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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사건의 향배, 48시간 뒤에 다시 보고, 그 전에는 냉정하자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세명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진보진영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일부는 비분강개하고 있다. 이들에게 영장이 발부된 이유는 1) 형법의 내란음모혐의와 2)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 혐의다. 사회교사로서 이건 그냥 넘어갈수 없는 일이다. 역사의 퇴행 어쩌구 그런 의미가 아니다. 경제나 법 관련 쟁점만 나오면 국민이 뭐 알겠어, 이러면서 분탕질 치는 것을 이제는 막아야 하겠다는 의미다. 알게 하자. 경제와 법을 알게 하자.

그러니 지금은 좀 더 차분하게 사태를 바라보면서 관련된 사실과 법만 검토해 보자. 일단 이들의 혐의가 두 가지임을 유념하자. 공안관련 사건에서 얘들의 수법이 원래 그렇다. 꼭 혐의를 두개 세개를 넣는다. 이 중  하나는 대외적으로 언론플레이 하기 위해서 걸고, 다른 하나는 공소유지를 위해, 즉 잡아 넣기 위해서 건다. 어느게 선전용이고 어느게 잡아넣는 용인지는 척 보면 답이 나온다. 1)이 페이크다. 왜 그럴까?

국정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월 서울 모처에서 당원 1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비밀회합을 했고 경기남부지역의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했다'고 한다. 지금 1)로 선전하고 있다. 찬양, 고무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두고 보라.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찬양, 고무로 발부된다. 그러나 언론은 "1) 혐의는 기각 2)혐의로는 발부 이렇게 말하지 않고, 그냥 "구속영장 발부" 이렇게 말할 것이다. 

1)이 기각될 가능성이 큰 이유는 아직 더 큰 증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그렇다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이석기 간첩 김정은 개새끼를 부르겠다. 아니라면 그냥 김정은 개새끼만 부르겠다), 이석기와 그 일당들이 내란을 도모할 실력이 없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주장에 따르면 이들이 모여서 통신시설,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했다고 하는데, 이들이 통신시설, 유류시설을 파괴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거니와,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내란음모라고 보기도 어렵다.

 형법에서 내란이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형법 87조)" 하는 것이며, 내란 예비, 음모란 이를 준비하거나 계획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신시설 파괴, 유류시설 파괴 음모가 과연 국토 참절이나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하는 폭동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 되겠다. 우선 말이 더럽게 어렵기 때문에 용어부터 정리하자.

국토의 참절: 이건 사전적 의미로는 멋대로 국토의 일부에 대한민국 주권을 거부하는 행위, 그러니까 국토 일부를 땅까먹기 해서 "내 땅" 하는 행위다.
국헌의 문란: 이건 헌법이나 법률에 정한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헌법이나 법률의 기능을 전복시키거나,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키거나 기능을 중단시키는 행위,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과 박근혜 대통령이 오빠라고 부르던 6억 독지가께서 하신 행위다.

그렇다면 경기 남부에서 통신시설을 파괴하고 유류시설을 폭파하는 것이 이 국토의 참절과 국헌의 문란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기남부의 통신시설을 파괴해서 독립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지역이 어딘지 참으로 궁금하다. 또 경기남부의 통신시설이나 유류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전복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헌법기관이 어딜지도 참으로 궁금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은 문란시키는데 필요한 물리력은 김정은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하물며 김정은의 멀리 떨어진 추종자들이 가능할까?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가능하다. 김정은이 남침을 할 경우 평택 근방의 미군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통신, 유류 시설을 파괴한다. 그럼 이 경우에는 김정은이 내란의 수괴가 되고 이석기 등은 내란의 부화뇌동자나 종사자가 된다. 잠수함 타고 왔다갔다 한 정황 잡았다는 말이 솔솔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이쪽으로 시나리오가 맞춰질 가능성도 있다. 두고 보자. 김정은이 내린 지령과 김정은의 작전계획 같은 것 까지 들이 댈수 있는지. 그런데 지금까지 본 국정원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김정은의 직접 지령이나 계획이 없는 한, 이석기 일당이 지들끼리 아무리 뭘 터뜨리고 부수자고 음모를 한다 하더라도 그건 자기들끼리 판타지이거나 아니면 테러 예비음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경우 적용할 수 있는 법은 " 제367조(공익건조물파괴) 공익에 공하는 건조물을 파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인데, 이 법은 예비, 음모에 대한 처벌은 없고, 다만 미수에 그쳤을 경우에만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정리하자. 김정은의 작게, 지령을 국정원이 확보했는가? 그래서 거기에 따라 소위 파괴 음모를 계획했다고 입증했는가? 그럼 내란이다. (외환이 아닌 이유는 헌법상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현재 국토를 참절한 상황으로 보고 있음). 압수수색을 통해 건졌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건졌다면 경기동부는 참 할 말없게 만드는 허술한 조직이니 일망타진되어 마땅하다. 그런데 설사 있다 해도 아마 몸싸움 하고 있는 동안 다 갈아버렸을 것이다.  

