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논문 (3): 학교폭력의 원인과 동학

3. . 학교 폭력의 원인과 동학: 괴롭힘을 중심으로

이제 학교 폭력의 원인과 그것이 진행되는 과정을 괴롭힘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적 특성(Agnew, 2001; 문병욱 et al., 2012; Houbre et al., 2006; Muñoz et al., 2011), 가해자와 피해자가 속한 집단의 상호작용(Salmivalli, 2010;Whitted & Dupper, 2005; Gini, 2006), 그 집단을 넘어선 물리적·사회적 환경(Atlas & Pepler, 1998; Bosworth et al., 2010; Thornberg, 2010) 등을 들 수 있다.

3.1. .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서 가해자(Bullies)의 특성

먼저 학교 폭력의 원인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적인 특징에서 찾는 견해들을 살펴보자. 실제로 학교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는 상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이들이 다른 다수의 학생들과 구별되는 성격상의 특징이나 사회적 기술의 결핍, 그리고 여타의 심리적·문화적 특성 등을 통해 학교 폭력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3.1.1. 학교폭력 가해자(Bullies)의 성격(personality)
먼저 가해자들의 성격상의 특징을 통해 학교 폭력을 설명하는 경우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주로 집단 내에서 우위에 서려는 욕구가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동료들에게 주목받기 위해, 또 동료들에게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확인시키거나 심지어는 일종의 오락거리를 제공하여 인기를 높이기 위해 희생자들에게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행위를 한다(Varjas et al., 2008).
하지만 이는 이미 동료들과의 관계, 집단 속에서의 위치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상의 특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과거에는 이들은 충동성이 높고, 위험을 선호하고, 쉬운 과제나 해결책을 선호하는 등의 성격적 특징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반대로 이들이 전략적이고 이지적인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연구결과들도 발표되고 있다(Sutton et al., 1999; Muñoz et al., 2011). 따라서 가해자의 어떤 성격적 특성에서 학교 폭력의 원인을 찾으려는 설명은 오늘날 그리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Samivalli, 2010).

3.1.2. 학교폭력 가해자의 심리상태
가해자들의 심리상태를 통해 학교폭력을 설명하는 경우다. 먼저 학생들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은 긴장상태에 있게 되면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문병욱 et al., 2009, 2012). 높은 긴장상태의 원인으로는 가치있게 여겨지는 목표 성취의 실패, 부모나 형제를 상실하는 등 삶에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자극의 상실 혹은 그럴 가능성,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만드는 자극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이런 부정적 정서를 교정하거나 경감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Agnew, 1999, 2001; 문병욱 et al., 2012).
실제로 학교폭력 가해자들 중 상당수가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경직된 가정환경, 일상화된 체벌, 그리고 아동학대의 경험, 그리고 학교에서 교사의 언어적·신체적 처벌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Brownel & Falshaw, 1990; Olweus, 1993; 문병욱 et al., 2010). 특히 한국의 경우 학생들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방과후 과외 활동으로 시달리고 있어서 다른 나라의 경우와 구별된다. 이들은 시험에 대한 압박, 권위적인 부모 및 교사와의 갈등 등 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정적 긴장요인으로 두드러지고 있다(Lee, 2010; Lee & Larson, 2000).
그런데 이러한 긴장이 직접적인 학교 폭력 가해의 원인인지, 아니면 긴장이 분노, 우울, 불안과 같은 다른 심리적 매개변인을 거쳐서 학교 폭력 가해의 원인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문병욱 et al., 2010). 긴장이 다른 매개변인 없이 직접 가해의 원인으로 나타난다는 연구결과(Piquero & Sealock, 2000)와, 분노 등의 매개변인을 통해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Mazorella et al., 2003)가 모두 통계적으로 검정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긴장과 분노가 각각 상호 독립적으로 직접 가해 행위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문병욱 et al., 2009).

