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년, 학교에 남은 것은 냉소 뿐


문재인 정부가 1년 반 정도 지났다. 중간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보나마나 낙제인 영역이 있다.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처음부터 걱정스러웠던 영역이었다. 흔히 참여정부가 경제와 교육에 약했다고 하지만, 그 중 진짜 약한 구멍은 교육이다. 실제 지표를 통해 살펴보면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의 경우는 사교육비 대란, 대학 등록금 대란, 교실 붕괴, 교원평가, 일제고사 등등의 키워드 몇 개만 뽑아봐도 혼돈 그 자체였다. 그 와중에 사립학교법이나 교장승진제도 개혁 같은 것들은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서도 해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의 시발점이 되었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밥좀 먹자, 잠좀 자자!”라는 절규를 기억한다. ‘촛불 소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는 이명박이 취임한지 석달도 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절규하게 만든 교육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참여정부가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최악의 정책은 수능, 내신, 논술 및 본고사의 3:3:3 황금 분할을 만들어버린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다. 수능, 내신, 논술 전문 사교육이 영역별로 창궐했고, 특기적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초등학생마저 방과후에 학교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지옥문은 이때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들의 입이 나왔다. 그러자 그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행동까지 한 것이 참여정부였다.  “공교육이 부실하여 사교육이 창궐하니, 공교육의 수준을 높여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이때부터 학교는 학원과 경쟁해야하는 서비스업이 되었고, 학부모는 자녀교육을 책임지는 1차 교육자가 아니라 돈을 내고 교육을 구입하는 고객이 되었다. 참여정부의 교육실패사는 쓰기 시작하면 책 한권이 나올 정도니 여기서 생략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참여정부의 실패를 잘 복기하여 다시는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면서도한편으로는 그 전철을 되밟을까 걱정했다. 그래도 참여정부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이긴 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도 현장에서 꾸준히 교육혁신을 시도해 온 교사들이 어느 정도 세력을 이루었고, 그들이 뜻을 펼칠 혁신학교 운동이 확산되었고, 이 운동의 성과에 힘입어 전국 대부분의 지역의 교육감이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세워졌다.

그런데 어이없게 지난 1년여 간 이 정부는 교육에서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교장승진제도 개혁의 출발점이 될 내부형공모교장제도 정상화는 교총의 반발에 막혔다. 일선 초중등 학교의 수업혁신에 가속도를 붙여줄 대입제도 개혁은 오히려 수능 정시 확대로 귀결되면서 후퇴하였다. 학종을 보다 내실있고 공정하게 만들어줄 생활기록부 개혁은 반년째 관료들의 사보타지에 밀려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역사 국정교과서에 앞장섰던 반민주 부역자는 조사만 하고는 벌금 5만원도 없이 없던 일로 덮어버렸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개돼지 나향욱이 보무도 당당하게 복직했다.

이 와중에 모든 교육문제의 블랙홀이라는 대입문제에 빠져 반년이라는 황금시간대를 허비했다. 더 나쁜 것은 이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중립을 무시하고 이른바 공론화라는 명분으로 여론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대입제도가 초중등 학교 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리고는 국민여론이라는 너무도 ‘정치적’인 방법으로 이를 정해버렸다. 이제 적폐 교육관료들은 그 동안 눈엣가시였던 ‘전문가 간담회’를 대놓고 무력화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사패싱에 항의하면서 교원단체들이 각종 협의회 참석을 거부하겠다고 하자 여기에 대해 “전문가는 많으니 당신들이 알아서 해라.” 수준의 답변이 올 정도다. 단언컨대 지금 교육부의 관료들은 국민은 물론 교사들도 개돼지로 보고 있으며, 자기들 위에 앉은 장관이나 청와대는 청맹과니로 보고있다.

