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엠비 이주호 장관을 기념한다.

지금 교과부 정문 앞에서는 날마다 이런 1인 피케팅이 벌어지고 있다.  이 시위의 발단은 곽노현 교육감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복직시킨 사립교사들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그것도 잘못된 공문을 보내가며 다시 해직시켰기 때문이다. 이러자 급기야 이주호 물러나라란 구호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시위는 만시지탄의 느낌이 든다. 이주호 장관은 진즉에 물러나건 뭔가 책임을 지건 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주호 장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 전문가가 아니면서 교육에 대해 다 아는 것 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만 공교육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말았다. 가히 가카가 땅을 파고 삽질을 해서 경제를 말아먹었다면, 이주호 장관은 교육과정과 교육정책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학교를 초토화시켰다. 그럼 그걸 한 번 나열해 볼까 한다.

1. 교육과정이 애들 장난인가?

아마 역대 교육부 장관중 이주호 장관처럼 교육과정을 자주 뜯어 고친 장관은 다시 없을 것이다. 특히 사회교사들은 이주호라고 하면 이를 박박 가는데 그 사연을 한번 들어보자.

7차교육과정이 마무리되면서 2007개정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이에 따라 2008년에 고등학교 교과서를 개발하여 2009년에 검정을 받고 2010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07 개정 교육과정 해설서가 발표된 그 다음날 교과부에서는 사회과 교육과정 문제가 많으니 다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그 결과 3년에 걸쳐 개발된 2007 개정 교육과정 사회과는 날아가고, 그 동안 교과서 작업한 것도 날아갔다. 그래서 누더기같은 교육과정이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니라 장관이 지명한 몇몇 교수TF 손에 의해 몇개월만에 날림으로 발표되었다. 어쨌든 교과서는 만들어졌고, 2009년에 검정을 받았다.  

아니 그런데 2009 개정교육과정이 또 발표되었다. 즉 2년만에 교육과정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바뀐 교육과정에 따라 고등학교 사회과가 폐지되었다. 정치 교과도 폐지되고 법 교과에 통합되었다. 그나마 한국사가 여론의 반발에 밀려 살아남았다. 이로써 고등학교 사회과는 단 3년 사이에 교과서 내용이 두번 바뀐 다음에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내가 공들여 만든 교과서도 단 2년만에 폐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기껏 사회과를 없에버린 교과부가 이번에는 고등학교에 융합사회를 만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헛소리를 퍼뜨리고 다닌다. 아, 제발 교육과정 좀 그냥 둬라. 교육과정은 한 나라의 수백만명의 학생들의 삶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신적 생명선이다. 이건 뉴라이트들의 이념 놀이기구가 아니다. 더군다나 비전문가들의.

2.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않는 졸속 정책들

아무리 생각해도 장관님은 인기를 중요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교육정책을 백년지 대계가 아니라 다음 두 원칙에 따라 수립하는 것 같다.

1)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것은 다 한 번씩 만져준다.
2) 곽노현 잘되는 꼴은 절대 보지 않는다. 

처음에는 1)에 의해 주로 움직이셨고, 2011년 이후에는 거의 극악할 정도로 2)질을 하신다. 심지어 곽노현을 물먹이기 위해서라면 그까짓 소신 따위 헌신짝처럼 버릴 각오로 2)질을 하신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장 공모제다. 심지어 교육법이 바뀌어서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게 되면, 시행령을 바꿔서라도 공모제를 못하게 한다. 아니 시행령이 법률이 위임한 디테일을 조정해서 법률의 입법취지를 잘 살리라고 있는 거지, 장관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하는 장난감인가? 게다가 교장공모제의 원조는 사실은 이주호 장관님 국회의원 시절이다. 그 당시 민노당(!) 최순영 의원과 함께 교장 공모제 소리높여 외친거 알 사람 다 안다. 정말 변신의 귀재다.

또 집중 이수제는 어떤가? 3년에 걸쳐 배우도록 구성된 과목을 느닷없이 내년부터는 1년에 몰아서 하란다. 그래서 어떤 학교는 역사를 1학년때 몰아서 배우고, 도덕을 2학년때 몰아서 배운다. 다른 학교는 도덕을 1학년때 몰아서 배우고, 역사를 2학년때 몰아서 배운다. 이거 전학이라도 간다치면 역사 하나도 안배우고 중학교 졸업하는거다. 이 골때리는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도 않고, 그저 과목수가 너무 많으니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이런 무식한 조치를 해 놓았다. 아마 교과부에 있는 수많은 나름 교육전문가들에게는 발달과정이라는 말이 너무 어려운 전문용어인 모양이다.

