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회장은 교육혼란이 걱정되면 대법원에 간섭하지 말고 교과부, 검찰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하라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양성태 대법원장을 만났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교총은 소위 보수적인 교원단체다. 교원단체라고 말을 하기는 하나 교사는 물론 교장, 교감, 장학사, 장학관, 대학교수까지 두루두루 회원으로 가입해 있어서 도대체 그들이 지키려는 교육이 어떤 교육인지 알기 어렵다.

주로 초중등교육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는 하나 정작 초중등교사의 목소리가 교총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회장도 주로 교수들이며, 정책실장이나 대변인 등도 교사가 아니다. 따라서 한국교총은 회원수에 비해 교육계를 대변하는 커버리지가 그리 큰 단체가 아니다. 사실은 일종의 이익집단이라 봐야 한다. 


그런 교총회장이 안그래도 대법관 청문회 때문에 1000건이 넘는 재판이 밀려서 정신없이 바쁠 대법원장을 찾아갔다. 실례도 이만저만 실례가 아니다. 게다가 찾아간 사유도 황당하다. "교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니 곽노현 사건의 선고를 서둘러 달라"라고 건의하러 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사법부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법관이 법과 양심에 의해서만 판결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도 법관에 대한 로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개인이 특정한 편향된 목적을 가지고 재판에 영향을 끼치고자 한다면 이는 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자를 처벌하기는 커녕 대법원장이 만나주었다는 사실은 도대체 이 나라가 얼마나 더 망가져야 하는지를 걱정하게 만드는 한심스러운 일이다. 만약 선고공판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법관을 사적으로 만날것이 아니라 그럴 이유를 공식적인 의견서로 작성하여 법원이 접수시키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걸 대법원장을 직접 만나서 전달하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대법원장을 만났다고 자랑질까지 해대는 작태는 이 나라가 자기들 몇몇 소수의 것이라고 자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여 법관의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법관은 심판을 함에 있어서 오로지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한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심리를 더 하는 것이고,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면 더 고민하는 것이고, 그건 법관이 결정할 일이지 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긴가민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사건은 어떤 합리적 의심도 없어야만 무죄라는 원칙이 따라 무죄로 판결나는 것이 당연하다. 


국회든 대통령이든 그 누구도 또 어떤 정치적, 사회적 단체, 매스컴 등도 법관의 재판에 간섭할 수 없다. 곽노현측도 그렇기 때문에 법관에게 직접 재판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지 않았다. 그게 헌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학자의 관점에서 법학회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수 있다. 이 경우도 법관에게 직접 제출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법원 연구관에게 제출되며, 연구관들이 이걸 분석해서 자료화 한뒤 그 자료가 법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서울법대 동문인 곽노현 교육감이 대법원장을 만난다면 조중동이 어떻게 나올지? 역사상 그 누구도 법관을 직접 만나서 재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없었다. 이건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쿠데타를 한 박정희 조차 적어도 대놓고 하지는 않은 일이다. 하기야 한국교총은 박정희보다 더한 독재자인 전두환에게 만수무강 병풍을 진상항 정도의 단체이니 그럴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방문을 받아준 대법원장의 행동은 안 그래도 사접불신이 팽배한 요즘 같은 시기에 결코 현명하다 할 수 없다. 이제 사람들은 곽노현 사건의 선고공판이 앞당겨지면 정상적인 법집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교총의 영향력이 작용했다, 따라서 보수집단, 사학재단의 영향력이 발휘되었다고 생각할 여지를 안게 되었다. 


지금 법원은 이미 선거 한참 끝난 다음에 일어난 일을 가지고 선거를 혼탁하게 했다면서 곽교육감을 단죄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곽교육감과 사사건건 각을 세워온 보수단체의 수장을 그것도 대법원장이 그것도 사전에 만났다. 더군다나 거기에서 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곽노현 재판이라는 매개외에 두 사람은 따로 만날 어떤 면식관계도 아니다. 그러니 국민들은 이걸 어떻게 보겠는가? 이렇게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여지를 만든 안양옥 교총회장은 일종의 국기문란을 행한 셈이다. 여기에 관련된 형법 조항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정통 교원단체의 수장임을 자랑하는 사람이 말이다. 