그러더니 초등학생들을 학교에 오래 붙잡아두겠다는 정책을 ‘저출산 대책’이라며 들고 나왔다. 차라리 ‘ 맞벌이부부 지원책’이라고 솔직히 말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협조를 구한다면 이해할 구석이나 있다. 그런데 저출산위의 관료는 이것을 ‘초등교육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들고 나왔다. “그 동안 중고등학교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는데, 초등학교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고, 그래서….” 이러면서 초등학교가 보육기능도 담당하는 것이 교육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고등학교의 학생부 종합전형을 가능하게 한 수업방법의 혁신, 그리고 이제는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혁신학교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전혀 모르는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혁신, 혁신학교의 출발점은 초등학교다.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은 잘 모른다. 그럼 그걸 널리 알려야 마땅한 교육부가 외부기관인 저출산위에서 “변화없는 초등학교를 보육기능까지 떠넘김으로써 개혁하겠다” 라고 망발을 늘어놓는 것을 멍하니 듣고만 앉아있는 것이 이 민주진보정부의 교육 현실이다.

어디 그 뿐이랴? 교육감을 여러해 역임한 교육부 장관조차 전공이 부동산인 청와대의 일개 수석의 서슬에 눌려 뜻하던 바를 대통령에게 제안조차 못하고 결국 물러나야 한다. 의미있는 교육개혁안이 번번히 부동산 전문가에 의해 컷트당한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돌고 있다. 그것이 이 민주진보정부의 교육현실이다. 교사의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학교 공무직이나 다를 바 없이 취급하는 것이, 그래서 틈만 나면 전문성의 유지와 함양을 위해 주어진 다소간의 시간을 부당한 특혜라고 부르면서 교사의 처우를 학교 공무직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가 고개를 쳐드는 것이 이 민주진보정부의 교육현실이다. 교사들의 오랜 숙원인 교육에의 전념, 교사인지 행정직원인지 모를 이 정체불명의 업무로부터의 해방은 꿈도 꿀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오히려 복지노동, 돌봄노동까지 떠 안을 판이다.

지금 교사들의 사기는 땅굴을 파고 지하로 들어가고 있다. 그까짓 교사 사기가 땅에 떨어진들 뭐가 대수냐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늘이 쪼개질 정도의 교육개혁이라도 실제로 교사가 신나게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다만 문서상으로만 남는다. 아무리 교사에게 그 개혁의 실행을 강요해도 맥빠진 교사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공문서만 생산할 것이다. 지금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매나 안 맞으면 행운이며, 밤새도록 문자폭탄에 안 시달리면 운이 좋은 거라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위태롭게 출퇴근한다. 그러면서 정부를 불안하게 바라본다. 뭘 잘 해주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 언론은 끊임없이 교사에게 뭊매를 날리고 있다. 만약 진보진영이 그토록 짝사랑하는 핀란드나 독일이었다면 교육부 장관이나 책임있는 인사가 나서서 “우리나라의 교원 선발과 양성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일부 불미스러운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사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교사들의 자질과 자정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라는 발표를 했을 것이다. 가계동향 지표, 고용 지표가 엉망일 때 경제당국이 “경제는 아직 튼튼하다. 일시적인 현상이다.”라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사는 적어도 경제 펀더멘탈보다는 더 믿을만하다. 소방점검 나가서 뒷돈을 받는 소방관도 우리나라 소방관이며 자기 돈으로 장비를 사 가면서 구조에 나서는 소방관도 우리나라 소방관이다. 소방관에게 대는 잣대나 교사에게 대는 잣대가 다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당국은 단 한번도 그런 지지, 신뢰를 교사에게 보여준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교사를 지배하는 정서는 오직 냉소뿐이다. 냉소에 빠진 교사에게 뭔가 신바람을 일으키기 전에는 어떤 교육정책도 백약이 무효다. 이 와중에 초등학교에는 방과후 학생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30분 단위로 집계하여 보고하라는 공문이, “저출산대책위” 명의로 내려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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