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30.

블로그에 신상을 다 밝힌 이유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제 블로그는 익명 블로그였습니다. 하지만 4월부터 아예 프로필의 저의 실명과 주요 경력을 모두 밝혀 놓았습니다. 여기에 대해 반응도 가지가지입니다. 그 중 가장 괴이한 반응은 "웬 자랑질이냐?" 라는 반응인데,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입니다. 아마도 서울대학교와 박사학위 가지고 그러는 모양인데, 글쎄요...

예를 들면 **대학교 **학과 홈페이지에 가 봅니다. 거기에 교수진 소개가 있죠. 거기에는 교수들의 약력이 쭉 나옵니다. 물론 그 중 상당수가 서울대+유학+박사입니다. 그런데 그 홈페이지를 보고 "웬 자랑질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찾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분들이 정말 자랑질 하려고 그렇게 써 놓은것일까요? 당연히 그냥 자신의 경력을 드라이하게 나열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내가 프로필에 경력을 써 놓았기로서니 그걸 자랑질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일 것입니다.

경력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범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원을 8년간 다녔으며 현재 교사다." 이렇게 써야 만 만족할런지... 간혹 서울대학 출신중에 저자약력 등을 저렇게 쓰는 분들이 계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는거야 말로 서울대 신비화에 일조하는것임을 왜 모르시는지... "그 이름을 그냥 이름으로 부를때" 그 이름의 신비와 권력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그럼 왜 갑자기 프로필을 공개했는가? 그 이유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1) 이미 필명이 실명처럼 알려져서 익명 블로그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전에 얼음집 운영할때 "부정변증법"이란 필명을 가지고 여러 뉴라이트 등등은 손쉽게 제 실명, 소속 등을 알아냈습니다. 그러면서 참 입에 담기 어려운 문자 테러도 당했죠. 게다가 제 저서들도 있기 때문에 저의 경력 알아내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2) 그래서 아주 대 놓고 밝히기로 했습니다. 나, 이런 사람이니까 뒷담화 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대 놓고 해라 이런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어떻게 보면 꽤 화려하다 할 스펙을 그대로 밝혀 놓은 것은 이런 공식적 지위에 약한 수꼴, 뉴라이트들에게 엄중한 경고의 의미를 담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 만만치 않으니까 덤비려면 각오해라 뭐 이런 거죠. 진보진영 분들은 이런 공식적 스펙앞에 위축되지 않으며, 또 쿨하고 당당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별 상관 없고요.

3) 게다가 진보교육감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비판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는 것이며, 어차피 금방 알아낼 필명 뒤에 숨어서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등등으로 인해 필명이 아니라 실명으로 블로그질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실명으로 블로그질을 하기 위해선 키배가 없는 고요한 곳에서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 한적한 블로그스팟에 둥지를 튼 것입니다.

간혹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서 글 남깁니다. 내가 자랑질을 할거면 하루 1000명씩 방문하던 블로그를 접고 하루 100명 방문하는 곳에 와서 이러겠습니까? 거기서 자랑질을 하지?

스트라이다

내가 애용하는 자전거 스트라이다입니다. 이렇게 접는데 10초도 안걸립니다. 이렇게 접어서 가지고 들어갑니다. 교무실 책상밑에도 쏙 들어가고 기차 짐칸에도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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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5.

수업과 스마트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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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과 스마트 폰

교사들은 대체로 정보화 기기에 대해 적대적인 경우가 많다. 사실은 새로운 것에 대해, 특히 자신들은 잘 못다루고 학생들이 더 잘 다루는 기기에 대해 적대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런 기기들을 사용하는 것은 대체로 일탈 내지는 통제되어야 할 일이 된다.

하지만 이미 시대가 그런 시대다. 적대하거나 통제하기보다는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바일 기기다. 이제는 단지 전화가 아니니, 그냥 모바일 기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학교가 송파구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한 반에 스맛폰이 대여섯대 씩은 있다. 물론 수업시간에 전화벨이 울리거나 문자질을 하는 짓은 규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저 값비싼 기기들을 그냥 놀리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시간에 교사에 의존하지 않고 정보의 바다에 직접 뛰어들어 지식을 구성하는 경험을 시키자고 버리는 컴퓨터 여섯대 조립해서 사용해 왔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간편하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도구가 여섯대 더 있는데 놀릴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사회과 교실에 USB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유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에 설치하면 그 컴퓨터를 이용해서 AP를 발생하는 장치다.

