 중국 본토에만 건너가면 완전 180도 변신합니다. 대만 노동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저임금을 주면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며(실제로 폭스콘에서는 사람이 잇따라 죽었죠.), 19세기에나 봄직한 아동노동까지도 버젓하게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임금이 중국 평균 소득의 몇배에 달하는지라 이 일자리에 오겠다는 중국노동자들은 무궁무진하며, 중국정부는 이들을 대만기업에 할당해주는 것을 통해 권력을 휘두르며 대만자본가의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민족? 우리끼리? 민족공동체? 자본 앞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중국 노동자들을 가장 진물까지 빨아먹는 자본가들이 바로 대만 자본가들이며, 그 다음이 홍콩 자본가들입니다. 동족이 더 지독해서가 아닙니다. 한국, 일본 자본가들도 쪽쪽 빨아먹고 싶어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말과 문화가 통하지 않아서 효과적으로 빨아먹지 못할 뿐입니다. 하지만 중국인의 심리구조를 빠삭하게 이해하는 대만, 홍콩 자본가들은 정말 한점의 영혼까지 중국인을 남김없이 착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통일? 그딴걸 왜 해? 동족? 우스운 소리

게다가 이 선거결과를 민족주의적으로 해석하면 절대 안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대만의 중국인은 14%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84%는 대만인입니다. 그래서 마잉주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70%이상이 중국과의 통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응답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대만 권력자들은 정권을 장악하고 공무원, 교사 등의 자리를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대신 상업 분야의 주도권은 대만인들에게 넘김으로써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물론 당시 국영기업들이 많은 개발독재국가라 굵직한 것들은 여전히 중국인 차지였지만, 워낙 상재가 뛰어나고 손재주가 있는 대만인들은 갖가지 자잘한 중소규모 기술기업들을 세웠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상당히 복잡한 기업네트워크를 이루었습니다. 이 대만식 기업네트워크는 우리나라의 재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주로 가족과 친인척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 중소기업들의 느슨한 동맹으로 이루어져 있고, 세계 각지의 차이나타운과도 연계된 나름 글로벌 기업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 기업은 느슨하기 때문에 이합집산이 매우 빠르고 유연하여 IT산업에 매우 강합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IT시대가 오면서 산업의 주도권이 이쪽으로 넘어가고, ASUS, EMS같은 기업들의 규모가 재벌화되면서 대만인 부르주아들이 양산되었습니다.

이들은 중국과의 관계가 험악해지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고, 또 거대한 저임금 노동 공급처이니까요. 중국이 거대한 시장이라는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실제 중국의 내수시장은 별 볼일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경제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은 절대 미국이나 유럽이 침체할 때 세계 경제를 부양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도리어 미국, 유럽 경기가 침체하면 수출길이 막혀서 큰 곤란에 처할 경제죠. 다만 2008-2010 침체기때는 부동산 붐을 엄청나게 일으켜서 버텨 왔는데, 지금 그 붐이 터질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중국은 여전히 수출경제를 표방하고 있으며, 저임금을 이용한 위탁조립생산이 주력업종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온 세계에 팔리고 있는 싸구려 중국상품들을 생산할 능력이 없습니다. 소재라거나 핵심 부품, 반제품 등을 구입해서 완제품으로 만든 다음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는 것이죠.

그리고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부품 전문 기업들이 잘 발달된 나라입니다. 아마게돈 영화에서 러시아 우주비행사가 미국 우주선이나 대만 우주선이나 껍질 벗기면 다 메이드 인 타이완 이라고 조크한 장면처럼요.  이렇게 대만의 부품들을 중국 기업이 수입하여 조립한 뒤 메이드 인 차이나로 외국에 뿌리는 겁니다. 심지어 이 조립하는 회사도 중국 기업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애플은 아이폰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대만 기업인 홍하이 정밀에다가 생산을 위탁합니다. 그럼 홍하이 정밀은 대만,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중요 부품들을 구입한 뒤 이것을 중국현지법인인 폭스콘에 넘기고, 폭스콘에서는 이것들을 조립해서 아이폰을 만들어 애플에 넘기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홍하이 정밀에게 납품가를 후려 칩니다. 홍하이 정밀은 폭스콘에게 조립가를 후려칩니다. 그럼 폭스콘은 누구를 후려칠까요? 중국 노동자들입니다.

