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침투한 극우 세력의 이념갈등 조장을 중단하라


한반도를 절반으로 갈라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서 남한마저 조각조각 갈라놓고 있는 이념 갈등과 색깔론이라는 산불이 마침내 교육계까지 옮겨 붙었다. 흔히 진보교육감들이 교육을 이념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들 비판하는데, 정작 교육계를 이념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자칭 보수주의자들이다. 진보 교육감은 교총을 몰아내자고 하지 않으나 보수주의자들은 전교조를 해충처럼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교육감은 특정한 교과서를 고집하지 않으나, 보수주의자들은 특정 교과서 이외에는 모두 좌파 교과서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이런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좌파들이 가장 정성껏 침투한 곳이 학계와 교육계이며, 이들이 심어 놓은 대못 때문에 좌파가 근절되지 않으므로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교육계의 좌파를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좌파와 구별되는 자기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기들의 주장이 왜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내용이야 뭐가 되었든지 자기들 주장에 반대하면 모두 좌파이며 몰아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마치 “나는 너를 좌파이기 때문에 미워하는데, 네가 좌파인 이유는 내가 미워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맞서는 진보진영의 대응도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진보진영이 이들의 주장에 맞설 때 두드러지는 태도 중 하나는 적대감과 경멸이다. 이런 비이성적 광기에 또 다른 적대감으로 맞서는 것은 올바르지도 않으며 진보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우리나라를 점점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가고 있는, 그리고 이를 교육계에까지 끌고 들어가고 있는 이념갈등은 비이성적인 방향을 향해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는 서로 상대방을 실제 상대의 모습이 아니라 자기들이 생각하고 있는 모습으로 규정해 버린다.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을 ‘종북’과 ‘공산주의”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을 ‘친일’과 ‘독재”를 중심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보수진영은 좌파 교육자들이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그런 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기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견해는 모조리 종북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라는 지극히 자유민주주의적인 견해조차 이들은 종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보수주의자들이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고 독재를 정당화하는 교육을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보수의 눈에 진보는 종북 빨갱이들이며 진보의 눈에 보수는 친일 독재부역자들이다. 이렇게 서로를 규정하고 있는 한 화해는 커녕 어떤 토론도 있을 수 없다. 종북주의자들이나 친일 독재부역자들이 근절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이로써 진보와 보수는 서로 상대를 근절되고 추방되어야 하는 존재로만 바라보게 되었다.

문제는 실제 학교 현장에는 저런 수준의 교사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들 중에 진보적인 성향의 교사, 보수적인 성향의 교사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학교에는 보수적인 교사들과 진보적인 교사들이 두루두루 존재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종북’과 ‘독재’라는 잣대로는 진보적인 교사와 보수적인 교사의 차이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진보적인 교사들 중 대부분은 북한에 대해 분명하게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보수적 교사들 중 대부분은 4.19에서 5.18, 6.10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편향된 관점을 가진 몇몇 극단주의자들을 제외한다면 북한에 대한 입장, 일제 강점기에 대한 입장,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입장은 진보적인 교사들과 보수적인 교사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다. 종북과 독재는 교육에의 진보와 보수와 무관한 가치들인 것이다.

그러한 증거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부 종편들이 거의 일베 수준의 5.18 폄하 책동을 시도 하였고, 심지어 여기에 일베 교사들까지 준동하였으나 이들은 모두 거센 저항에 부딪쳐 사과방송을 하거나 교직을 상실해야 했다. 수업내용을 녹음하여 빨갱이 선생 색출하자는 이들의 선동질도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이들 극우세력의 주장이 교육계를 좌우 대립으로 반분하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들만 고립되고 만 사실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의 건강성을 반증하는 사례다. 또 다른 사례는 최근 교육계를 뜨거운 논란과 경악으로 몰아 넣었던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다. 역사교사들의 대다수는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한다. 만약 역사교사들의 대다수가 종북좌파라는 비이성적인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면 보수성향의 역사교사들도 이 교과서를 거부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 이제 양 진영은 서로 상대방의 진짜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보는 종북이 아니며, 보수는 독재가 아니다. 종북과 독재는 단지 양 진영의 극단에 위치한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이들 병든 소수가 서로 상대방을 왜곡한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고 목소리를 높여 공격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동과 마타도어는 있을지언정 제대로 된 논쟁은 불가능하며, 진보나 보수의 보편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양 진영의 비이성적인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만 높여 줄 뿐이다.

교육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신념이나 주장을 무비판적이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합리성의 잣대로 충분히 비판적으로 검토하느냐에 있다. 그러니 적어도 교육자들이라면 사회 다른 분야에서 아무리 비이성적인 이념갈등이 일어나고 있더라도 무작정 상대를 비난하고 나서기 전에 먼저 상대의 주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상대의 주장인지를 따져보는 굳건한 이성의 토대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또한 교육에 섵부른 이념논란을 끌고 들어와 풍파를 일으키는 극단주의자들을 스스로 가려내어 논파하는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100년지 대계이며, 대한민국의 진정한 인프라다.

권재원의 저서 소개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권재원의 저서 소개<대안 경제 교과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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