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통령과의 대화(5)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고 사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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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주: (약간 비꼬며) 당선인의 진정성은 이만하면 충분히 알겠으니, 이제는 현실로 좀 돌아오시죠? 지금이 선거판도 아닌데 웬 감성정치를 하십니까?

나교수: 저어, 이장관님. 예의를 갖춰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감정적인 발언은 좀 자제해 주시고요.

이홍주: 그럼 차분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학부모들의 생각이 아무리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어쨌든 사교육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지 않습니까? 지금 당선인께서는 사회학이 전공이신데, 마치 윤리학이 전공이신 분처럼 말씀하고 계십니다.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관을 아무리 비판하고 각성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 저도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당장 현실의 사교육비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답은 한 세대 뒤의 비전 보다는 5년 이내에 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일겁니다.

송혁재: 그래서 요지가 뭡니까? 이 장관께서 몇 해 전에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라고 내셨던 거 그거 지금 공치사 하시려는 겁니까? 학교마다 사교육비 얼마 쓰는지 학생들한테 물어보라고 공문보내고, 그럼 학교는 적당히 낮춰서 보고하고, 그걸 가지고 사교육비 경감했다고 자랑하던거 그거 말씀하십니까? 그래서 그걸 바탕으로 진보 정부에서도 혹시 장관 한 번 더 하실 수 있나 꿈이라도 꾸시나요?

나교수: , 송선생님도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 그럼 이제 자연스럽게 주제가 넘어가게 되는데요, 이 장관님 말씀은 사교육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교육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현재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당장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 이런 문제제기로 받아들도록 합시다. 당선인께서도 당장의 고통을 외면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고요, 그렇다면 당장 현실의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자모: 제 생각에는 결국 이 문제는 결국 공교육의 질이 낮아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해결책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죠.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학교를 싹 물갈이 해야 합니다. 솔직히 너무 고리타분하고, 너무 못 가르치는 실력 없는 선생님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우리 학부모 입장에서는 세금이랑 등록금이 너무 아까울 지경이잖아요? 학교가 제대로 못 가르치니까, 이걸로 될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거고, 결국 그것 때문에 학원엘 다니게 되고, 그래서 사교육비가 올라가는 것이잖아요? 학교가 잘 가르치고, 열심히 하면 누가 학원에 보내겠어요?

이홍주: 옳은 말씀입니다. 지금 우리 현실이 어떻습니까? 실력 없는 교사들이나 실력 있는 교사들이나 월급 똑 같이 나오지 않습니까? 고용도 똑 같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또 잘 가르치는 학교나 완전 엉망진창인 학교나 고교평준화 덕분에 빈자리 없이 학생들 다 배정 받으니 어느 학교도 잘 가르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원평가를 아주 강도 높게 시행해서 교사들을 경쟁 시키고, 학교 정보 공개와 고교 선택제를 통해 학교들을 경쟁시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사교육이 왜 품질이 높습니까? 제대로 안하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퇴출되기 때문입니다.

송혁재: (발끈하며) 아니, 이 보세요. 교원평가 하면 실력 없는 선생들이 가려진답니까? 학교 정보공개하고 고교 선택제 하면 학교가 좋아진답니까?

오자모: 그럼 실력 없는 선생들을 그냥 이대로 두자고요?

송혁재: (비아냥 거리며) 그런데 선생들 실력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어머님이 선생들 실력을 재 보기나 하셨어요?

오자모: 그러니까 교원 평가를 하자는 거 아니에요?

송혁재: 누가요? 누가 누굴 평가하죠? 부정부패의 상징이 된 교장, 교감, 교육관료들이 하나요? 퍽도 잘 되겠습니다. 교장, 교감이 교사들한테 평가 잘해 줄테니 돈 내놔라 이런 짓 안하면 다행이겠습니다. 아니면 학부모가 하나요? 평소에는 자녀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그냥 비싼 돈 들여서 학원 보내 놨으니까 뭐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다가 일 년에 한 두 번씩 학교에 가서 이벤트 같이 꾸민 수업 한 두 번 찍 스쳐 보고서 그걸 가지고 평가하신다고요?

우부친: 아니, 그럼 그렇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지금 우리나라 학교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동료 교사들에 대해 만족 하십니까?

송혁재: 물론 저 역시 학교에 문제 많은 교사들이 없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자모: 그게 다 철 밥그릇 때문에 그렇다니까요.