3.1.3. 학교폭력 가해자의 사회적 능력
한편 가해자들의 사회적 능력의 결핍이나 왜곡에서 학교 폭력의 원인을 찾으려는 설명이 있다. . 이 견해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empathy) 능력이 부족하거나, 갈등이나 분노를 다스리는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여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Jolliffe & Farrington, 2011; Gottfredson & Hirschi, 1990; Muñoz et al., 2011). 여기서 말하는 공감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느끼고 이해하여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으로 자기 입장에서 측은감을 느끼는 동정심(compassion)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여러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강한 충동을 가지며,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 학교 폭력 가해자들 중 상당수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어 내는 능력을 갖춘, 즉 ‘마음의 이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Sutton et al., 1999; Dadds et al., 2009; Olthof et al., 2011). 이들에 따르면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어서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충분히 예측한 가운데, 전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폭력 가해자들은 강압적 전략과 이타적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할 줄 아는 노련한 사회적 기술을 가지고 있기까지도 하다. 이들은 운동장이나 식당의 좋은 자리, 좋은 장난감 등과 같은 학교에서 자원을 통제하는 우월한 지위에 있고 표면적으로는 인기가 있으나, 심정적인 지지까지 받아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표면적 인기와 심정적 인기가 일치할 경우 이들은 이타적인 행동을 하지만, 일치하지 않을 경우는 폭력을 사용하여 그 지위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려고 한다(Hawley, 1999; Hawley, et al., 2002).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감을 인지적(cognitive) 공감과 감정적(affective) 공감으로 구별해서 보자는 연구가 있다(Muñoz et al., 2011). 여기에 따르면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은 타인의 마음을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뛰어난 반면, 감정적으로 느끼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런데 Muñoz와 동료들(2011)은 이를 기질적인 변인으로 간주하여 냉담-비공감적 기질의 소유자는 감정적 공감능력이 결핍되어 있으며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냉담-비공감적 기질(ITU)은 감정적 결핍으로 인해 냉담하고, 무관심하고, 냉정한 기질을 말한다. 만약 이런 기질의 소유자라면 아무리 인지적 공감 능력이 높아 피해자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아무런 가책과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며, 도리어 잘 아는 만큼 더 교묘하고 잔인하게 피해자를 괴롭힐 수도 있다(Fanti et al., 2009; Frick, 2004; Muñoz et al., 2011). 그런데 이들은 이러한 감정적 결핍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감정적 결핍에서 비롯된 공감능력 부족은 교육적 처치로는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는 것으로 보아 일종의 선천적·기질적 요인으로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3.1.4. 학교 폭력 가해자 분류의 필요성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서 가해자의 개인적 특성은 매우 다양한데다가 심지어 공감의 부족과 공감능력의 발달, 부모의 방치, 부모의 과밀착 등 상호 모순적인 경우까지 나타나서 분석적 가치가 의심받을 수도 있다. 이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단일한 집단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을 남/녀, 또 가담 정도의 차이에 따라 분류할 경우 공감능력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모순적인 결과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Jolliffe & Farrington, 2011).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학생의 경우 주도자들은 인지적, 감정적 공감능력이 모두 낮은 반면, 여학생 주도자들은 인지적 공감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화뇌동하는 동조자들은 인지적, 감정적 공감능력이 낮으며, 충동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학교폭력의 주동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인지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전략적 행위로서 가해를 하는 반면, 동조자들은 쉽게 휩쓸리는 성격과 낮은 수준의 인지 능력으로 인해 주도자들이 조장하는 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목은 가해 행위를 주도하며, 똘마니는 두목에 이끌려 폭력을 행사한다. 두목은 대체로 인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똘마니들은 기질적으로 폭력적이고 쉽게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 두목은 대체로 냉정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계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간접적인 폭력을 주로 구사한다.는 두목(ringleader)와 두목에 이끌려 폭력을 행사하는 똘마니(assistant)로 분류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논의들을 종합하면 학교 폭력 가해자의 개인적 특성은 부모나 교사로부터 학대, 폭언, 체벌 등의 경험, 폭력과 비행이 쉽게 용인되는 가정환경이나 또래집단에서 생활, 부정적 경험이나 그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비롯되는 긴장이나 분노, 그리고 똘마니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쉽게 흥분하는 기질과 낮은 인지적 공감능력, 두목들에게서 나타나는 집단 내 높은 지위에 대한 욕구, 그리고 낮은 감정적 공감능력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가해자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부당함을 보여준다. 이들은 가해 행위의 정도와 주도성 등에 따라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 또 가해행위의 원인이 되는 여러 성격적, 심리적 특성도 타고난 기질, 성장환경, 가정환경, 생활환경 등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가해자들을 처벌이 아니라 이런 여러 변인들을 고려한 종합적인 개입방법이 필요하다.


3.2. . 학교 폭력의 사회적·문화적 원인

1990년대 초반까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대처는 주로 가해자의 가해 원인을 제거하고 피해자의 사회적 지지와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제기된 문제는 폭력의 발생보다는 5% 내외에 불과한 소수의 폭력 가해자들의 행위가 어떻게 또래 집단을 지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학교폭력은 피해자-가해자의 개인적인 행동 뿐 아니라 보다 넓은 사회적 ,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집단적 현상인 것이다(Samivalli, 2001).