2만원도 안되는 물건이지만 그 용도는 참으로 훌륭하다. 우선 여기서 이렇게 넷북으로 글을 쓰는 것도 저놈을 통해서다. 하지만 더 좋은 용도는 이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스맛폰으로 즉시 검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8명 중 스맛폰이 1~2대씩 할당되게 조편성을 했다. 장차 그림을 그려서 사진을 찍은 뒤 그걸 활용하는 수업을 할 것이기 때문에 스맛폰은 이래저래 유용하다. 그리고 경제사의 각 시대를 할당해서 조사하게 하였다. 내가 제공한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면 그걸로 그만이고, 더 알고 싶으면 컴퓨터나 스맛폰을 이용해서 검색하도록 했다. 만약 교실마다 태블릿이 한 열대씩 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다 깨 먹으려나?)

몇몇 학생들이 와이파이 설정을 잘 못해서 폰을 들고 와서 와이파이를 잡아 주었다. 아이폰은 잘 못다뤄도 안드로이드는 떡주무르듯 하기에....(나는 넥부심을 가진 사람이다) 어플도 몇개 설치해 주고, 검색 팁도 가르쳐줬다. 순정 브라우저가 자꾸 캐쉬 잡아먹어서 저장공간 부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돌핀 브라우저 사용하는 것도 가르쳐줬다. 엥? 이게 사회시간인가 기술시간인가?

어쨌든 스맛폰을 활용하니 수업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조그만 폰 하나에 여덟명의 건장한 청소년이 달라붙어서 콩알같은 글씨를 보며 자료를 찾는 모습은 코믹하지만, 어쨌든 기존의 6대 +6~7대의 컴퓨터가 더 생긴 샘이니 순식간에 기초자료와 콘셉을 잡고 다음 단계로 넘어들 가고 있다.

이런... 자기주도 학습 좀 더 시키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 했더니만.... 저 작은 안테나 하나가 가져온 변화가 작지 않다.

2011. 5. 24.

수학여행 보고서(3)

수학여행 시리즈의 마무리입니다. 평가에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진 등의 볼거리는 없습니다. 소집단 수학여행이 처음 거론될때 사람들은 1) 학생들의 경험의 질이 높아지고, 2) 학생간, 학생 교사간의 친밀감이 높아지며, 3) 각종 비리가 차단된다 는 점에서 찬성하기도 하고, 1) 교사의 부담이 너무 가중되고, 2) 전반적으로 비용이 높아지며, 3) 학생관리가 어렵다 는 점에서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다녀온 결과 나름 평가를 내려보면 학생들의 경험의 질 부분은 생각만큼 깊어진 것 같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건 여행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성숙도의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학교 3학년 수준에서는 여행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다니면서 뭔가를 진지하게 보는 것 보다는 친구들과 숙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즉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학생간의 친밀감은 확실히 높아졌지만, 학생-교사간의 친밀감은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대규모로 갈 경우 학생들의 숙소 생활을 통제할때 교사는 "학교측"이라는 조직의 얼굴로 통제합니다. 하지만 한두학급이 갈 경우 그 통제는 "학교측"이 아니라 "선생님"이 되며, 따라서 학생들의 반감이 훨씬 더 즉각적으로 표현됩니다. 대한민국특수지역인 송파구 학교가 아니라 다른 지역 학교 학생들이었다면 통제의 필요성이 훨씬 커졌을 것이고, 그럼 아마 담임과 학생 사이는 상당히 험악해졌을 것입니다.

이런 소규모 수학여행 행정이 매우 투명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리 차단을 위해 수학여행 방식을 바꾼다는 발상은 상당히 웩더독 스럽습니다. 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교사 부담의 경우 이 부담의 대부분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행 전문가가 아닌 교사들이 우왕좌왕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이 부분을 교사의 '헌신'에 기대는 모델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이건 당연히 이런 일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할 일이고, 교사는 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보고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선택하는 일 정도를 해야 합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수학여행 전문 여행사들조차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아서 이 부분을 교사들이 직접 담당하려다 보니 갖가지 혼선과 어려움이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미묘한 문제가 생기는데, 소규모 수학여행의 목적이 학생의 경험인가 아니면 투명성인가의 문제입니다. 자꾸 후자쪽으로 이야기가 기울면서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교사가 직접 기획부터 집행을 다 하는 쪽으로 압력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투명성은 수학여행의 규모로 해결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학생의 경험의 질이 문제라면 여행의 기획과 수속은 아마튜어 교사가 아니라 전문 여행가가 담당하는게 옳습니다. 즉 교사가 자기반 수학여행의 목적과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 그리고 여행의 기본 콘셉을 제출하면 여행 플래너가 이를 세팅해주고 이렇게 세팅된 맞춤 상품을 판매하는 형식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대학생 도우미를 붙여준다는 말이 흘러 나오고 있는데, 이건 오히려 자살골 정책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왜 우리가 여행 전문가 까지 되어야 하는가?"에 있지 일손이 더 있고, 덜 있고에 있는게 아니거든요. 가족여행과 책임을 져야 하는 수학여행은 다릅니다.

