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지도부의 기우

그동안 전교조 비판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전교조가 딱히 더 잘해서는 아니다. 다만 별 영양가가 없어서다. 그런데 정작 전교조 지도부에서 무척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내가 조합원으로 있을때, 그리고 심지어 조합의 주요 활동가로 열심히 뛰어다닐때는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던 그들이 막상 나가고 나니 신경을 쓴다. 무엇보다 전교조에서 탈퇴하면서 이주호 측근으로 가버린 전직 간부들(그 전직 간부들과 내가 굳이 따지자면 전교조 내에서 직급이 비슷하다. 나도 나름 전교조 고위직? 출신이다.)과 달리 나는 조합을 탈퇴한 다음에도 여전히 진보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진보 내에서의 영향력도 유지하고 있으니 더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전교조 지도부에게서 두려움, 초조함이 느껴진다. 정권에 탄압 따위에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걸 즐기는 편이다. 그들의 두려움은 혹여 자기들보다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조합원을 빼 갈까봐 느끼는 두려움이다. 법외노조로 전락할 경우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조합원 감소가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기우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미 나갈 사람은 다 나갔다. 

전교조에 염증을 느낀 사람, 전교조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고 느낀 사람, 그리고 일종의 우산 삼아 전교조에 가입했다 그게 별 영양가가 없다고 느낀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은 이미 다 나가고 없다. 아직까지 전교조에 남아있는 조합원들은 의리와 미련때문에 쉽사리 전교조를 끊을 수 없는 분들이다. 따라서 법외노조가 아니라 불법노조가 되더라도 현재까지 남아있는 조합원들 중 이탈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설사 내가 전교조 지도부가 걱정하는 것 처럼 적극적인 조직 활동에 나서서 그들 표현대로 '어용노조'를 만든다고 한들, 지금까지 굳건히 남아있는 조합원들 중 몇명이나 따라나서겠는가? 괜한 걱정이다.

2. 아직 안 들어간 사람은 어차피 안 들어간다. 

전국의 교사는 30만명이 넘는다. 조합 가입이 비교적 눈치보이는 사립학교 교사를 제외하더라도 적어도 20만명은 될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 조합원은 4만에 불과하다. 나머지 16만명 중 전교조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20-30대 교사들의 전교조 조합률은 1%대를 맴도는데, 특별한 계기가 없는한 점점 더 떨어질 것이다.  나는 외람되게도 20-30대 교사들에게 알량하지만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워낙 조직활동 같은 거 싫어하고 회의니 집회니 하는 거 싫어하기 때문에 나서서 무슨 조직을 만들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지만, 설사 내가 2030 교사들을 선동하여 무슨 '어용노조'를 만든다고 치자.  그건 전교조 조합원을 빼가는 것도 아니고 또 전교조 예비 조합원을 줄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교조라는 이름으로는 연대할수 없었던 그러나 교육에 대한 고민은 공유하고 싶었던 젊은 교사들의 연대망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운동의 외연을 넓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3. 어용노조는 어디에 있나?

19세기, 유럽에서 노동운동이 한창일때 자본가들은 교묘한 술수로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는 노조 파괴자들을 동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노조 파괴자들이 유령 노조, 사용자 편에서 일하는 노조를 먼저 설립해서 진짜 노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선점하기도 했다. 바로  세칭 '어용노조'다. 그러니 어용노조의 기준은 투쟁성이 아니라 누구를 유리하게 하느냐에 있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차마 말 못하겠다. 2005년인가 2006년부터 전교조는 뭐 할때마다 교육운동가들의 맥을 빠뜨렸고 교육관료, 교육기득권들을 점점 유리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교육기득권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기득권까지 전교조를 빌미로 삼아 진보 전체를 공격했다. '전교조에게 학교를 맡길수 없다.'란 구호를 외치는 순간 사립학교법이 날아가고 선두를 달리던 진보교육감 후보도 날아갔다. 결과적으로 '어용'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또 다른 교원노조를 만드는 일에 나설만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교원노조가 만들어질때 전교조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어용이니 노조파괴자니 부르는 것은 가소롭게 받아들인다. 전교조는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고맙게 여겨야 한다. 이미 전교조를 빠져나간 수만명의 옛 동지들을 다른 조합으로라도 연대의 틀 안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전국에서 흩어지고 고립된채 뜻은 있으나 힘을 펴지 못하던 수많은 젊은 의로운 교사들의 꿈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모아주는 그런 조직이 있다면 이는 교육운동이라는 파이자체가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운동의 파이 전체가 커졌을때, 그리하여 전교조가 교육운동이라는 파이의 유일한 조각이 아니게 되었을때 비로소 부당하게 전교조에게 집중되는 정권의 칼날은 무디어 질 것이다.
만약 교육운동이라는 파이가 아니라 '교육노동운동'이라는 파이를 키운다고 주장들 하신다면 할 말없다. 부지런히 교육노동운동 하시고, 다른 쪽에서는 교육운동 하면 된다. 어차피 두 운동은 디엔에이가 다르니까 각자 적성에 맡게 모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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