그럼 남는 건 뭘까? 압수수색을 통해 북한 관련 문건들 잔뜩 확보한 다음 이적표현물 소지, 잠수함 타고 왔다갔다 했으니 잠입, 그리고 고무찬양동조, 이 정도 남는다. 이것도 충분히 잡아 넣을 수 있는 건수들이지만,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을 덮을 정도의 건은 되지 않는다. 내란 정도 되어야 건이 된다. 간첩 정도로도 안된다. 대규모 고정 간첩단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니 이건 한 두어달 나팔 불다가 끝날 사건이다.

담당 검사와 미디어오늘의 인터뷰 내용을 곰곰히 따져 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수원지방검찰청의 차경환 2차장검사는 2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란음모 혐의 적용에 대해 "그런 내용으로 해서 국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 신청된 것은 맞으며, (우리가) 청구 단계에서 검토할 때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하고, 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해서 발부까지 된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혐의를 적용한 것이 타당하다고 우리도 판단해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경환 2차장검사는 그러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유사시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고 말했다는 녹취록을 국정원이 확보했으며, 국가 주요시설에 대한 타격도 언급했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파악했다는 설명에 대해 "그것은 우리가 확인한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검사분은 앞에서는 혐의가 소명 되었으니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받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국정원이 파악했다는 총기소지 지령, 주요시설 타격 지령 등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미묘한 워딩은 형사소송법에서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의 청구기준이 '사실'이 아니라 '의심' 이라는 것에서 비롯된다. 검사는 판사가 아니다. 판사는 '사실'에 의해 판결하지만 검사는 '의심'에 의해 수사한다. 

따라서 검사가 혐의가 소명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범죄가 확인되었다'가 아니라 '범죄를 의심할 합리적 근거가 있다'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범죄를 의심할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으니 증거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다. 그럼 판사는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고, "의심가는 사건에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다(형사소송법 215조).

그렇다면 이 사건의 진짜배기는 언제 나올까? 그것은 48시간 뒤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신을 구속한 경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형사소송법 200조의2). 따라서 48시간 뒤에 검찰이 이번에 체포한 경기동부 인사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가 안하는가, 그리고 청구할 경우 어떤 혐의를 집중적으로 범죄소명하는가가 관건이다. 만약 영장이 기각되거나 하면 큰 사단이 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소명하기 유리한 범죄를 병기하려고 할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는 할 것이다. 이석기가 잠적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체포된 세사람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범죄가 소명되고 + 증거인멸 혹은 도주우려"라야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는 것인데, 두고 보자. 어떤 혐의로 범죄가 소명되는지. 아마 국가보안법상의 고무찬양, 이적표현물 소지 정도일 것이다. 

자,그러니 그때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대응을 결정하자. 지금 미리 어떤 방향을 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만약 정말로 지령을 받았고, 내란을 음모했다면 먼지나게 두드리자. 그리고 그건 그거고 불법선거개입은 또 다른 것이다 라며 논점을 분명히 하자. 만약 내란에서 슬슬 꼬리 빼고 다른걸로 넘어간다면, 이래서 국정원 국내 파트가 없어져야 하는거다 라고 하면서 공세를 더 높이자. 지금은 다들 관련 법규도 좀 뒤져보고, 과거 사례도 뒤져보고 하면서 정보도 모으고 공부를 하자.

