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통령과의 대화(6) 사교육 문제는 결국 반칙을 써서라도 이기려는 경쟁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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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모: 그래도 저는 학교 교사들이 좀 물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육 대통령: 안타깝게도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몰아낸다 쳐도 그들을 대신할 다른 인력이 충원되어야 할텐데,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 그들을 대신할만한 인력은 흔치 않습니다.

이홍주: 거 무슨 근거 없는 소리를 하십니까? 자녀 깨나 길러 봤다는 아주머니들 모임에서도 혹은 직장인들 술자리에서도 걸핏하면 실력 없는 교사가 안주거리로 올라가는 판에? 그래서 다들 내가 해도 그거보단 더 잘하겠다 이러잖습니까? 대신할만한 인력이 흔치 않다는 증거라도 대 봐요.

교육 대통령: 적어도 술자리 교육학 보다는 정확한 증거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윤여탁 교수가 국립국어원의 의뢰로 작성한 교사의 국어능력 실태조사용역보고서를 예로 들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결과는 교사 입장에서는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교사들의 국어능력이 고작 100점 만점에 65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문에서도 교사의 국어 능력이 65점이라니 하면서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지금 있는 선생들 모두 몰아내야 한다, 자격 없다 이런 말도 나왔죠
그런데 그 이면을 보면요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우선 일반 공무원의 경우는 55점이었습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아시죠? 그런데 그 공무원보다 교사들은 무려 18%나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직접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윤여탁 교수는 일반인은 40점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물론 교사의 국어 능력이 65점에 불과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나마도 일반인보다는 무려 33% 이상 높은 점수라는 것입니다. 65점에 불과한 만족스럽지 못한 교사들이 그래도 우리나라 안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집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썩 만족스럽지 못한 교사들을 퇴출시킨다 하더라도 그들을 몰아낸 자리에 그들보다 더 나은 교사를 충원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물론 임용고시 경쟁률이 보여주듯이 교사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충원한다고 해서 딱히 더 나은 대안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이는 교사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 보다는 우리 국민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우나 고우나 지금 우리는 현재 우리들 중 가장 우수한 집단을 교사로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자모: 학원의 스타 강사나 인기 강사들을 학교로 보내면 되죠?

교육 대통령: 하하하! 그렇게 하면 아마 최악의 결과가 올 겁니다. 학원 강사들이 대체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온 사람들인지 검증해 보셨습니까? 그 까다로운 스크린 과정을 거쳐 온 교사들도 믿지 못하는데, 아무런 제도적 선발 장치도 없는 학원 강사에 대한 그 맹목적 신뢰는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결국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저는 공교육의 질을 높여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한다는 주장은 별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결론짓습니다. 물론 일부 탁월한 사교육 기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균을 내면 사교육의 수준이 공교육의 수준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사교육 문제는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서 일어난 문제가 결코 아닌 것입니다.

이홍주: 그럼 대체 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교육 대통령: 저는 우리 나라 사교육 문제는 공교육의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교육의 통제력이 너무 강하고, 그것 때문에 단순한 위치재 경쟁이 가능해져서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교수: ... 죄송하지만 여기는 대학교 강단이 아닙니다. 조금 쉬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교육 대통령: , 죄송합니다. 그럼 좀 쉽게 사례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위치재라고 하는 것은 경제학 용어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야만 가치가 결정되는 재화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가수의 콘서트 장에 있다고 합시다. 이때 여러분이 앉아있는 좌석의 가치는 그 자체로는 알아낼 수 없습니다. 다른 관객들에 비해 얼마나 가수가 잘 보이고 소리가 잘 들리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치가 매겨지죠
그런데 저 앞줄의 관객이 가수를 더 잘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그 뒷자리 관객의 좌석은 가치가 이 됩니다. 그럼 도리 없이 그 사람도 일어서야겠죠. 그럼 그 뒷 사람도, 그 뒷사람도, 결국은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서야만 할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 많은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노고를 보탰음에도, 거기 있는 좌석의 가치는 모든 관객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을 때에 비해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리에서 일어서느라 들인 노고는 낭비된 셈이 됩니다. 이때 누군가가 의자에 올라서기라도 하면 이번에는 모두 의자에 올라서는 노고를 추가해야 하지만 그 결과 어느 좌석도 가치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누가 사다리를 가져와서 올라설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이런 식의 경쟁이 음악 소리를 개선할까요? 그렇지는 않죠. 다만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 듣고, 잘 보려고 했을 뿐, 전체적인 음악이나 공연의 질에는 하등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이 경쟁에 들어가는 노력은 경제적으로 낭비가 되는 셈입니다. 저는 우리 나라의 사교육이 이런 위치재 경쟁이라고 보는 겁니다.

이홍주: 위치재가 뭔지는 나도 알아요.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교육 대통령: 우리 나라에서는 모든 학생이 똑 같은 시험을 쳐서 그 점수로 순위를 매깁니다. 그리고 그 순위에 따라 대학에 들어가죠. 똑 같은 시험을 치면 결국 누가 유리하겠습니까? 한 번이라도 수업을 더 들은 학생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학교에서 한번 듣고, 학원에서 또 한 번 듣습니다. 그럼 다른 학생보다 유리해 지겠죠?

