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논문 (서론 부분)

180편의 논문을 읽고 정리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작성할 글은 논문이라기 보다는 공부한 내용을 논문형태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논문이 될 글이기 때문에 꺼려지는 면이 있지만, 독자분들의 양식을 믿고 조금씩 올려 봅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이론적 개관: 인권친화적 학교 폭력 예방 방안 개발의 기반 조성을 위하여
 
권재원(풍성중학교)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와 관련한 개념들이 엄밀히 정의되어야 한다. 폭력은 단지 물리력으로 상대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정당한 합의에 의해 주어진 힘이 아닐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폭력은 정당한 권력이 없는 상황이며, 이는 사회 구성원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다. 학교폭력은 이런 상황이 학교에서 발생하는 경우이며, 비행, 병리, 그리고 집단괴롭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교육적 처치가 필요한 것은 집단괴롭힘이다. 집단괴롭히의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학교내 집단 역학에 의해 이루어지며, 특히 가해집단과 동조집단이 피해집단과 지지집단을 압도할 경우 일어난다. 지지집단이 적고 동조집단과 방관자집단이 많은 이유는 인권이 경시되는 학교문화, 학생들의 낮은 인권감수성 때문이다. 따라서 인문·예술교육은 학생들의 문화를 인권 친화적으로 바꾸고, 학생들의 인권감수성, 불의감을 높임으로써 학교폭력을 그 근본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다.
주요개념: 학교폭력, 학생인권, 집단괴롭힘, 인문·예술교육, 인권감수성, 불의감
 
