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만 되면 발뻗고 잘줄 알았더니

몇 해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일이다. 그 학교에 "돌아이"라는 꼬리표를 단 교장이 부임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교장될 가망이 없었는데, 명예퇴직 바람과 정년단축 덕분에 교장들이 많이 퇴임하여 자리가 난 것이다.

이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별별 또라이 짓으로 사람들을 아연케 했다. 교무실에서 아침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킨다거나, "여자들은 군대에 안 갔다와서 애국심이 없다"고 대놓고 말한다거나, 유스호스텔에 하도 많은 뇌물을 요구해서 도리어 그 쪽에서 계약을 거부해 수련회가 무산되게 만든다거나.... 심지어 학교 돈 교묘히 떼어먹을때 공범자가 되기 마련인 행정실장 조차 "해도해도 너무하시는 거 아니냐"면서 분노하기까지.

이렇게 또라이 짓을 하니 당연히 교사들의 저항도 엄청났다. 사사건건 마이크잡고 일어서는 교사들이 속출했고, 당시 막 합법화 되었던 전교조에 가입하는 교사들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오죽하면 전교조 분회장을 경선으로 뽑았을까?

물론 이런 또라이 교장에게도 비비는 딸랑이 교사들은 있었다. 게중에는 '나름 지적'인 사람도 있었고, 그 교장과 비슷한 수준인 또라이도 있었다. 나름 지적인 사람은 연구부장이 되었는데, 그가 교장에게 딸랑이가 된 이유는 결국 점수가 필요해서였다. 그에게는 또라이든 훌륭한 인격자이든 질적 차이가 없었다. 단지 교장이면 되었다. 그런데 그 나름 지적인 사람은 결국 딸랑이 노릇을 포기했다.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가 아니다. 워낙 교장이 또라이로 찍혀있다보니 학교가 점수되는 프로젝트를 받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왕수'를 받더라도 가산점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 법. 결국 그는 장학사가 되는 쪽으로 승진코스를 변경했다. 교장은 장학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추천서'를 써주지 않음으로써 복수했지만, 서울사대 출신의 연구부장은 유유히 교육청에 있는 장학관에게 추천서를 받아서 제출했다. 그는 하버마스의 용어를 빌리자면 인지적 합리성만 편벽되게 발달한 왜곡된 이성이었다.

이렇게 딸랑이에게 배신당한 교장은 거의 폭주모드로 변경되었다.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페인트로 "교장전용"이라는 글씨를 칠하라고 요구해서 기능직 직원들의 빈축을 샀고, 학생들이 듣는지도 모르고 "내가 덕이 없어서 이딴 학교에 부임했다"고 말하다가 그게 학교 홈페이지 올라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마침내 그는 직원조회에서 화를 버럭내며 "교장만 되면 발 뻗고 잘줄 알았더니 이게 무슨 꼴이냐"고 외쳤다. 아, 그는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교장이 몹시도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평생의 꿈이 교장이었고, 교육자의 소명은 가르치는게 아니라 교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교장이 되면 모든 목표를 달성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 일 안하고 마음껏 학교를 농단하고 돈을 떼먹으면 되는 줄 알았나 보다.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며 쾌감만 즐기면 되는줄 알았나 보다.

그런데 어찌하려? 한국 사회에서 교장이란 실제 그런 존재인걸.... 그 또라이 교장의 잘못이라면 그런 생각을 교묘히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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