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역사인식의 가장 큰 문제는 반민족이 아니라 반민주 (1)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듯이 교학사에서 발간하게 될 한국사 교과서에는 뉴라이트 단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필자들이 속해 있으며, 이들이 저자들 중 주도적 역할을 했음도 분명하다. 따라서 교학사 발간예정 역사교과서란 말 대신,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아직 발간되지 않은 책의 내용을 미리 단정지어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주요 필진의 그 동안의 언론 인터뷰 내용 등을 중심으로 비판하고자 한다. 이 교과서와 관련하여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힘주어 강조한 내용이라면 교과서에서도 반영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언론에서 떠든 말 따로, 교과서 내용 따로라면 표리부동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저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저들에 대한 잘못된 비판(주로 진보진영에서 제기된)부터 논박하고 시작하려고 한다. 잘못된 비판은 오히려 팀킬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에서 이른바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에 대해 던지는 비판들 중 가장 무딘 것들은 1) 회원들 중 현대사 전공자가 없고, 사회과학자들이 많다 라는 것과 2) 일제 강점기를 미화한다 라는 것이다.

1)의 경우 근현대사라는 영역이 역사학과 사회과학의 구분이 모호하며, 오히려 진보진영의 역사학자들이 사료를 충실히 밝히고 사건을 재구성하는 수준을 넘어선 거대 담론과 인과론을 펼침으로써 유사 사회과학 노릇을 하려고 했다는 역 비판을 받을 수 있다.

2)의 경우는 더 심한 팀킬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뉴라이트 교과서라고 해도 일제 강점기를 종합적으로 보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미화하지 않았다. 증거를 대라.” 이렇게 나오면 매우 손쉽게 무너질 수 있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가 모든 면에서 부정적이고 악의 근원이며, 일제 강점으로 인해 만악이 만개하였다고 보는 것이 사실은 더 비현실적이다. 만약 그렇게 기술된 교과서가 있다면 이건 선동물이지 결코 역사책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때 조선이 빠르게 근대화 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조선 왕조보다 일본 총독부가 더 유능한 통치자였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일제시대는 3·1운동의 저항에 일본이 놀라서 통치 방식을 전환한 뒤, 전쟁으로 인해 유화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1936년 까지는 총칼과 강압에 의해서만 유지된 것이 아니다. 조선 왕조 말기 50여년간 일어난 민중들의 반란이 국권을 피탈당한 일제 강점기 36년 보다 더 많았음도 엄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당시 일본이 조선과 대만을 대하는 태도가 스페인이 아메리카를 혹은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를 대하는 태도와 달랐음도 명백하다. 일본은 이 지역들을 새로 획득한 자신의 영토로 생각했으며, 상당히 공을 들여 가꾸었다. 심지어 폐허 상태로 방치되고 있던 우리나라의 문화재와 유적들을 새로이 발견하고 정비한 것도 일제 강점기때의 일이다.

아직도 끄덕없이 버티고 선 한강 철교, 그리고 체계적으로 확대시킨 보통교육 제도 등을 보면(프랑스는 인도차이나 주민을 교육시키지 않았다.), 일본이 조선반도를 잠깐 털어먹고 갈 지역으로 여기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이건 사실의 문제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나열한다고 해서 과연 친일일까?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우리는 침략과 만행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는 일본을 비난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독일을 칭찬한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그러해야 한다. 자기 나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식민지 종주국이 오히려 우리보다 나라를 더 잘 가꾸고 문화유산마저 더 잘 이해하고 있었음은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근대화론을 친일로 몰아 붙이는 주장의 배경에는 “근대화=선”이라는 관점이 녹아들어있다. 따라서 일제가 우리 나라에게 어떤 “선”도 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대화, 산업화에는 어떤 가치도 들어있지 않다.

만약 일제강점기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도입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거나, 4·19 혁명때 발휘된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은 일제강점기때 일본들 통해 도입된 근대 정치사상 덕분이라고 한다면 이는 친일 교과서라고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농업 경제가 산업 경제로 바뀌고, 봉건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로 바뀌는 것, 온정적 혈연주의사회가 합리적 관료주의 사회로 바뀌는 것 등은 사회구조와 제도상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지 후자가 전자보다 더 좋다는 식의 가치판단이 들어 간 것이 아니다.

일본은 몽골제국 같은 약탈 사회로서 식민지 침략을 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로서 초과 이윤의 획득을 위해 식민지 침략을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 역시 자본주의화 되어야 하며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수립되어야 하며, 근대적 산업 노동자의 소양을 갖추게 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이 조선 사회를 근대화 시키고, 자본주의화 시키고, 시장경제에 필요한 인프라와 여러 조건을 갖추는데 일조한 것은 그들의 착취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일이다. 근대사회인 일본이 전근대사회인 조선을 수탈하기 위해서는 조선을 근대화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 일제 강점기때 조선이 근대화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본에게 고맙다고 여길 이유도 없으며, 은혜로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만약 그렇게 주장한다면 이건 변명의 여지 없는 친일 교과서일 것이다. 그러나 단지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고, 다시 그 이면, 즉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 시키는 동기가 제국주의적 착취와 수탈에 있었음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었음을 분명히 한다면 이는 오히려 균형잡힌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뉴라이트 교과서 집필진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 보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의열 투쟁만 강조하고 외교 활동이나 실력양성 운동을 소홀히 다루었다”는 주장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작 이 뉴라이트 교과서 저자들의 역사관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해방 이후에 대한 관점이다. 이들은 4·19, 부마항쟁, 5·18,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사를 부정하고 있다는 혐의가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시간에는 이들의 해방 이후 역사관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뉴라이트 교과서 집필진의 생각을 비판하도록 하겠다. (또 다시 저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쪽 편을 비판했다.)

권재원의 저서 소개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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