1. . 서론
 
1.1. . 문제제기: 학교폭력과 학생인권 논란이 놓치고 있는 것들
 
최근 들어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교육계가 매우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학교 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학생의 이야기가 언론을 며칠간 장식하는가 하면, 경찰은 학교가 홍콩 누아르 영화의 배경이라도 되는 양 학생 폭력조직인 일진회의 한 달 이내 일망타진을 선언했다. 심지어 경찰이 학교에 찾아가서 폭력학생 명단 제출을 요구하거나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시 교사의 직무유기 여부도 수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단체들은 저마다 상반된 주장들을 하고 있다. 보수교육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교폭력이 더 심각해졌다고 주장한다. 학교인권조례 때문에 교사가 학생에게 통제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져서 비행 청소년이나 폭력 학생들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동아일보, 2012). 경찰이 최근 학교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태도의 배경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있다. 교사가 인권조례에 막혀 지도할 수 없다면 사법권이 있는 경찰력이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진보단체들은 학교 폭력은 지나친 경쟁 풍토 등 사회·환경적 원인 때문에 유발되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유발하거나 강화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학교에 인권 존중의 풍토가 정착되는 것이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예방책이라고 주장한다(김유성, 2012; 배경내, 2012). 한편 학생인권조례와 학교폭력 예방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상호간의 연관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인권교육, 평화교육이라는 별개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다(박종철, 2012).
이 주장들을 정리해 보면 교육단체들의 주장은 크게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유발한다는 주장, 오히려 방지한다는 주장, 그리고 둘은 서로 독립적이라는 주장으로 대별된다. 이 세 주장들을 유발론, 방지론, 상호독립론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상이한 관점에 따라 해결책에도 차이가 난다. 유발론은 학생 인권의 일부 유보와 교사 혹은 경찰 등 공권력의 통제력의 강화를 강조한다. 폭력, 비행 학생을 처벌, 교화하며, 폭력·비행에 대한 각종 불이익을 부여하여 이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방지론은 인권 존중의 학교 문화와 풍토 조성을 통해 학교폭력의 심리적, 문화적 기반을 제거하는 것을 대책으로 주장한다. 상호독립론은 학교폭력 문제를 인권이 아니라 사회적 배경에서 오는 문제로 보기 때문에 입시교육의 완화, 교사에게 가해자 재교육과 피해자 치유 등의 권한 부여,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독자적인 기구와 법, 조례의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세 주장들이 시시비비를 가리기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선결과제들이 있다.
첫째 용어의 의미와 문제 상황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학교 폭력과 관련하여 서로가 합의할만한 의미의 공유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지만(문병욱 et al., 2012), 우리 나라의 경우는 의미 공유의 기회조차 갖지 않고 대결 구도로 이루어져서 문제가 된다. 보수단체들은 주로 통제받지 않는 “나쁜 학생”들의 횡포나 범죄행위라는 의미로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반면, 진보단체들은 주로 경쟁적이고 억압적인 교육환경에서 마음이 병든 학생들의 병리적 행위로 학교 폭력을 바라본다.
서로가 다른 주장을 할 때 용어들의 기본적인 의미들을 공유하거나 적어도 사용하는 의미를 확정짓는 것은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 물러나서 머무를 수 있는 ‘공통의 안전장소’를 확보하는 것으로 합리적 토의를 위한 기본 전제다(Habermas, 1981). 이런 공통의 안전 장소를 확보해 두지 않은 상태에서 한번 토론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합리적 토론보다는 상대의 의미한 바와 무관한 독단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한 논란이 일어나기가 더 쉽다.
둘째, 학교폭력의 의미와 실태에 대한 보다 엄밀한 분석 도구가 필요하다. 학교폭력은 매우 폭이 넓은 개념이기 때문에 그 원인과 메카니즘이 전혀 다른 현상들이 포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작동되는 것인지 엄밀히 분석하지 않는다면 전혀 다른 문제들에 같은 해결책을 적용하여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셋째,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보다 과학적이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학교폭력은 주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언론은 폭력의 강도와 피해 수준이 큰 사례를 중심으로 보도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들을 더욱 괴롭히는 학교폭력은 강력한 공격(assault) 보다는 저강도의 지속적인 폭력이나 괴롭힘인 경우가 많아서 어른들의 눈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견디다 못한 피해자의 반격이 강력한 공격의 형태로 나타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Juvonen et al., 2003; Garandeau & Gillessen, 2006; Huisting et al., 2007). 따라서 언론이 주목하는 현상보다는 학교폭력의 유형과 메카니즘을 충분히 이해한 가운데 실제 피해가 심각하고 위험한 현상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와 상관없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또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20% 내외의 학생들이 희생당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세계적인 현상이다(한국청소년위원회, 2003; Olweus, 1978; Nancel et al., 2001).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신체, 정신건강, 자아효능감, 그리고 사회성을 손상시켜 이들이 장차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하는데 장애가 된다 (Olweus, 1993; Thornberg, 2010). 또 학교폭력 가해자도 성인이 되어 범죄자가 되어 수감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60%나 높으며, 이 중 40%는 전과자가 된다(Craig & Pepler, 1999). 따라서 학교폭력은 단지 피해자, 가해자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널리 유포되면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를 몇몇 관련자들의 제한된 경험이나 신념에서 비롯된 직관적인 대책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대신 철저하게 과학적인 이론적 바탕 위에서 신중하게 검증된 대책들이 조심스럽게 시도되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폭력에 대해 누군가를 질타하거나 설익은 대책을 내어 놓기 전에 먼저 다음과 같은 물음에 대해 충분히 합의할만한 답을 구해 보고 이를 두고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첫째, 폭력, 인권, 학교폭력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종류들이 있는가?
둘째, 우리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어야 할 학교폭력은 어떤 종류의 것이며 그 특징은 무엇인가?
셋째, 이러한 종류의 학교폭력의 원인은 무엇인가?
넷째, 학교폭력과 학생인권의 관계는 상보적인가 상충적인가 아니면 상호 독립적인가?
다섯째, 이 물음들에 대한 답에 따라 학교폭력을 경감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은 어떤 종류의 것이라야 하는가?
 
이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함으로써 우리는 현재 인권이냐 폭력예방이냐 식으로 소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학교폭력 논란을 잠시 중단하고 스스로의 생각들을 재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이 중 앞의 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부수적으로 나머지 두 문제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1.2. . 연구의 의의와 한계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첫째, 학생인권과 학교폭력을 둘러싼 논쟁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의미를 분명히 함으로써 쟁점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기초를 닦는다.
둘째, 학생인권과 학교폭력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 상보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교육적 처치를 개발할 이론적 기초를 닦는다.
셋째, 폭력에 대한 일면적인 이해를 넘어, 학교폭력문제를 단지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문제를 넘어 학교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조망할 수 있게 지평을 넓힌다.
넷째, 이러한 기본적인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직관적 수준을 넘어선 학교폭력문제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진다.
첫째, 이 연구는 개념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해 실행 가능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의 범위를 추론한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제안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아직 그 모델의 타당도나 효과가 검정되지 않은 것으로 즉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둘째, 이 연구는 학교폭력 중 비행이나 범죄의 영역을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제시하는 예방 프로그램의 효과 역시 이 영역들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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