예를 들면 저는 내년에 경주에 데려갈 계획입니다. 불국사, 석굴암 외에는 참신하게 코스를 짜고 싶습니다. 패키지에서 잘 안가는 괘릉, 늠비봉, 배리삼존불, 석골사 이런 곳에 데려가고, 시간이 되면 양동마을과 현대자동차 공장 이렇게 한번 넣어보고 싶습니다. 교통편은 KTX와 현지 대절 버스를 이용하고요. 숙소는 경주 시내에 있는 콘도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자, 지금같은 상황에서라면 이걸 교사가 다 자료 찾아서 경주까지 가서 현지답사까지 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어레인지 다 하고 예약수속, 계약까지 다 해야 합니다. 이게 잘 되겠습니까? 30명 데리고는 현지 업자한테 문전박대만 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규모 학생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 플래너가 있다면, 이 사람이 교사가 요구하는 코스를 잘 조합해서 코스를 만들고 현지 교통사와 계약하고, 콘도와 계약합니다. 이 사람은 우리 반과만 거래를 하는게 아니라 경주를 오고자 하는 수많은 학급과 거래하기 때문에 콘도, KTX,관광버스는 이들을 괄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좋은 조건에서 계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량 계약한 상태에서 교사의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조금씩 손질해서 총액 개념으로 상품을 교사에게 판매할 것입니다.

저 역시 석가탑 둘레에 수백명의 학생들이 겹겹의 인의 장막을 치는 그런 대규모 수학여행은 아무 소용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핵심은 소규모에 있습니다. 여행업체의 개입 유무, 준비과정의 교사의 직접 개입 등이 에 있는 것이 아니라요.

그런데 서울에서는 자꾸 여행업체의 개입유무에 촛점이 맞춰지면서 교사들이 수업을 결손시켜가면서까지 1박2일동안 수백킬로미터 출장을 미리 다녀오는 등 일대 아우성이 있었습니다. 이건 잘 생각해서 판단해야 할 일입니다. 나는 소규모 수학여행에 찬성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전 사후 과정에 교사들의 아마튜어적인 헌신을 요구한다면 반대로 돌아설 수 밖에 없습니다.

2011. 5. 22.

수학여행 보고서(2)

다음 날이 밝았습니다. 5시30분에 어김없이 내 전화기는 주걸륜 노래를 크게 울려대며 잠을 깨웁니다. 부시시 일어나서 같은 방에서 주무시는 졸업앨범 사진 기사님을 깨우지 않고 각종 위생활동을 마친뒤 방문들을 두드리며 "기상!"을 외치러 나갔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아무도 자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이 녀석들 밤을 꼴딱 샌 것입니다. 방문 밖에는 밤새 먹은 과자, 음료수, 심지어는 양념치킨의 흔적까지 쓰레기통에 포장되어 나와 있었습니다. 기특한 것들이 밤새 그 난리를 쳤는데, 쓰레기를 정리함은 물론 설겆이까지 다 해 놓았더군요.

위에 있는 사진은 숙소입니다. 정선에 있는 메이힐스 리조트입니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괜찮습니다. 숙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정말 강원도 스럽습니다.

내심 기쁘더군요. 애들이 기특해서가 아니라 이것들이 밤을 새었으니 잘 굴리면 오늘 밤은 다 골아 떨어지겠구나, 이런 생각에요.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습니다. 우선 숙소에서 오늘 첫번째 프로그램인 맹방해수욕장까지(이것들이 한사코 바다를 봐야 한다고 해서...)버스로 두시간 가까이 달렸습니다. 버스 안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모두 죽은듯이 자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맹방 해수욕장에 도착했더니 날씨는 정말 심술궂기 짝이 없었습니다. 비는 내리고, 기온은 5월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춥고, 바람까지 불어대었습니다. 겨우 몇몇 아이들만 내려서 바다를 찍고 해변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민물고기 전시관을 들렀다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레일바이크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사단이 났습니다. 학생이 5명이 모자란 것입니다. 너무 깊게 잠들어서 버스 좌석 아래에서 찌그러져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버스가 빈차인걸로 보이고, 그래서 다들 레일바이크 탑승장으로 향했던 것이죠. 버스는 이미 레일바이크 도착역에 가서 기다리고 있고 말입니다.

