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은 학교폭력 예방에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른다 ㅠ

곽노현표 교육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업으로 온 동네에 선전했던 학교폭력 예방 교육연극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연구원으로서 나의 본분은 미리 설정해둔 통제군과 처치군에 뿌렸던 설문지를 수합하여 통계처리 하는것.

사전사후검사가 포함되어 있어서 설문지 문항은 100개가 넘고, 이걸 200명 이상 코딩하자니 일주일간 어깨가 빠질뻔 했다. 막상 코딩에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이지만, 분석 시간은 두어시간 남짓. 오 컴퓨터의 위력이여.

그런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가설은 피해자에 대한 방어자 성향의 증가를 종속변인으로 하고, 교육연극 참여 여부를 독립변인으로 하고, 정서적 공감능력의 증감을 매개변인으로 하는 모델을 검정하는 것이었다. 즉 교육연극이 학생들의 정서적 공감능력을 향상시키고, 이렇게 향상된 공감능력으로 인해 피해자의 고통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피해자를 위한 방어자 성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피해자를 지키려는 학생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학교폭력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런데 왜 이상한 결과냐 하면 교육연극이 학생들의 정서적 공감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가설이 기각되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정서적 공감능력은 향상되기는 하였으나 교육연극 참여 여부와는 무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연극의 참여여부가 피해자에 대한 방어자 성향에는 거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교육연극이 학교폭력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큰 가설은 검정되었지만, 그 세부적인 메카니즘에 대한 가설은 기각된 것이다.

효과가 확인되었으니 된거 아니냐 하겠지만, 이게 연구자 입장에서는 무척 난감한 상황이다. 효과가 있기는 있었으나, 당초 예상했던 메카니즘으로 설명이 되지 않고, 결과만 좋게 나왔으니 장님 문고리 잡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의 효과가 검정되었으니 입에 귀에 걸리겠지만, 학자의 입장에서는 왜 그런 효과가 나왔는지를 수립해둔 모델로 설명할 수가 없으니 낙담 천만이다.

아무래도 훨씬 더 맣은 배경변인을 수집했어야 한 모양이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이미 100문항이 넘은 설문지인데, 뭘 더 투입한다면 아마 풀지도 않고 1자로 그어 버렸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버린 불량응답이 10명 가까이 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 긴장도 같은 변인들을 같이 투입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연극과 같은 문화예술활동이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나 긴장도를 완화하여 폭력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후약방문 같은 가설이 자꾸 떠오르니 말이다. 게다가 학생들의 긴장도와 일탈행동의 관계에 대한 관련 배경이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측정하지 않은 변인은 도리 없다.

좋다. 이럴때 쓰라고 모든 논문에는 "후속연구 제언"이란 부분이 있는 것이다. 후속연구다, 후속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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