오자모: 아니죠. 학원 안 다니는 애들이 어디 있어요? 다른 학생들도 어차피 다 한번 씩 더 듣게 되니까 그게 그거 아닌가요?

교육 대통령: 그럼 이제 다른 학생보다 유리해 지려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을 더 들어야겠죠? 그리고 이런 일이 계속되면 7시까지 학원, 아니 9시까지 학원, 아니 11시까지 학원, 아니 새벽 1시까지 학원, 이렇게 점점 학원에서 보충 학습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물론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게 될 테니 아주 쓸 데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하지만 공부시간, 교육비를 투입하는 정도에 비하면 참으로 비경제적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홍주: , 그러니까 어떻게 해결 하냐고요?

교육 대통령: 이미 제가 드린 말 속에 해답이 들어 있습니다.

이홍주: 선문답 하십니까?

송혁재: (참다 못해) , 정말 답답하시네요. 지금 핵심은 모든 학생이 똑 같은 시험을 쳐서 한 한 줄서기를 한다는 게 문제라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학생들이 서야 할 줄이 한 줄이 아니라 열 댓가지쯤 된다고 해 보세요. 그럼 줄 앞에 서기 위한 경쟁도 좀 더 건전해질 것이란 말입니다.

교육 대통령: 송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대로 말씀해 주셨네요. 좀 더 풀어서 말씀드릴게요. 현재 우리나라는 성공으로 이르는 길, 혹은 그렇다고 어른들이 믿고 있는 길이 단 한 줄 뿐입니다. 대입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명문대에 들어가는 코스 한 줄이죠. 그런데 이 줄에서 상당히 앞에 위치하지 않으면 선택되기가 어렵죠. 그러니 이 줄 앞쪽에 서기 위해 서로 밀치며 다툽니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어떻게 이 줄 앞에 서느냐이기 때문에 이 경쟁은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온갖 반칙이 난무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바로 이런 반칙의 일종임은 앞에서 밝힌 바 있고요.
그런데 줄을 여러 줄로 만든다면, 그리고 이 줄의 방향도 서로 제각각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은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런 길을 향해 가는 줄에 서게 될 것입니다. 여러 줄로 나누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은 굳이 앞자리에 들기 위해 무리한 경쟁을 하지 않으며, 다만 그 줄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계속 학교 공부를 반복, 재생산 하는 학원 공부에 새벽 1시까지 매달리기 보다는 그 시간에 심신을 수양하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기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교육비 문제는 해결됩니다. 수요가 줄어들 것이니 가격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우부친: 그게 과연 될까요? 우리나라는 학벌사회입니다. 결국 명문대를 나와야 성공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교육 대통령: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선입견이죠. 또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그렇지 않게 만들 것입니다. 대학들의 종류도 다양하게 만들 것이며, 고등학교의 종류도 다양하게 만들 것입니다. 지금 전국의 고등학교 중 70%가 일반계 고등학교입니다. 즉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고등학생 중 70%가 아카데믹한 직업의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단지 30%만이 실질적인 직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건 마치 전 국민의 70%가 양반이었던 조선 말기의 망국적인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이건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불균형입니다. 저는 이 비율을 차차 줄여서 40% 선까지 낮출 생각입니다.

오자모: 그럼 고입 경쟁이 격화되지 않을까요? 다들 인문계 고등학교 가려 할거니까요.

교육 대통령: 물론 이건 일반계 고등학교-대학교 로 이어지는 트랙이 전문계 고등학교- 전문대 혹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트랙보다 딱히 더 나을 것이 없도록 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즉 일반계 고등학교- 대학교 트랙은 아카데믹한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큰 메리트가 없도록 만들 것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뭔가 돈되고 실용적인 직업에 종사하려면 전문계-직업계 고등학교 트랙을 타야만 하도록 말이죠. 사실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아주 사소한 업종에 종사하려 해도 직업학교를 나와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구태여 대학에 가려 하지 않는 퐁토가 정착되었죠. 이렇게 가야 합니다.
물론 이건 장기적인 과제가 되겠죠. 하지만 적어도 공교육의 강화가 사교육 문제의 해답이라는 말만은 하지 맙시다. 더군다나 일선 학교가 학원을 흉내 내서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그 해결책이라고는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만약 모든 학교가 전부 입시교육을 강화하면 아까 콘서트에서의 자리 경쟁처럼 그건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겁니다. 그럼 입시교육 강화 +@, 다시 @@경쟁적으로 추가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학생들만 고달파지는 것입니다. 이것만은 멈추어야 합니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심신이 황폐해지는 과중한 입시경쟁만큼은 우선 멈추고 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숙연한 표정)

나교수: .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프로듀서가 보내는 신호를 보고는). 그런데 이제 다들 열기도 좀 식히고 생각도 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는게 어떨까 하는데요?

교육 대통령: 그렇게 합시다.

나교수: 그럼 10분간 쉬었다가 이 간담회를 속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로듀서와 스탭들 한숨을 쉬며 긴장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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