간신히 가이드 팀장이 버스기사에게 연락을 해서 버스가 다시 와서 잠들었던 5명을 바이크에 탑승 시켰습니다. 그리고 팀장이 바이크 요금을 계산하려고 아이폰을 두드리고 있는데, 그때마다 자꾸 잘못된 전화가 걸려 옵니다. 계산좀 할만하면 전화가 오고, 또 하다보면 전화가 오고... 바이크 직원은 빨리 돈 내놓으라고 독촉이고. 짜증 폭발 하십니다.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모두 바이크에 태워서 출발 시켰습니다. 바이크는 환상입니다. 내내 바닷가를 달리는데, 힘들긴 해도,.... 단 여름에는 햇살 작열이겠더군요.

원래 계획은 환선굴에 갈 생각이었는데, 바이크까지 타고 나니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지 애들이 걷기 싫다고 합니다. 일단 밥을 먹기로 하고 미리 예약한 "춘도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만약 학년 전체가 움직이는 수학여행이었으면 지역 명물 식당에서 식사하는건 꿈도 꿀수 없었겠죠. 300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이라야 뻔할테니까요. 하지만 66명 정도야... 게다가 식사시간 살짝 지난 다음에 갔기에 문제 없습니다.

식당 주인이 감당 못할 인심을 씁니다. "게장 리필!" 난리가 납니다. 애들이 게장을 이렇게 잘 먹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게장과 명태(? 하여간 흰살 생선)의 대 학살의 날입니다. 그 식당 괜찮을런지.....

애들이 배 터지겠다고 하면서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배가 부르니 나도 환선굴 가서 걷기 싫습니다. 그래서 또 협의해서 코스를 당골 석탄박물관과 단군성전으로 변경합니다. 삼척에서 태백 가는 동안 또 무서운 침묵이 흐릅니다. 정작 애들은 계속 자는데 나는 버스에서 잠이 안와서 갈수록 초췌해 집니다. 당골에 도착하자 거의 꼴이 이렇습니다.


이제 승부는 불문가지.... 버스에서 충분히 회복한 아이들과, 계속 체력이 저하된 나....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아까 배터지게 먹었다는 말은 어디로 갔는지 이 식신들이 또 먹어대기 시작합니다. 방방에 지글지글, 보글보글, 꺅꺅!... 새벽 1시에 여학생들이 방방을 기웃거리다 걸렸습니다. 그래서 왜 남의 방들 기웃거리냐고 했더니 배고파서 잠이 안 온답니다. 그래서 내 라면 세개를 주었더니 좋아라 달려갑니다.

새벽 세시.... 마침내 조용해졌습니다. 휴우... 그런데 호텔 로비 소파에 애들 몇명이 노숙자처럼 찌그러져 자고 있습니다. 두드려 깨워 자초지종을 물으니, 밖에 나와서 놀다가 다시 방에 가려고 하니 룸메이트들이 이미 다 골아떨어져서 문을 안 열어준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방에 가서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아주 깊이 잠들었는지 반응이 없습니다. 전화도 걸어보지만 별무소용... 내 방에는 공간이 많지만 이 학생들은 여(!)학생들입니다. 별수 없이 내 방에서 담요들 꺼내서 주는것 이상 해 줄 것이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또 날이 밝습니다. 아, 이틀동안 토틀 다섯시간 잤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마무리가 되기는 되네요.

마지막날 숙소 정리하고, 짐 정리하는데 애들이 정말 빠르게 움직입니다. 월정사도 가고 허브나라도 갔습니다. 허브나라의 활짝 핀 꽃들은 마지막 서비스입니다. 이렇게 파란의 수학여행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애들은 "퍼펙트"한 수학여행이었다고 난리들입니다. 그리고 나는 시체처럼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서울 도착하자마자 "교원업무경감 대책회의"를 하러 배낭을 맨 체 서울시 교육청으로 택시 타고 갑니다. 아, 팔자야!

이렇게 가니까 애들하고 밀착도 되고 재미있기도 하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데리고 다닌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매우 예외적인 지역인 서울시 송파구 아이들이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밤새 풀어놔 봐야 치킨이나 먹고 라면, 삼겹살이나 해먹으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래서 두세시간이라도 내가 잘 수 있었고, 내 방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만약 어려운 지역 중3들이라면 술, 담배, 폭력, 남녀상열지사가 난무하면서 밤새도록 호텔 복도를 뛰어다녀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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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1.