3.2.1. 학교 풍토와 학교 폭력

학교폭력은 가해자, 피해자 뿐 아니라 교실, 학교의 풍토, 지역사회의 문화 등의 영향을 받는 총체적인 현상이다(ZIigler & Pelper, 1993; Atlas & Pelper, 1998). 특히 학교 풍토(climate) 혹은 학급 풍토가 중요하다. 학교·학급 풍토는 학교나 학급과 같은 비교적 미시적인 사회집단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 규범, 문화 등의 영향을 받는다.
학교 풍토에서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태도다. 교사들이 체벌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경우 학교 폭력의 발생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제출되고 있다. 이렇게 학교가 폭력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용인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할 경우 학생들은 폭력의 규범을 내면화하며, 그들 나름의 규범에 따라 위반자를 폭력을 사용하여 처벌하려 한다.
학생들의 또래집단은 무질서한 패거리가 아니다. 이것도 엄연히 사회집단의 하나이며, 나름의 사회적 규범이 형성되어 있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고립된다(Salmivalli et al. , 1997). 그리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학생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윤성우, 이영호, 2007). 그런데 아동이나 청소년 또래집단의 규범이 아무런 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래집단의 규범은 일종의 입법과정을 거치기보다 부나 완력에서 우월한 학생이나 집단의 영향력 하에 형성되는 일중의 불문율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규범들이라는 것도 대체로 “고자질 하면 안 된다. 튀지 말아라. 이상한 행동하는 놈은 따가 된다. 짱 혹은 인기학생에게 거스르면 당해도 싸다.” 등 힘의 불균형을 전제로 하는 비민주적인 규범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에서 교사 등 우월한 지위에 있는 행위자가 사용하는 폭력이 용인되는 풍토라면, 또래집단의 불문율 역시 집단 괴롭힘을 정당한 것으로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은 강한 집단적 압력으로 형성되어 가해자가 아닌 학생들에게도 묵인 내지는 선동적인 청중의 역할을 강요할 수 있다(Oliver, 1994).

3.2.2. 사회적 표상과 학교 폭력

문제는 어째서 이런 폭력 가해자들이 ‘쿨’해 보이며 인기 있는 학생으로 또래집단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가 하는 것이다(Samivalli, 2010). 즉 이들의 행위가 높은 평가를 받고, 이런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높은 지위를 차지하도록 하는 학교의 풍토나 문화가 문제다.
학교 폭력을 정당화하는 학교나 교실의 풍토·문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다름(deviant)에 대한 태도와 관련되어 있다(Thornberg, 2010). 학생들은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한 대체로 사람들을 자기가 속한 또래집단이나 사회적 표상(social representation)에 따라 범주화 한다. 그런데 이 범주의 상당수는 정상(normal)과 이상(deviant), 강함과 약함, 높음과 낮음 등과 같이 양극화 되어 있어서 다수의 규범, 문화, 언어, 습관 등과 차이가 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성을 용납하지 못하고 이상함으로 치부하는 반응은 학교 밖의 사회적 풍토의 영향을 받는다. 학생들은 주로 사회적으로 잘못 적용된 가설들에 의해 편견을 발전시키며 여기에 근거해 어떤 특정한 속성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왜곡된 상을 보유하게 된다(Wright et al., 1986).
이럴 때 다수 집단이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며,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학생들이 ‘쿨’해 보이면서 인기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규모가 큰 학교일수록 이런 폭력의 위험은 더 커진다(Kaukiainen et al.,1999). 게다가 학교나 학급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임의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게 이상하다는 낙인을 찍기도 한다. 일단 이렇게 낙인이 찍히면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거기에 따라 행동하면서 이 낙인을 내면화 한다(Becker, 1963).
결국 학교 폭력은 폭력 가해자가 오히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풍토, 민주적이지 못하고 우월한 지위에 있는 소수가 또래집단의 규범을 만들어 내고, 다수가 이를 묵인하는 풍토, 그리고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기에 폭력적·적대적으로 반응하는 풍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풍토 속에서 독특한 문화, 습관, 행동 등을 보이는 학생이 소수화되고 고립된다면 학교 폭력이 발생하며,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이런 폭력이 용인되기 시작되면 학생들은 폭력의 규범 자체를 내면화하게 되며, 가해자의 행위를 묵인하거나 조장하게 된다.

