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이정희와 곽노현 이중잣대라고 하는 헛소리들이 있다.

누구라고 말 안해도 알겠지만, 이번 이정희 의원 사퇴와 관련하여 곽노현은 옹호하던 진보진영(?)이 이정희는 버렸다면서 이중잣대라고 핏대를 올리는 몇몇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수꼴재단 대학의 교수인 모양이다.

1. 진보진영은 2중잣대이며 도착증에 걸렸나?

사회학자 입장에선 이 진영이란 말이 영 찜찜하다. 진보진영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조작적으로 정의가 가능한가? 그리고 곽감을 옹호하던 진보진영과 이정희 사퇴를 주장하던 진보진영은 동일인물인가? 그래서 몇몇 진보 이빨들을 좀 조사해 봤다.

2011년 8월 26일 이후 곽노현 교육감을 옹호하는데 앞장섰던 진보진영(?)의 주요 이빨들을 골라봤다. 1) 서영석, 나, 김빙삼, 김용민, 박동천, 조기숙, 노루귀, 문성호, 허재현, 이기명 등등을 중심으로  곽노현 교육감을 옹호하는 흐름이 결집되었다. 더 자세한건 졸라 복잡한 네트워크 분석 해 봐야 알겠지만.  그리고 곽노현 교육감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검찰보다 더 준엄한 비판글을 써댔던 이빨들은 주로 2) 박지원, 진중권, 고재열, 이털남, 손병관, 허지웅, 그리고 진보의 도덕성 그룹 등을 중심으로 형성 되었었다.

자, 이제 진중권이 말한 도착증(대체 이 용어가 여기서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라깡 읽은 티를 내고 싶은건지. 용례도 맞지 않는 것 같은데...)이 성립되려면 1)에 해당되었던 사람들이 이정희 사퇴를 종용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에 해당되는 이빨들은 한결같이 이정희 사퇴를 반대하거나, 재경선 정도 주장했다. 그 중에는 경기동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은 있었을지언정, 이정희를 까는 흐름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정희 사퇴하라고 목소리 드높인 집단은 누구일까? 주로 2)였다. 즉 곽노현 사퇴를 요구한 집단은 일관되게 이정희 사퇴를 요구했고, 곽노현 버티기를 요구한 집단은 일관되게 이정희 버티기를 요구했던 것이다. 특히 진중권은 그 예의 주사파에 대한 적개심에 활활 타오르기까지 했다. 그래도 수위는 재경선 정도에 그쳤지만.

물론 몇몇 파워 트위터러만 놓고 결론 내리는 건 한계가 있지만, 하룻밤만에 수많은 트위터를 다 뒤질 수 없으니, 또 트위터의 속성상 파워 트위터러의 영향력이 매우 크니 이 정도 해 두겠다.

자, 그렇다면 2중잣대는 어디에 있는가? 없다. 곽노현 교육감은 2) 쪽에서 강하게 사퇴를 요구했으나 그 요구가 1)쪽의 반론에 쳐 발렸고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사퇴 반대로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정희 의원은 역시 2)쪽에서 사퇴를 요구했지만 1) 쪽에서 열심히 사퇴 반대를 주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퇴한 케이스에 속한다. 즉 곽감을 옹호한 세력이 이정희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은 진보진영을 모두 뭉뚱그리거나 아니면 곽감때는 진중권 반대편, 이정희때는 진중권 편을 든 사람만 진보진영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 도착이 누구에게서 일어났는지 확연하지 않는가?

2. 곽노현은 이정희보다 더 큰 도덕적 책무를 져야 하나?

진중권은 곽노현이 1심 판결에서 당선무효형보다 훨씬 많은 5000만원(사실오류. 3000만원)이라는 사실을 들어서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 이정희 캠프보다 책임이 무겁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굳이 따지면 이것 역시 도착적인 주장이다.

1심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1) 곽노현은 합의에 응하지도 않았고, 2) 합의를 알지도 못했으며, 3) 박명기에게 돈을 준 동기도 나중에라도 알게 된 합의를 이행한 것이 아니며, 4) 공소시효도 다 지나가서  2억이라는 돈을 주어 봐야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대에게 준것은, 종교적 동기, 그리고 강경선 교수의 강한 권유(이게 결정적) 등 선의에 의한것임은 명백하지만, 6) 받는 박명기가 그걸 사퇴의 대가라고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었고, 7) 이전에 합의를 했던 캠프 책임자의 책임도 있으니 벌을 받아라. 즉, 이건 캠프 책임자인 최**과 이**이 받을 벌을 대신 받아라, 박명기 마음속에 댓가성에 대한 인식이 떠오르게 만들었으니 벌을 받아라는 연좌죄식 판결이다.