송혁재: (발끈하며) 철 밥그릇, 철 밥그릇 하시는데, 뭐가 철 밥그릇입니까? 남들 10년에 받을 거 2030년에 나누어서 받는 게 철 밥그릇인가요? 그럼 집에 가서 사기 그릇, 은 그릇 다 내다 버리시고, 철 밥그릇에 어머님들이나 밥 많이 말아서 드세요. 너무 많이 드셔서 배탈이나 나지 마시고. 이게, 무슨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야지. (교육 대통령을 바라보며) , 보시죠. 당선인께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끌고 들어온다고 하니까 꼴뚜기야 망둥이야 다 일어나서 경쟁 타령 아닙니까?

교육대통령: 아니, 제가 무슨 신자유주의 정책을 가지고 왔다고 그러십니까? 거 송 선생님은 아직도 신자유주의 딱지놀이 하십니까? 이거 조짐이 영 안 좋은 걸요. 지난 번 노무현 대통령 때 처럼 전교조는 제가 취임하자마자 퇴진운동 하겠군요.

(웃음)

나교수: (둘을 말리며) , 다들 진정 하세요.

원정규: 제가 잠깐 말씀 드려도 될까요?

나교수: , 물론입니다.

원정규: (오자모에게) 우선 어머님께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어머님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계십니까?

오자모: 당연한 거 아니에요? 1 하나, 2 하나, 두 아이 학원비로 한 달에 백만원도 넘게 나가고 있다고요. (수다조로 바뀌면서) 애 아빠 월급은 300만원 밖에 안되는데, 주택 융자에 뭐에 갚고 나면, 요즘 안 그래도 물가도 비싼데....

원정규: (말을 끊으며) , . 확실히 상당히 부담이 되시겠군요. 그런데 그럼 왜 그렇게 부담을 느껴 가면서까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는 거죠?

오자모: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학교 공부만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잖아요? 학교에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만큼 잘 가르쳐 봐요. 그럼 학원에 왜 보내요?

원정규: , 그러니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란 말씀이시죠?

오자모: 당연하죠.

원정규: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지금 전국에 고등학교가 모두 10개가 있고 각 학교마다 학생이 100명씩 있다고 합시다. 그럼 전국에 고등학생이 모두 1000명이죠? 그리고 모든 학생이 가기 원하는 좋은 대학에서 해마다 100명을 뽑는다고 합시다. 그럼 경쟁률은 1:10이죠? 그렇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900명은 그 대학에 갈 수 없는 거죠?

이홍주: 갑자기 뭔 말씀이십니까? 지금 좌파들 고정 레파토리인 서울대학 폐지, 국립대 네트워크안 주장하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대학 평준화 하자고요?

원정규: 하하, 너무 넘겨 집지 마시고요. 제가 드리는 말은 어쨌든 현재 대학 서열이 있고, 소위 명문대 정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어떻게 해도 일정 비율의 학생들은 붙고, 일정 비율의 학생들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노래 부르는 서연고서성한이중경외시동건홍숙 이 열다섯개 명문대 합격생의 비율은 기껏해야 5~6%입니다. 그러니 95%는 이 대학들에 들어가지 못한단 뜻이죠. 다시 말하면 이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보다 불만인 사람이 19배 많다는 뜻입니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소용없죠. 제도를 이렇게 바꾸면 이쪽 95%가 불만이고, 저렇게 바꾸면 저쪽 95%가 불만일 것이란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홍주: 그건 그렇습니다만.....

원정규: 그리고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는 뭘 얼마나 배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앞에 서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겠죠?

이홍주: (마지못해) 그렇습니다.

원정규: 그럼, 이렇게 한번 생각 해 보죠. 만약 공교육 학교에서 12년 동안 덧셈과 뺄셈만 가르친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곱셈과 나눗셈을 할 수 있는 학생은 대열의 제일 선두에 서서 명문대학에 갈 수 있게 되겠죠? 곱셈을 할 줄 알면 아주 복잡한 덧셈을 쉽게 풀 수 있으니 다른 학생들 보다 훨씬 덧셈도 잘 할테니 말입니다.

오자모: 그렇겠죠.

원정규: 그런데 만약 곱셈과 나눗셈이 교육과정에 들어있지 않다면요?

오자모: 그럼 학원에서 곱셈, 나눗셈 배워야죠.

원정규: 그렇다면 학원에서는 곱셈, 나눗셈 수준의 사교육만 하겠군요. 그런데 만약 학교에서 미분, 적분 그리고 기타 고등 수학까지 가르치면 어떻게 될까요? 어차피 상위 5% 안에 드느냐 마느냐 하는 경쟁이니까, 미분, 적분, 고등 수학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보다 좀 더 해야겠죠? 그럼 학원에서 아주 어려운 수학을 배워야겠죠?

오자모: 그럼요. 남들하고 똑 같은 거 해 가지고 어떻게 오퍼센트 안에 들겠어요?

원정규: 그렇다면 이거 이상해지지 않습니까?

오자모: 뭐가요?

