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정규직 교사 선발: 신종 교사 카스트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교사와 공무원 신규채용시 시간제 정규직을 1만명 채용할수도 있다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89695.html). 주당 40시간 미만을 근무하면서도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인 교사와 공무원을 대폭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자체는 나쁘지 않은 정책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기반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노동시간의 유연한 배치가 필수적인데, 대부분의 직장에서 고용조건이 풀타임 정규직이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인 상황에서는 노동자들의 피해와 저항이 극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그 동안은10명이 하루 8시간 일하는 직장에서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80시간에서 64시간으로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두명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처리했고(정리해고), 이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발생했지만, 시간제 정규직 개념이 도입되면 6시간 씩 일할 사람 8명을 뽑거나 반일제로 일할 사람 네명을 뽑으면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교육과정 운용에 따라 일시적으로 혹은 비교적 장기적으로 수업 시간이 크게 감축되는 교과가 있다. 그런데 풀타임이 아니면 비정규직인 구조 때문에 이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두 학교, 심지어는 네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수업해야 했다. 만약 시간제 정규직이 정착되면, 해당 교과 교사들 중 소득의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수업시간 감축을 희망하는 교사들을 찾으면 된다.

문제는 신규 교사를 선발할 때 미리 풀타임 정규직과 시간제 정규직으로 나누어 뽑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리고 정부 발표를 보면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우선은 신규교사 채용 인원수가 대폭 늘어날 것이니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것 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불가피하다.

먼저 시간제 정규직 교사가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부터 따져보자.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결국 교과 시수와 교사 수의 일시적인 불균형, 출산, 육아, 학위 공부 등 인생 설계 과정에서 전일제로 근무하기 어려운 제반의 사정이 있는 교사들에 대한 고려 등이 될것이다.

이 중 교과 시수의 불균형은 누구도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이건 교육과정이 바뀌다 보면 발생하는 현상이다. 누구도 앞으로 10년 뒤의 교육과정을 미리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 어떤 교과의 시수가 늘어날지, 줄어들지 미리 예측해서 전일제와 시간제의 선발 비율을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출산, 육아, 학위공부 등의 여러 사정은 첫임용을 기다리는 청년 교사들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전일제 근무와 시간제 근무를 분리하는 것은 청년 교사가 아니라 경력교사에게 필요한 것임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쁜 것은 선발단계에서부터 전일제와 시간제를 구별하면 청년 교사들이 교직 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카스트화 된다는 것이다. 임용되는 순간부터 근무시간, 보수가 다르다. 그리고 시간표만 보면 저 교사가 전일제인지 시간제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교직생활을 서로 존중하고 상호 인정하면서 시작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인간성을 낙관하는 것이다. 오히려 청년 교사들간의 알력과 열패감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게다가 처음 선발할 때 시간제를 별도 선발했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제 교사들이 전일제 근무를 희망할 때 이들을 받아줄수도 없다. 임용 당시에 바로 카스트가 된 것이다.

심지어 교육당국은 시간제 교사의 수요를 해마다 정확하게 맞출 수도없다. 대개 수요를 너무 적게 예측해서 교사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 비정규직 교사로 채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청년 교사들은 전일제 정규교사, 시간제 정규교사, 비정규교사로 나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너무도 반교육적이다.

교육은 교사들간의 학생들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평등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교사들의 지위가 평등하다. 교장 역시 교사와 평등하다. 이런 조건이라야 자유롭고 제약없는 토론과 협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임용때부터 이렇게 신분과 처지가 다른 교사들로 가득한 학교에서는 이런 자유롭고 의미있는 토론의 문화가 정착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그 답은 매우 간단하다. 교직에 시간제 정규직이 과연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되새겨 보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 정도다. 교직생활을 하다 보면 전일제 근무가 부담스러워 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예컨대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거나 육아 부담이 큰 경우, 그리고 고경력 교사들처럼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경우가 그렇다. 그 밖에도 다양한 사유가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들이 학교에서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꾹 참고 전일제 근무를 하거나 아니면 휴직 혹은 사직 할 뿐이었다. 휴직, 사직을 하지 않을 경우 이들은 동료 교사들에게 민폐를 끼쳐야 했고, 크고 작은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공부하는게 죄, 애 키우는 게 죄, 나이 먹은 게 죄가 된 것이다. 이는 이론과 현장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현장 교육학자의 양성, 교사의 대다수인 여성들의 경력 단절 예방, 그리고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노장파 교사들의 체력적 부담 경감 등의 여지를 앗아가 버린다.

그러니 정부와 교육당국은 신규 교사 채용을 전일제, 시간제 투트랙으로 선발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표를 하지 않기 바란다. 해 마다 경력 교사들, 특히 출산과 육아를 앞둔 교사, 경력 20년 이상의 고경력 교사들에게 시간제 근무 희망의 사유, 희망하는 근무시간과 시간제로 근무할 기간(해당 기간이 경과하면 전일제로 복귀) 등을 기록한 시간제 정규직 근무희망원을 받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매해 총 감축된 수업시간수를 확인하고 그 만큼의 신규교사를 전일제 정규직으로 뽑는 것이다. 즉 신규교사 선발은 전일제 정규직으로 하고, 이후 이들이 인생 경로를 설계하고 항해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시간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간제 정규직을 도입한 정부의 취지와 교육현장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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