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위기: 복지 때문도, 경제 개방 때문도 아님

요즘 유럽에서 온 세계에 암울한 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루투갈, 스페인에 이어 이제는 이탈리아, 즉 G7급 까지 흔들거리고 있다. 듣자 하니 프랑스도 상태가 간당간당하다고 한다. 이를 보고 보수진영은 신났다. "거 봐라, 복지 대망, 거봐라 포풀리즘 쪽박"이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현재 흔들거리고 있는 나라들이 유럽에서 복지 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이며, 이 상황에서도 오히려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독일과 북유럽 나라들은 복지 투자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라는 것은 슬그머니 감추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 또 사회수업을 좀 해야겠다. 


실업율만으로 그 나라 경기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아직까지 실업율을 능가하는 경기선행지표는 딱히 나와 있지 않다. 그러니 실업율을 가지고 일단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판단해 보도록 하자. 지금 난리가 난 스페인과 그리스, 포루투갈, 아일랜드순으로 높다. 반면핀란드,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는 낮다. 특히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는 거의 완전고용 수준이다. 이들에게 유로존의 경제위기는 남의 일이거나 불똥이 튀는 것 정도로 보일 정도다. 그런데 이들 나라들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보다 흔히 말하는 유럽형 모델에 더 충실한 나라들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음 자료는 GDP 대비 복지비율이다. 거의 실업률 순위의 역순으로 나타난다. 실업율이 낮았던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핀란드 등이 복지비율이 높은 나라들이다. 반면 지금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 포루투갈, 스페인은 이들보다 복지비율이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스만이 복지투자 비율이 비교적 높은편이다. 지금 자꾸 그리스가 뉴스의 초점이 되는데, 그리스에 자꾸 국한되서 재정적자의 문제에 매몰되면 이것이 유로존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자꾸 놓치게 된다. 오히려 그리스보다 훨씬 덩어리가 큰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를 봐야 한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복지비율이 높고,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복지비율이 낮다. 따라서 둘을 합치면 0이란 말이다. 복지 포퓰리즘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아주 바닥이다.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운운의 말이 나오는게 신기하고 민망할 수준이다.

물론 복지비율이 높을수록 경기가 활성화된다라고 말할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복지 때문에 나라 망했다 등의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복지와 경제위기의 어떠한 직접 관계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 결과를 스캐터 플롯으로 그려본다면 아마 타원형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주로 좌파쪽의 주장을 보자. 이들은 흔히 시장화, 개방화, 세계화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유로존의 위기를 논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발달 수준이 미진한 나라들이 겁없이 강대국과 자유무역을 하면 결국 독일에게 뼈만 남기고 다 빨려먹고 펀더멘탈도 취약해져서 금융 투기세력에게 휘둘린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투기세력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주로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문제이고, 그 마저도 외국 금융투기세력 보다는 자기들 스스로 부동산 거품을 키우다가 터뜨린 면이 강하다.

게다가 폴 그루그먼이 지적한대로 유럽 국가들 간의 시장개방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유럽지역의 무역이 자유화되고 개방된 것은 1967년 브뤼셀 조약까지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독일이 다른 유럽국가들과의 무역을 통해 엄청난 흑자를 누적한 역사는 2000년 이후에야 시작된다. 그 전에는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이후에는 독일은 계속 흑자가 누적되고 다른 국가, 특히 PIGS는 적자가 계속되는 국면이 전개되게 된 것이다. 
 심지어 무역의 결과 독일로 돈이 쏠리는 현상은 비교적 같은 G7 국가인 영국, 프랑스와 비교해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 모든 나라들의 무역수지가 하향평준화 되면서 독일만 욱일 승천이다.


그렇다면 원인은 시장개방 그 자체가 아니라 2000년 이후에 도입된 어떤 다른 변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아 챘을 것이다. 그것은 유로화의 도입이다. 폴 그루그먼은 유로화가 생기기도 전인 1996년에 유럽이 단일 통화를 만들면 독일과의 무역 불균형 때문에 조만간 경을 치고 독일마저 난처해 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역시 노벨상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크루그먼은 왜 유로화의 도입이 독일과의 무역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결국 독일 이외의 나라들을 파산상태로 몰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to be continued...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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