3.2.3. 사회 불평등과 학교 폭력

사회 불평등이 학교 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은 주로 좌파진영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가해자의 심리적 특성으로 강한 설명력을 보여주었던 긴장, 분노 등과 같은 부정적인 사회심리적 변인들(문병욱 et al., 2012)이 주로 사회경제적 지위(SES)가 낮은 집단에서 발생한다(Craig & Pepler, 2003)는 점에서 학교 폭력은 SES가 사회심리적 변인들을 매개변인으로 하여 유발한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반적 긴장이론(GTS)에 따르면 폭력행위의 원인이 되는 긴장은 중요한 목표달성에 실패하거나, 집이나 직장을 상실하거나, 차별대우를 받거나 하는 등 사회적 불평등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Agnew, 1992, 2001).
사회적 불평등은 사회경제적 지위(SES)와 소득 두 측면에서 측정할 수 있다. SES와 학교폭력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은 사회경제적 지위(SES)가 낮을수록 학교 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Chen, 2004; Craig & Pepler, 2003). 특히 공감 능력을 포함한 상당한 분량의 사회심리적 변인들을 쏟아 부었음에도 결국 부모의 감독정도, 충동성, 그리고 SES만이 학교 폭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Jolliffe & Farrington, 2011). 그런데 이 세 변인 모두 학교 교육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결과는 교육자들에게는 곤혹스럽다.
소득 불평등의 경우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 살인 등의 범죄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Wilson & Daly, 1999; Daly et al., 2001). 또한 세계 37개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나라의 지니계수들 독립변인으로 하고 학교폭력 가해 비율을 종속변인으로 한 연구(Elgar et al., 2009)에서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학교 폭력 발생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구는 SES를 통제변인으로 투입한 상태에서도 소득 불평등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하였다는 점에서 소득 불평등이 SES와 별개의 원인임을 밝혀 내었다. 또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학교에서 경쟁 밀도가 높아지고(Wilkinson, 2004), 사회적 자본이 줄어들어 Putnam, 2000) 상호간의 불신이 심화되며, 이것이 학교 폭력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가정 하에 소득불평을 독립변인으로 사회적 자본을 매개변인으로 하는 경로모형을 수립했다는 데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3.3. .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서 학교 구성원

지금까지 주로 학교 폭력의 원인을 가해자, 그리고 사회·문화적 풍토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가해자들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의 원인을 설명할 경우 가해자는 10%, 피해자는 20%를 넘지 않는다는(Olweus, 1978; Simon-Morton & Scheidt, 2001; 청소년위원회, 2003; Houbre et al., 2006) 점에서 이 문제를 소수의 비행 학생들과 불쌍한 피해자들만의 일로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또 사회·문화적 원인만을 강조하면 가해자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 폭력에서 가해-피해 당사자가 아닌 70%의 방관자(bystander)들이 어떤 형태로든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음을 밝힐 필요가 있다(Olweus, 1978).

3.3.1. 학교 폭력에서 구성원들의 역할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폭력 발생시에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외자가 아니며, 따라서 이는 개인적 갈등이 아니라 복잡한 집단 현상이다(Salmivalli, 2001).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학생들은 대체로 동조자(assitant), 강화자(reinforcer), 방관자(outsider), 방어자로 분류된다(Olweus, 1978; Salmivalli, 1996, 2001; Salmivalli et al., 2002).

3.3.2 피해자-가해자를 제외한 구성원의 학교 폭력에서의 역할
동조자는 가해자와 함께 실제 폭력 행사에 가담하는 학생이다. 이들은 이른바 똘마니들이며,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들에게는 가해자가 되는 피해/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가해자들의 권력을 공유하기 위해 학교폭력에 가담한다(Olweus, 1993; 이준구, 2001). 강화자는 직접 폭력에 가담하지는 않지만 박수, 환성, 기타 긍정적인 반응을 가해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가해 행위를 강화하는 선동적인 청중이 된다(Olweus, 1993; Salmivalli, 2001). 방관자는 피해 상황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학생들로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이지만, 이미 폭력 피해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침묵함으로써 폭력의 규범을 묵인하여 사실상 가해자와 같은 편이 된다(Salmivalli, 1996; Craig & Pepler, 1997).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심정적으로 피해자를 돕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방관자들과 그렇지 않은 방관자가 구별된다(권준모, 1999; 선광석, 2003). 마지막으로 방어자는 유일하게 피해자의 편에 서는 학생들로 직접 가해를 저지하거나, 사후에 피해자들에게 정서적·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3.3.3. 구성원들의 역할에 의한 학교폭력의 동학

학교 폭력은 가해자만의 힘으로 혹은 피해자만의 약점 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학교폭력은 또래집단의 동조가 있기 때문에 지속된다. 즉 이것은 근본적으로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되고, 이것을 유지 확대시키려는 의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또래집단 내에서의 지위 상승이나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지속시킬 유인이 없다. 따라서 학교 폭력은 또래집단내에서 가해자의 공격을 중지시키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표시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집단의 최소한 암묵적 동의라도 있어야 이루어지며, 가해자측이 집단규모, 인기도, 집단내 역할의 차이 등 권력 자원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가 이런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거나 동조함으로써 유지된다(Olweus, 1994; Salmivalli et al., 2002).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단이 강화자와 방관자다. 강화자가 더 이상 학교 폭력에 대해 긍정적 강화물을 제공하지 않을 때, 또 방관자가 방어자 혹은 가책성 방관자로 바뀌어 나갈 때 학교의 동학은 가해자의 힘이 급격히 줄어드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반대로 방관자가 강화자와 합세하여 가해자를 지지하는 쪽에 서게 되면 학교 폭력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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