이렇게 돈을 벌 수 있으니 84%나 되는 대만인들중 40% 정도가 중국 대만 완전 분리를 외치는 민주진보당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중국과 담장이 쳐지면 이 좋은 먹잇감을 날리는 것이니까요. 민진당에서는 진보당의 포지션이니만큼 이렇게 자국 기업들이 중국 노동자들을 고용하면서 자국의 실업률이 늘어나고 임금이 떨어지는 것을 결사반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국민당이 집권하면 중국에게 대만이 흡수되고 만다고 겁을 줘서라도 이것을 막으려는 것이죠.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대만이 중국에 흡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 양안협정 이후 대만 기업가들은 중국에 거의 무제한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중국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잉여가치를 적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노동자들은 보다 높은 임금을 얻기 위해 대만으로 갈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방문할 수 있는 자국민의 숫자를 하루 2000명인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일년에 70만명 정도니 12억 중국인으로선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중국은 폼을 내기 위해 대만의 재병합을 목표로 한다 어쩌구 으름짱을 놓고 있지만, 막상 대만을 흡수함으로써 공산당 1당독재가 무너질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이런 포지션을 대만인출신 자본가들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은 국민당이 집권해서 중국과의 문호가 계속 열려있어도 중국에 대만이 합병될 가능성은 없으니 안심하고 계속 돈 벌자 모드로 가는 겁니다. 이런 2중성은 마잉주를 지지한 사람들중 70% 이상이 통일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것에서 나타납니다.


결국 보수, 우파는 민족이 아니라 자본을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만 선거는 민족주의 문제가 개입하여 이상하게 꼬인 좌우파 문제를 재정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줍니다. 그래서 민족, 통일을 주장하는 쪽을 마치 진보진영인 것 처럼 오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파는 철저히 자본의 이익을 관철시킵니다. 그리고 민족간의 융합, 통일이 자본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그것을 추구할 것입니다. 반면 진보, 좌파는 노동자와 농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민족 융합이고 통일이고 간에 그것이 자국 노동자와 농민에게 고통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앞장서서 반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만 선거는 결국 "중국과 손잡으면 큰 돈 벌 기회가 생긴다"라고 외친 보수파가 "중국과 손잡으면 빈부격차와 실업률이 커진다"라고 외친 진보파를 눌렀다는 점에서 철저히 이명박 선거의 재방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정부도, 미국정부도 노골적으로 "통일세력"을 지지했고, HTC도 노골적으로 "통일세력"을 지지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한 통속이겠죠. 바로 자본의 편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만약 개성공단이 거의 울산이나 포항 수준으로 거대했더라면, 그래서 거기서 실제 남측 자본이 극저임금 노동자들을 이용해 막대한 잉여가치를 적출할 수 있었다면, 아마 우파들은 하루아침에 통일세력으로 변신해 버렸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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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61021204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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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항쟁 (1) 1980년대의 전형적인 가두시위와 폭력 시위가 발생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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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500년 전 페리클레스는 자신들의 정치체제인 민주주의를 자랑하면서 “아테네 시민들은 나랏일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 알고 있으며, 나랏일을 결정하기 위해 토론을 하며, 충분한 토론 없이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 토크빌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교육 수준이 낮은 농민이나 노동자조차 지역사회의 쟁점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받은 깊은 감명을 기록해 두었다. 고대 아테네나 건국 시기 미국은 모두 ‘훌륭한’ 시민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저 국민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