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은 곽노현 교육감의 열렬한 팬인가 보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진보교육감과 이주호의 뉴스가 나온다. 진보교육감들은 검찰의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고, 이주호 장관의 직무이행명령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이주호 장관은 앞에서는 진보교육감을 욕하고 뒤에서는 진보교육감의 정책을 흉내내서 자기것인양 자랑하기 바쁘다.

특히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가장 애호되는 벤치마킹 대상은 같은 서울의 공기를 호흡하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으로 보인다. 2012년 들어서 교과부가 계속해서 곽노현 교육감의 정책들을 슬그머니 흉내내고 있다. 복수담임제, 스포츠 클럽, 학교폭력 학생간담회, 연극을 이용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개발 등.

문제는 겸손하게 베끼면 될 것을 나름대로 짜집기를 하면서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집행되기 전, 계획단계의 정책까지 먼저 가져가서 서둘러 내어 놓아 물타기, 아니 *물 타기를 하고 있다. 필경 서울시교육청에 *누리당측 빨대가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이주호 장관이 곽노현 교육감의 열렬한 팬인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가카 눈치를 보느라 대립하는 모양새지만 사람 속이야 어찌 알겠는가? 복수담임제, 스포츠 클럽 활동 강화 등등의 방안들이 이주호 손을 타자 얼마나 어처구니 없이 바뀌었는지 알 사람은 다 안다.

특히 3월 30일에 교과부가 발표한 "교사 행정업무 경감 방안"(교원정책과-3560) 을 보면 더욱더 그런 확신이 굳어진다. 사실 2011년 4월 까지만 해도 교과부에서는 "교사 잡무경감"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각종 공문서 감축, 정책사업 폐지, 연구시범학교 축소, 학교평가 간소화, 통계시스템 구축으로 학교에 자료요구 폐지 등 십수년째 반복되어 오던 이야기를 다시 늘어 놓았다.

하지만 2011년 5월부터 취임 후 10개월동안 실수만 연발하던 곽노현 교육감이 굳게 마음 먹고 시작한 사업이 "교원업무 정상화"였다. 이 방안이 이전의 업무경감, 혹은 잡무경감과 다른 점은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행정업무 자체가 교사의 업무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이를 교사의 업무에서 완전히 분리하여, 교사는 교육에 전념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오랜 관행이 없어지기는 힘들기 때문에 2012년도에는 우선 담임교사, 그리고 2014년까지는 모든 교사의 행정업무를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로드맵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위해 먼저 직무 분석을 해서 학교의 업무를 1) 교육(교육관련 업무란 모호한 용어가 아니라 단적으로 교육), 2) 교육을 지원하는 교무행정, 그리고 3) 일반 행정으로 나누고, 교사는 교육을 담당하고, 행정직원은 일반행정을 담당하며, 교무행정은 전담팀을 설치하여 담당하게 하되, 전담팀은 2012년도에는 비담임교사와 교무행정지원사1인, 2013년도 이후에는 교감, 교무부장, 교무행정지원사 2~3인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요지였다.

이 방안이 2011년 7월에 교육감 결재를 받았고, 2학기부터 강하게 추진해 보려고 했던 것인데, 그만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되는 바람에 진행이 상당히 늦어져서 2011년 12월 17일에야 교감, 교무부장 1000여명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총론은 임** 장학사, 초등은 한기현 선생님, 중등은 내가 대표 발제를 맡았다. 깔대기). 그래도 일선 교장, 교감들은 "뭐, 이게 되겠어?" 이러면서 학교에 적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었고, 아마 위대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교장 공모제나 학생인권조례 처럼 곽노현 교육감에게 빅엿을 날려 줄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곽노현의 가장 큰 선물인 교원업무정상화 방안은 일선 학교에서 교묘하게 물타기가 되면서 힘들게 힘들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럽쇼?  3월 30일. 우리의 이주호 교과부 장관께서, 우리의 리틀 가카께서 곽노현이 아니라 교장단에게 빅엿을 날리셨다.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 방안"이라는 공문을 통해 사실상 '서울시교육청 교원업무 정상화 방안'을 그대로 추인해 버린 것이다. 교과부 안이 얼마나 서울시교육청 안과 비슷한가 하면, 이건 사실상 표절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하다.

이번 교과부 안은 단순한 업무경감, 잡무해소를 넘어서 학교의 업무를 교육, 교육지원,일반행정으로 나누고, 교육은 교사가, 일반행정은 행정실이, 그리고 교육지원은 전담팀을 구성해서 하도록 되어 있다. 교무행정을 교육지원으로 용어를 바꾼 것 외에는 동일하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2011년 7월에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의 초안은 교감이 교무행정 전담팀을 맡도록 되어있었는데, 교감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한발짝 물러서서 교무행정 전담팀을 구성하고, 교무부장이 팀장을 맡도록 바뀌었지만, 이번에 나온 교과부 안은 교감이 팀장을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건 서울시교육청 안이 너무 보수적이라 이주호 장관께서 보다 진보적으로 나가길 지시하셨거나, 아니면 2011년 7월 서울교육청 안을 입수해 가지고 있다가 이번이 뚜닥뚜닥 고쳐서 발표한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어쨌든 항소심 눈치보며 미적대는 교장들에게 교원업무 정상화 방안을 밀어부칠 근거를 리틀 가카께서 만들어 주셨으니, 사실 쌩유베리마치다. 그러니 표절 같은 것은 크게 문제삼지 않겠다. 어쨌든 혁신에 도움을 주셨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왕이면 문서만 가져가지 말고 문서를 쓴 사람도 좀 데려가서 말을 듣고 따라했으면 좋겠다. 안 그러니 자꾸 결정적인 곳에서 앙꼬가 빠진다.

예를 들면 서울시 교육청 방안의 가장 핵심인 교무행정지원사 고용이 교과부안에서는 쏙 빠졌기 때문이다. 즉 전담팀은 구성하지만, 전담 요원은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허, 이게 웬 앙꼬빠진 찐빵인가? 게다가 이 공문 제일 마지막이 김빠지게 한다.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나 추진일정은 향후 통보" 뭐야 이거? 결국 당장 아무것도 안한다는 거잖아? 그럼 이게 보도자료지 무슨 공문이고 계획서란 말인가? 혹시나 했더니 역시 리틀 가카였다. 하지만 어쨌든 교과부조차 서울교육청 안을 사실상 받은 셈이니, 그리고 지금 그런 게 한 두개가 아니니 사실상 지금 교과부 장관은 이주호가 아니라 곽노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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