원정규: 곱셈, 나눗셈 가르치는 학원하고 미적분, 고등수학 가르치는 학원하고 어느 게 더 비싸고 또 어느게 더 오랜 시간동안 다녀야 하겠습니까?

오자모: 그야 당연히 미적분, 고등수학 가르치는 학원이죠.

원정규: 그렇다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많고 수준이 높을수록 학생들은 더 비싼 학원에 다니면서 더 힘든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거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줄이고 수준을 낮추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되는 셈이군요.

오자모: 어머 그건 순 궤변이세요!

원정규: 인정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문제 제기가 잘못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궤변에 말려들게 되는 겁니다. 애초에 학교에서 배운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는 그 설정이 잘못된 것입니다.

오자모: 그럼 뭔가요?

원정규: 우리 한 번 솔직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머님이 못마땅해 하시는 건 자녀가 배우는 게 신통치 않아서입니까 아니면 자녀의 등수가 신통치 않아서입니까?

오자모: 그게 어떻게 구별 될 수 있나요?

원정규: 당연히 구별 되죠. 상당수 학부모들은 자녀가 뭘 배우는지 모릅니다. 또 관심도 없죠. 자녀가 공부하는 교과서, 공책을 유심히 살펴본 학부모는 아주 소수일겁니다. 하지만 자녀의 등수는 잘 알고 있죠. 또 민감하고요. 그래서 학생들의 석차를 매기지 않는 초등학교에 답답함을 느껴서 학원 등수라도 알아야 자녀의 공부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실정이니까요.

오자모: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그거 같은데요?

원정규: ... , 생각해 보십시오. 아드님이 공부를 잘 하십니까?

오자모: 잘 하긴요. 겨우 반에서 3~4등 하는데.

원정규: 그럼 더 잘하는 아이가 누군지는 아십니까?

오자모: 이지연이란 애가 늘 1등이더라고요.

원정규: 좋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아드님이 잘 배웠는지 못 배웠는지 뭘 얼마나 배웠는지 확인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학교의 교육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귀댁의 자녀가 그 목표에 도달했는지 확인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오자모: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원정규: 그럼 뭘 보고 학교에서 배운 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학교에서 가르치겠다고 목표로 제시하고, 또 국가가 공교육을 통해 가르치겠다고 목표로 제시한 것과 자제분의 현재 상태를 비교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학교에서 배운 게 부족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습니까?
지금 어머님이 아시는 건 등수 뿐이로군요. 그렇다면 사실은 학교가 제대로 못 가르쳤다기 보다는 단지 자제분이 지연이보다 등수가 더 뒤라는 게 문제였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연이가 아드님과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사한테 배우는데도 늘 공부를 더 잘한다면, 그건 지연이가 공부를 더 잘 하는 것이지, 더 좋은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자모: 그거야, 지연이가 어디서 더 좋은 학원을 다녔었나 보죠. 그렇지 않고서야.

송혁재: (버럭 화를 내며) 그 까닭 없는 왜곡된 평등주의가 문제란 말입니다. 평등과 동일함을 구별하지 못하는!

오자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민주주의 국가잖아요? 더구나 진보라는 분이 평등을 부정하시나요?

원정규: 아 물론 나는 평등을 옹호합니다. 하지만 송선생님의 말씀은 이런 뜻일 겁니다. 평등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다는 관점이 아니라는 것이죠. 저마다 타고난 능력과 소질이 있기 마련이며, 그건 다 다르며 사실 달라야만 합니다. 다만 같은 능력과 소질을 가진 사람이 다른 이유로 인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겠죠. 또 아무리 능력이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사람으로서의 권리는 모두 차별 없이 누려야 하겠죠. 이게 평등입니다. 여기에 동의하십니까?

송혁재: 그게 내 말입니다.

오자모: 그렇겠네요. 잘난 사람도 있고, 못난 사람도 있고.

원정규: 예를 들면 여기 계신 우리 당선인께서는 잘난 사람에 속하고, 따라서 그 보다 못한 저보다 더 훌륭한 대우를 받겠죠? 만약 제가 당선인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다면 그건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교육대통령: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오자모: (약간 감정적으로) 물론이죠. 댁은 일개 교수에 불과하고, 저 분은 대통령이잖아요?

원정규: (낚였다는 듯이 씩 웃으며) 저하고 당선인의 차이는 이렇게 쉽게 인정하시면서 어째서 아드님과 지연이의 차이는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십니까? 저하고 당선인의 능력은 다르다고 하시면서 아드님이 지연이와 같은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한사코 믿고 계시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자모: (화를 내며) 정말 듣자듣자 하니 너무 하시네요. 서울대학생들은 공부만 잘하지 인간성은 정나미가 떨어진다더니, 교수님 보니까 정말 그러네요!

