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씨 경찰폭력 희생 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쟁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백남기씨 사건과 관련해서 유족, 특히 딸을 비난하는 우익의 주장이 있었다. 아버지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치료 중단을 요구했다거나, 외국 여행을 갔다는 등의 비난이 그것이다.

나는 그게 하등의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나는 연명치료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시점, 즉 현 상태의 호흡과 맥박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환자 상태 개선을 기대할 수 없고, 장치를 제거할 경우 단 시간 내에 즉시 사망에 이를 것이 확실시 되는 상태라면 이미 사망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어서, 환자가 연명치료를 거부할 경우 의사가 연명장치를 제거하고 사망에 이르게 하여도 이를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환자 역시 자살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즉 연명장치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순간 사실상 사망인 것이다. 나 역시 의식이 있는 동안에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한 요구할 것이고, 의식이 없을 경우를 대비하여 주변의 친지들에게 그런 내 뜻을 남겨 놓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판례는 "환자 본인의 의사"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지 않는한, 가족이 아무리 요구해도 병원은 숨넘어갈때까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우걱우걱 계속 할수밖에 없다. 이건 어쩔수 없는 상황이며, 가족측도 병원측도 서로를 비난할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만약 환자가 코마상태라면 어떻게 하느냐? 이 경우는 추론을 통해 환자의 의사를 판단해야 한다. 판례는 이렇다.

" 환자의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환자에게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으므로 더 이상 환자 자신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진료행위의 내용 변경이나 중단을 요구하는 의사를 표시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어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사회상규에 부합된다."

환자가 코마상태라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힐수 없는 상태라면, 평소 환자의 삶에 대한 태도, 발언 등을 통해 이 사람의 가치관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거부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가족이 "연명장치 제거해 주세요" 이걸로 해결되지 않고, 이와 관련한 환자의 평소 발언이나 글 등을 모아서 "자 이 자료들을 보세요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필시 연명치료를 거부했을 것입니다." 라고 요구해야 하고, 그래도 안 들어주면 그것들을 증거로 병원측을 피고로 하는 연명장치 제거 청구소송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환자 가족과 병원측에서 빼도박도 못하는 지루한 상황이 계속될수 있다. 가족들은 더 이상 연명치료 해 봐야 몇달 드러누운 환자를 보는 것 외에는 결국 사망할 것임을 알고 있고, 의료진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가족들은 환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고, 의료진은 이 경우 연명장치를 제거하면 '살인'으로 처벌받을수도 있기 때문에 존엄성이 무너진 상황을 마냥 계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가족들은 마음 속에서 이미 고인을 보내 드릴수 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다만 기계에 의지하여 신체가 바이탈 사인을 만들어내고 있을뿐(즉 진동하는 고깃덩이에 불과할 뿐) 이미 존엄성을 가진 영적인 존재로서는 돌아가신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 속에서 고인을 하늘나라로 보낸 가족을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자유주의자라면 이런 태도를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은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단계다. 이 마침표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찍을 수 있을 때 인간은 존엄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계에 의해 호흡과 맥박을 강요당하면서 바이탈 사인을 억지로 토해내는 상태까지 살아 있는 것으로 친다면, 그 죽음은 존엄성으로부터 너무 거리가 멀어진다. 나는 존엄성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고, 내가 내 삶의 주인인 상태에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나는 바이탈 사인을 강요받고 싶지 않으며, 억지 호흡을 토해내고싶지 않다.

따라서 환자가 연명치료를 거부할때 그 뜻이 존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명치료 외에는 남은 것이 없을때 고인을 마음속에서 미리 보내드린다고 해서 그 유족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물론 백남기씨 유가족이 그랬는지는 확인할수 없다. 다만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윤서인이 같은 논리로 비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주인장이 쓴 책들 셀프 스폰서: 부정변증법의 저서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른바 숙의민주주의에 대하여(1)

민주시민은 책을 읽는다

학종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학종 다음의 셀프학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