3. 앞 뒤가 전혀 맞지 않는 유체이탈 정책

그나마 조전혁 같은 뉴라이트면 일관되기라도 하다. 우리 장관님의 정책은 좌, 우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1) 2012년 들어 느닷없이 교사 수를 줄였다. 자그마치 거의 10% 정도나 줄였다. 그 덕분에 교사들의 수업시수가 크게 늘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곽노현 교육감의 획기적인 업무경감 정책이 전혀 체감되지 못하게 하려고 물타기 한 것 같다. 핑계는 항상 앞으로 학생수가 줄어들어서라고 한다. 아니, 학생수가 줄어들면 학급당 학생수를 줄일 일이지 교사 수를 줄이다니 정말 끝내주는 정책이다. 더군다나 3년 뒤 줄어들 것을 예상해서 미리 앞댕겨서 교사 수를 줄인다. 그 돈 절약해서 대체 뭐하잔 말인가?

2) 그런데 갑자기 2학년 복수담임제를 하라고 한다. 교사 수를 10% 줄여 놓고는  담임교사를 33% 늘려라? 아이큐가 60만 넘어도 이게 개콘 작가가 아니라 장관의 정책이라고는 믿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체육 수업을 두배 늘리라고 한다. 체육교사는 왕창 줄여 놓고, 체육 수업은 두배로 늘려라? 문득 이 분이 1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경제학자였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 간단히 말하면 노동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렸다! 아니 언제부터 교과부가 마른걸레 다시 짜서 이윤 창출하는 기구가 되었나? 아무리 뼛속 깊이 친미, 친일로 알려진 분이지만 교과부를 도요타로 바꿔 놓을 줄은 몰랐다.

3) 게다가 또 시행령을 잡아 뜯어고쳤다. 애초에 잡아 뜯어 고칠때는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 할 것 처럼 언론 플레이를 했지만, 정작 고친 내용은 교육감의 교칙 제정권을 삭제한 것이다. 즉 학교단위의 교칙 자율권을 준 것이다. 그런데 이게 학교 현장에서는 잘못 알려져서 학생인권조례가 상위법인 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무효화 된걸로 알려졌다. 학교장들은 더 빡세게 머리 밀어대는 교칙을 밀어붙이면서 시행령을 핑계로 댄다. 시행령 어디에도 학교 규칙이 상위법인 학생인권조례를 무시해도 된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로써 3월 개학하기가 무섭게 학교 현장에서는 두발문제 때문에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교육청에서 일이 제일 많다는 책임교육과 장학사들이 요즘 두발 규정을 문의하는 학생들 전화 때문에 일을 못할 지경이다. 정작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장관님은 늘 웃고 계신다. 인자하게. 

4. 수능이 EBS 수익모델인가?

우리 장관님의 정책중 최고로 재미있는 정책이 EBS문제집에서 수능 70% 출제한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나라에 대입시험을 특정 회사 문제집에서 출제한다고 정부에서 대 놓고 광고하는가? 그 덕에 EBS는 지금 떼돈을 벌고 있다. 그리고 국내 최고의 평가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교육과정 평가원의 교육학 박사들은 열심히 EBS문제집을 뒤지면서 수능문제감을 고르고 있다. 이거야 말로 박사들 데려다가 알바급 일 시키는 것이니 우리 장관님은 학벌폐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내가 장관이라면 EBS를 통한 수익모델을 한번 창출해 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BS자체가 주식회사는 아니니까 EBS문제집을 출판하는 외주회사를 하나 세운다음 ㅋㅋㅋ. 설마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뭐가 더 많은 것 같았는데, 갑자기 쓰려니까 생각이 안난다. 게다가 자꾸 그 얼굴 떠올라서 짜증난다. 사실 전교조 간부 시절 중학교 운영지원비인가 뭔가 폐지하기 위해서 당시 의원이었던 장관님 몇번 본적이 있다. 아마 기억 못하겠지만. 그땐 참 공손하고 단정하고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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