진보진영의 대다수가 곽노현교육감을 옹호했던것은 설사 유죄판결이 나더라도, 이는 단일하 이후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대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과 상대 후보가 지출한 비용을 초과하는 뇌물을 원천적으로 구별하지 않은 현행 선거법의 빈틈(미국은 구별한다), 그리고 그 빈틈을 알고서도 상대의 처지를 외면하지 못하고 고난을 자처한 곽감의 인품때문이지 무슨 진영논리, 우리편이 하면 로맨스 때문이 아니다. 굳이 진영논리를 들이댄다면 "우리편 다 죽기 전에 네가 먼저 죽어라"하고 외쳐댄 박지원과 진중권 무리들이 더 철저하게 진영논리의 입장에 서 있었다고 본다.

3. 곽노현이 사퇴했으면 진보진영의 도덕성은 지켜졌을까?

진중권은 처음에는 이 3번의 이유로 사퇴를 요구했다가, 나중에는 슬그머니 진영논리 비판, 도덕성 등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당시 사퇴를 요구한 진중권 등의 주장대로 곽노현 교육감이 사퇴했으면 과연 이 국면이 조성되었을까? 저들이 곽감을 타격한 로직을 봐야 한다. 그것은 바로 단일화에 대한 타격이다. 박명기측 주장대로 단일화시 그동안 지출한 비용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전은 관례다. 곽노현은 그 조차 안하겠다고 해서 감정대립까지 갔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도 그럴까? 그러니 곽노현 타격의 메시지는 "네들 단일화 했다간 봐라. 몽땅 잡아 넣어버리겠어" 였던 것이며, "단일화=후보매수"의 프레임을 걸어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기자회견 하고 곽노현이 즉시 사퇴했다면, 즉 그 도덕적 부담을 그대로 싸안고 사퇴했다면,  이는 저 프레임을 완성시키는 결과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곽노현은 그 프레임에 저항했고, 대중은 그것을 수난으로 인식했고, 여러 독립 언론들은 법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도덕적으로는 곽노현의 부담감을 다 털어 주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을 빨대 언론을 이용해서 파렴치범으로 몰고간 떡검과 조중동의 행태는 대중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이것이 안철수 열풍, 박원순 열풍의 진원지가 되었던 것이다.

만약 곽노현이 즉시 사퇴했더라면 지금 서울시장과 또다른 진보교육감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진중권의 주장은 이런 당시 정세를 전혀 판단하지 못하고 한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나경원 시장과 보수교육감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9월 12일 이후에는 곽노현 교육감이 사퇴하는 것이 정세에 유리하다고 봤고, 권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미 그 시점은 도덕적 부담감은 다 털어 버렸을 시기이며, 32억 반환의 부담도 털어버림과 동시에  10월 26일 박원순 시장과 새로운 진보교육감이 동시 탄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윈윈인 것이다. 하지만 그걸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때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정희에게도 강요하지 않았다. 이정희 역시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캠프의 문제이며, 단지 진보진영의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사퇴가 요구되었다. 유일한 차이는 당시 곽노현 교육감은 즉시 사퇴하지 않고 좀 버티는 것이 유리했고, 이정희 의원은 즉시 사퇴하는 것이 유리했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런 정치공학적 관점을 버리면, 곽노현 교육감은 재판 끝날때 까지 버티는게 합리적이고, 이정희 의원은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경선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진중권 눈에 곽빠로 보였던 논객들 중 이정희 의원에게 그 이상을 요구한 사람들은 없다.

그럼에도 도착 운운 하는 이유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진중권은 자기 주장은 항상 소수이며,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항상 다수 대중이며, 이 대중은 우매하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폼고 있지 않나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이 재경선을 주장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것, 즉 사퇴를 외치는 무리들은 필경 곽노현 교육감떄 자기 반대편에 섰던 무리들일 것이라 지레짐작한 모양이다. 물론 이는 도착적인 생각이다.


여하튼 어제의 곽빠가 왜 오늘은 이까? 너희는 모두 도착적이야 라는 어느 수꼴대학 교수의 화려한 언변은 자신의 눈이 도착적임을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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