권재원의 저서 소개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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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61021204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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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항쟁 (1) 1980년대의 전형적인 가두시위와 폭력 시위가 발생한 원인

이제 나도 어쩔수 없이 젊은이들로부터 "옛날 얘기 해주세요" 소리를 듣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그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1987년 6월 항쟁과 2016년 11.12를 비교하는 기사들을 보고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거나 어린이였던 분들이 많이 궁금해 하시니, 그 시절로 돌아가서 최대한 기억을 소환해서 적어 보겠습니다.

그 당시 시위가 폭력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11.12일에 일부 과격분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모여서 폭력으로 저지선을 뚫고 행진하는 그런 폭력이 아니었습니다. 1987년 당시 시위대의 폭력은 매우 처량한 폭력이었습니다. 경찰의 저지선을 돌파하기 위한 폭력이 아니라 시위를 하기 위한 10여분의 시간을 벌기 위한 폭력이었으니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당시의 가두시위(가투)의 양상을 알아야 합니다.

그 시대에는 집회신고 이딴거 없었습니다. 시위는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였으며, 당연히 도심의 시위는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시위는 불법시위였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의 가두투쟁은 철저히 "비선"을 통해 조직되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난 NL이 아니라 PD였으니, 조직 단위의 이름은 PD기준으로(1987년에는 CA) 씁니다.

각 대학의 투쟁국(대체로 각 단과대학에서 제일 과격한 자가 단과대학 투쟁국장이 되고, 이들이 모여서 각 대학 투쟁국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각 대학 투쟁국장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전술을 세웁니다.)장들이 모여서에서  '택"(택틱, 즉 전술의 준말)을 짭니다.

주로 택은 "오후 17시 30분 종로3가 사거리에서 집결하여 시위하고 경찰이 뜨면 일단 종로통 쪽으로 도망가서 해산 했다가 19시에 남대문 로터리에서 재집결 한다. 이때 퇴로는 남대문 시장이며 회현역을 통해 귀가한다. 17시30분의 동은 아무개 학형, 19시 동은 아무개 학형이며, 전투조는 이리저런 방식으로 물량을 공급한다" 이런 식으로 짜는데, 도청을 우려하여 철저히 …

민주시민은 책을 읽는다

민주주의는 단지 국민 다수의 통치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라는 말처럼 많이 쓰이는 말이 또 있을까? 좌우보혁을 떠나 저마다 민주주의를 말하며, 심지어 북한조차 자신을 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지칭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막연하게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정치”, 혹은 “다수에 의한 정치” 정도로 말할 뿐이다. 물론 다수의 지배가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조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역사를 뒤져보면 수천 년 전 카이사르에서부터 나폴레옹, 무솔리니, 히틀러, 최근의 두데르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독재자들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기반으로 독재자가 되었다. 이들의 정치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민주주의는 그저 국민의 지지, 국민 다수의 지지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다수의 국민이 어떤 국민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들의 생각이 튼튼한 앎과 충분한 성찰에 기반하고 있다면 다수의 지지가 곧 민주주의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순간적인 감정이나 기호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다만 폭민정치, 우민정치에 불과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머리수가 아니라 생각하는 머리수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치다.
민주주의는 훌륭한 시민을 기반으로 한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500년 전 페리클레스는 자신들의 정치체제인 민주주의를 자랑하면서 “아테네 시민들은 나랏일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 알고 있으며, 나랏일을 결정하기 위해 토론을 하며, 충분한 토론 없이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 토크빌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교육 수준이 낮은 농민이나 노동자조차 지역사회의 쟁점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받은 깊은 감명을 기록해 두었다. 고대 아테네나 건국 시기 미국은 모두 ‘훌륭한’ 시민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저 국민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