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석방의 화성인 판결을 지구인 언어로 번역하면..


곽노현 교육감의 벌금형과 석방에 대해 말들이 많다. 특히 후보매수죄로 기소되었는데 어떻게 매수한 측이 벌금형이고 매수된 측이 징역형이냐 하면서 화성인 판결이라면서 펄펄뛰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김형두 판사는 이 비상식적인 사건의 사실관계를 거의 그대로 밝혀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이 이슈가 필경 명절 밥상머리 화제가 될 것이기에 이렇게 정리해 본다. 이것도 일종의 사회수업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다음의 그림을 보자. 이게 검찰 공소장의 내용이며,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상황이다. 

1. 곽감이 박교수의 사퇴 딜을 지시했고,
2. 그결과 5억으로 합의를 봤다.
3. 이후 합의 이행을 미루고 있었더니 박교수측이 와서 깽판을 쳐서
4. 결국 다시 달래고 달래 2억을 주었다.

이렇게 되면 곽감은 중형을 면치 못한다. 박교수도 중형을 받겠지만 곽감보다는 가볍다. 하지만 그러자면 검찰은 5억 합의과정을 곽감이 지시했거나, 나중에 보고받아서 승인했음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 중 인정 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 녹취록 무효, 조서는 조작, 그리고 이를 입증할 증인도 없음. 한 마디로 검찰은 아무것도 내어 놓은 것이 없다. 대체 구속은 왜 시켰던 것인가?

다음 그림은 곽감측 변호인의 주장이다.

이건 정리하면
1. 곽감은 돈얘기가 나오자 협상을 깼다.
2. 박측근인 양**이 동서인 곽감측의 이**과 최++를 불러다가 5억 이야기를 했는데, 술자리에 심야라 이, 최는 전혀 진지하게 듣지 않았고 보고도 하지 않았지만, 양++은 이걸 진지하게 보고했고, 박교수가 사퇴했다.
3. 박교수측이 댓가를 요구하지만 곽감은 뭔소린지 전혀 모르며 같이 성을 낸다.
4. 곽감은 나중에 참모들간의 이야기를 알게되고, 박교수는 곽감이 전혀 보고받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그 결과 곽감은 박교수에게 미안한 마음과 동정심을 갖게 된다.
5. 박교수의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는 강경선의 조언에 따라 돈을 모아서 전달한다.

이 주장대로라면 사실상 곽감은 무죄다. 사퇴의 댓가를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사의판단은 좀 다르다. 흥미로운것은 판사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리에 대해서는 곽감측의 주장을 거의 다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즉 판사는 이 주장의 1-5까지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제일 마지막 한 칸이 다르다. 곽감은 박교수의 상황이 매우 어려워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실상 그렇게까지는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 판사의 판단이다. 이건 박교수가 재판중에 명예를 회복하겠다면서 자승자박한 결과다. 곽감이 "박교수가 자살을 생각할 정도이며, 사채쟁이한테 쫓겨다니고 있다고 한다"라고 전해들었음은 명백하다.  문제는 박교수가 정말 그 정도 절박함에 처해 있었나? 어럽쇼, 본인이 스스로 아니라고 한다. 내가 무슨 돈도 안되는게 무모하게 선거 나가서 패가망신 당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이건 명예훼손이라고 한다.

그럼 당장 판사는 이런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아주 어려운 사람이라면 2억을 주면 정말 눈물 흘리며 고맙게 받겠지. 그런데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다면서 왜 느닷없이 주는 2억을 받았을까?" 그럼 당연히 답이 이렇게 나온다. "사퇴의 댓가라고 생각하고 받았구나."

그러니 이게 아주 기막힌 사건이 되는 것이다. 판사는 1) 곽감이 후보매수를 한 적이 없음도 인정했다.  2) 곽감이 돈을 준 동기가 선의(미안함, 동정심, 종교심 등 복합적이라고 판결문에 되어 있지만 한 마리로 선의)였음도 인정했다. 3) 그러나 건내진 돈은 "댓가"가 되고 말았다고 판단했다.