더더군다나 한심스러운 것은 그 까닭을 교육혼란이 우려스러워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안양옥 회장은 대법원을 찾아갈것이 아니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고발하던가 아니면 교과부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하라. 적어도 곽노현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혼란 없이 차곡차곡 잘 해나가고 있다. 혼란이라고 불리는 것들도 곽교육감 구속당시 이걸 뒤로 되돌리려던 이대영과 그를 배후조종한 이주호 때문이다. 그리고 시의회가 의결한 조례를 별 사소하고 해괴한 이유를 대가며 몽니를 행사한 이주호 때문이다. 오히려 학생이 교사를 때리고, 학교폭력때문에 잇따라 자살하는 대구 경북 울산 지역이야 말로 교육혼란 그 자체 아닌가? 그런데 교총회장은 그 문제에 대해 무슨 해결책을 내놓았나? 그 지역은 교총회원 비율이 높은 지역 아닌가?


이주호 장관이 2007개정 고육과정 발표하고 불과 며칠만에 교육과정 다 뜯어고치고 2009개정교육과정 강행해서 학교를 아수라장을 만들때 교육혼란을 걱정하는 교총회장은 어디 있었나?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집중이수제니 뭐니 해서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들때, 그리고 1년만에 이번에는 집중이수제 안한다고 또 난장판으로 만들때 교총회장은 어디 있었나? 개학을 2주 앞두고 갑자기 체육 시수를 두배로 늘리라고 고과부장관이 억지를 써서 학교마다 다 짜 놓은 시간표를 발칵 뒤집어 놓을때 교총회장은 어디 있었나? 검찰이 학교폭력을 빌미로 교사를 사법처리한다며 으름짱을 놓고, 심지어 학생과 담임교사를 대질심문하는 만행을 저지를때, 교총회장은 어디 있었나?


자, 교육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멀쩡한 도종환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빼라고 했다가 다시 빼지 말라고 하는 이 혼란은 또 무엇인가? 그때 교총회장은 의견 하나라도 낸 적 있는가? 이게 지금 교육혼란을 걱정하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

그러니 안양옥 교총회장은 교육혼란이 걱정되면 주제넘게 대법원에 압력 행사할 반헌법적 행위를 하지 말고, 교과부 앞이나 검찰청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라. 굳이 곽노현 재판이 늦어지는게 문제라고 생각되면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나 국회로 가라. 지금 곽노현 교육감이 기소된 법조항의 위헌성 여부가 심리중이며, 대체입법이 준비중이다. 이런 법조항을 가지고 섵부르게 판결 내리려는 법관은 없다. 만약 그랬다가 나중에 위헌이 되거나 대체입법이 되면 골치아프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와 국회의 일정이 빨리 진행이 되어야 대법원에서도 그 다음에 움직일 것이다.

자, 안양옥 교총회장에게 좌표가 주어졌다. 1)교과부, 2)검찰청 3) 헌법재판소 4) 국회. 그리고 좌표가 주어졌으면 주제넘게 높은 사람 만나면서 생색내지 말고, 성실성과 겸손함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인 단식 농성이라도 하던가 해라. 그게 교육혼란을 걱정하는 사람의 자세다. 말로 하는 걱정이야 누가 못하겠는가?

그리고 안양옥 회장은 한국교총 회장이지 서울교총 회장이 아니다. 전교조도 서울교육감 상대는 서울지부장이 하지 위원장이 하지 않는다. 그러니 역시 안양옥 회장은 교과부를 상대해야지 서울교육청 일은 서울교총에게 맡기라. 하긴 그러자니 조직이 실체가 없지?

참, 안양옥 교수는 같은 체육과 교수인 박명기 교수에게 혹시 후보 사퇴한 다음 밥이라도 한끼 사주면서 "사퇴하느라 맘고생 심했어." 이런 덕담이라도 한 마디 하면 곽노현 교육감과 똑같은 혐의로 기소될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이 법이 이따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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