원정규: 아니 그걸 그렇게 잘 아시면서 왜 한사코 아드님을 거기 집어넣으려고 사교육비를 들이십니까?

오자모: 됐어요. 이제 대통령님 말씀 들을 겁니다.

나교수: .. 분위기가 좀 과열 된 것 같은데요. 그럼 당선인께 마이크를 넘겨 보겠습니다. 당선인께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공교육의 질 향상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교육대통령: (약간 겸연쩍어 하며) 이거, ,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송구스럽게도 저는 이 분위기를 조금 더 험악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공교육의 품질이 낮아서... 사실 이거 참 마음에 안 드는 표현입니다. 공교육이 품질을 매기는 상품취급을 받는다면 거기서 만들어지는 우리 아이들은 뭐가 됩니까? 아이들이 제품입니까? 하여간 그렇다 치고 공교육이 시원찮기 때문에 사교육이 늘어난다는 그런 논리가 학부모님들 사이에서는 마치 뉴턴의 법칙인양 공유되고 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나는 이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홍주: 아니, 당선인께서는 지금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시겠다는 겁니까?

교육 대통령: 엄연한 현실이라고요? 저는 사회학자라 증명되지 않은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지금 이게 말이 되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먼저 옳은 것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첫째, 우리나라 공교육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둘째, 공교육의 수준이 높아지면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이게 다 입증된 사실인가요, 아니면 막연한 통념일까요?
 
우선 첫 번째 문제부터 보죠.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과연 수준이 너무 형편없어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일까요?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정말 그렇게 실력이 없는 것일까요? 물론 그런 부분도 아주 없다고는 자신 있게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저도 교사로 20년이나 봉직했지만, 정말 월급이 아까운 교사들이 꽤 있었습니다. 물론 참으로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선생님도 있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주 뛰어나지는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자기 월급 받는 만큼은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우부친: 아니, 그럼 지금 학부모들이 학교를 모함하고 있다는 것입니까?

교육 대통령: 모함한다기 보다는 누군가의 모함에 막연하게 넘어가고 있다고 봐야겠죠. 우리나라 공교육의 질이 낮고, 학교 선생님들이 제대로 못 가르친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 중 실제 그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보거나 교재를 읽어보신 분들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대개는 자녀의 성적, 아니 등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까 선생님의 실력을 탓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자녀의 등수가 기대 이하인 것이 과연 선생님 탓일까요? 그 선생님은 여러분 자녀의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전교 1등 짜리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자녀가 잘 못한 것은 선생님 탓이고, 전교 1등 짜리는 학원 덕분인가요? 게다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는 학생의 타고난 기질적인 특징, 이를테면 건강, 지능, 성향, 적성 따위의 것들, 학생의 학업 동기, 그리고 학생이 생활하는 가정이나 지역의 분위기나 환경 같은 것들의 영향력이 결정적입니다. 교사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죠.

오자모: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교육 대통령: 예를 들어 척추가 약해서 오래 앉아 있으면 쉽게 피곤해지는 학생이 건강한 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 하기는 어렵겠죠? 또 매사에 의욕이 없거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학생 역시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더라도 형편없는 성적을 거둘 것입니다. 또 부모가 집에서 TV 막장 드라마나 걸 그룹 쇼프로나 보는 가정의 자녀가 부모가 여러 가지 고상하고 지적인 활동을 하는 가정의 자녀보다 공부를 더 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자녀에게 부정적인 평가로 일관하는 부모, 자녀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 역시 자녀가 좋은 성적 올릴 것이라는 꿈은 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부모님들이 학교가 어쩌니, 교사가 어쩌니 하면서 내뱉는 불만 가득 찬 말들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습니다. 이건 마치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안하고, 온 동네 패스트푸드는 다 사 먹다시피 하면서 자기가 비만해지고 건강이 나빠진 것이 식당의 영양사, 헬스 클럽 트레이너 탓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이홍주: 그러니까 결국 교사들한테 면죄부 주겠다는 거잖아요?

교육 대통령: 교사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요인들에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고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교사에게 교육 성취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우부친: 아니 그럼 선생한테 따지는 것도 자격이 있어야 합니까? 학부모 자격증이라도 만드시렵니까?

교육 대통령: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는 단지 부모가 아닙니다. 학부모의 자가 괜히 활자가 남아서 붙인 것은 아니란 말씀입니다. 학부모는 단지 돈을 내고 교육 서비스라는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교사와 함께 자녀를 훌륭한 시민으로 키울 의무를 가진 공동의 교육자입니다. 그래서 부모입니다. 따라서 부모이기만 하다고 모두 학부모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와 함께 공동 교육자로서의 책무를 다 할 때 비로소 학부모가 되며 다른 공동 교육자인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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