그럼 아주 복잡한 상황이 된다. 법적 판단은 건내진 돈이 최종적으로 선의로 기능했느냐 댓가로 기능했느냐에 따라 내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1. 곽감은 분명 댓가를 주지 않았다. 따라서 처벌할 수 없다. 그럼 박교수도 댓가를 받지 않은것이 되기에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판사가 보기에 박교수는 댓가를 받았다.
2. 박교수는 분명 댓가를 받았다. 그러니 귀여워서 쓰다듬었는데 상처가 난 과실치상범 처럼 곽감은 선의의 돈을 주면서 결과적으로 후보사퇴의 댓가를 준 셈이 된다.

고심끝에 결국 김형두 판사는 2번을 선택했다. 자, 그럼 누구의 형벌이 더 무겁겠는가?

이 돈에 댓가라는 성격을 부여하게 만든 원인제공자가 곽감인가 박교수인가? 만약 박교수가 댓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무죄로 끝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박교수가  1) 정말 상황이 찢어지게 어려웠다는 증거를 제시하거나  2) 돈을 받을 당시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나 그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하지 않아. 어쨌든 마음은 고마워"라는 제스쳐가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박명기는 자존심을 세우며 자기 개털 아니라고 한다. 또 판사가 보기에 3) 돈의 액수나 주어지는 방식으로 보아 선의로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독심술? 추정?) .

따라서 이 돈은 댓가로 기능했다. 준 사람은 선의라도 받은 사람이 댓가라고 여겼다면, 현행 법규의 논리상 모두 처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판사의 결론이다. 그래서 돈의 댓가성를 초래한 당사자는 준쪽이 아니르 받은쪽이며 곽교육감은 단순한 돈 마련자, 강교수는 돈 전달자로 본 것이다. 판결문에도 나오지만 만약 진짜 처벌해야 한다면 합의의 당사자인 이**이나 최**를 4년 때려야 하지만 기소된 사람은 합의 당사자가 아니라 돈 마련자와 돈 전달자 뿐이니 벌금형인 것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타당한 논리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리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이미 사실관계는 모두 확인되었고, 결국 남은 것은 "돈이 댓가인가 선의인가는 주는 사람의 동기에 달려있나, 그 돈이 주어지는 방식과 기능에 달려있나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돈을 준 사람이 어째서 돈을 받은 사람의 마음 씀씀이에 대해서까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건 너무 확대해석 아닌가 하는 것이다. 김형두 판사는 결과적으로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이 부분은 장차 치열한 논란거리가 된다.  

결국 곽감은 검찰이 기소한 거의 모든 내용에 대해 혐의를 벗었다.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을 거의 대부분 부정당했고, 사실관계는 모두 곽감측의 주장이 인용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곽감의 후보매수사건으로 표현하면서 매수자가 어떻게 사퇴자보다 처벌이 가볍냐며 앙앙거리고 있다. 오히려 어떻게 받은쪽의 마음씀씀이 때문에 선의로 준 쪽이 처벌받아야 하냐며 변호인측이 반발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물론 지금까지의 주장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반론이 있을 수 있으니 재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반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해 가능하며, 적어도 화성인의 판결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후 재판에서 이기려면
1) 곽감측: 앞에서 제기한 법리 논쟁에서 이긴다. 또 이**과 최**는 곽감으로부터 아무런 권한위임도 지시도 받고 나간 적이 없으니 애초에 합의도 없었음을 강조한다.
2) 박교수측: 받을때 댓가를 의식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입증한다. 즉 일단 댓가에 대해서는 깨끗이 포기했음과, 2억 긴급 수혈이 없었으면 정말 큰일날 상황이었음을 자존심 포기하고 객관적으로 입증한다.(이렇게 되면 양측 모두 무죄 가능)
3) 검찰: 곽감이 이**, 최**에게 지시했거나 보고받고 승인했음을 정황이 아니라 실제로 입증한다. 정황은 오히려 김형두 판사도 낮에 3억5천도 거부한 사람이 밤에 5억을 합의해 주었다고는 믿을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 이게 화성인의 판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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