수학여행 보고서(1)

곽노현 교육감의 회심의 작품이라면 작품이고, 또 그분이 직접 말씀하신대로 선무당이 사람잡은 것이라고 하면 또 그렇다고 볼 수도 있는, 학급별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단 처음 해 보는 일이니 리포트를 남겨야 하겠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고, 교사들의 피로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우리반은 옆반과 함께 단촐하게 강원도 내륙권 문화기행을 했습니다. 코스와 숙소는 담임이 짜고, 이를 묶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다음 여행사에게 일괄 구입하는 형식으로 다녀왔습니다. 담임이 숙소 체크아웃할때마다 매 식당 갈때마다 매 관광지 입장때마다 학교 카드 들고가서 결재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한결 깔끔하고 또 저렴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여행사들이 이런 소규모 학생단체 상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큰 혼란이 있었지만, 잘 정착이 되면 교사가 패키지를 짜고, 여행사가 수속을 대행하는 형태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어쨌든 출발입니다. 잔뜩 들뜬 아이들과 걱정이 태산인 담임의 모습이 너무 대비되지 않습니까? 버스가 흔들려서 사진이 영 엉망입니다만...


어쨌든 첫번째 코스인 영월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여행사 직원과 합류하기로 했는데, 뜻밖에도 회사 고위층에 계시는 나이 지긋하신 팀장이 오셨습니다. 아마도 여행사에서 이런 소규모 수학여행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일단 경치는 참 좋습니다. 또 아이들이 두반 60여명 뿐이라 풀어놓고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서 그것도 좋습니다. 붐비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두배 세배가 되겠죠.

특히 졸업앨범용 단체사진 찍을때 확실히 간편했습니다. 10반이 이동하면 한 반씩 사진 찍느라 벌써 한 시간이 갔을텐데, 딱 두반이니 10분만에 사진 다 찍고 시간여유가 남습니다. 이렇게 사진찍고 내려오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폭우가 내려서 다음 코스인 청령포와 고씨동굴이 폐쇄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돌발상황이 발생했을때도 팀이 소규모라 훨씬 덜 당황스럽습니다. 버스기사님들, 여행사 팀장님, 그리고 담임 2명 이렇게 다섯명이 머리를 맛대고 스맛폰으로 찾고 하다가 화암동굴로 진로를 수정했습니다. 이렇게 즉석에서 코스 변경이 자유로운게 소규모 수학여행의 또 다른 장점인 것 같습니다.

뭐가 되었건 간에 아이들은 마냥 즐겁습니다. 이렇게 화암동굴까지 관람하고 나서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애들 숙소로 밀어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숙소 배정 후 두시간 쯤 지났을까? 애들이 방문을 두드리고 난립니다. 뭔일인가 봤더니 아뿔사 방배정이 잘못되었습니다. 10명인 조에게 26평 방이, 6명인 조에게 32평 방이 배당되었던 것입니다. 맙소사 이런 실수를! 대규모 수학여행이었다면 노련한 조교들이 착착착 처리했을테지만, 여행전문가가 아닌 담임 손을 타니 이런 실수가 벌어집니다. 어쩌겠습니까? "몽땅 짐싸서 방 교체!" 하고 소리치며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아이들이 투덜거리며 짐을 싸고, 복도로 어그적거리며 나옵니다. 일대 아수라장입니다.

짐싸서 방 뺐는데, 들어갈 방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 이렇게 복도에 퍼져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코믹합니다. 한 장 찍었지만 플래시가 터져서 모두 로봇눈 처럼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난리 끝에 겨우 방배정이 끝나고 한 숨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생각하면 이건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이 "망할 것들"은 체력이 무제한입니다. 아예 안 자기로 작정하고 온 16세 청춘을 44세 중년이 당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28세 차이! 방 곳곳에서 라면 끓이고 삼겹살 굽고, 온갖 게임이 난무하고, 콘도 편의점에서 사재기 하고, 노래방에 찜질방에, 아이들이 거미떼마냥 이리저리 흩어집니다. 대규모 팀이라면 숙소 하나를 전세낸 뒤 조교들이 철통 방어를 하겠지만 64명에게 통으로 내어주거나 조교를 제공할 수련원이나 콘도는 없습니다. 꼼짝없이 담임 몫입니다. 여행사 가이드는 가이드지 조교가 아닙니다. 주무셔야 다음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체 언제 잘래?" 한숨이 나옵니다. 그러다 결국 내가 먼저 잠듭니다. 그런데 새벽 1시에 애들이 방문을 두드립니다. "샘, 배고파서 잠이 안와요." "편의점 가" "문 닫았어요" "어쩌라고?"... "샘 목말라요" "그래서? 생수 사" "문 닫았어요" "어쩌라고?" 하여간 온갖 민원이 끊어지지 않고 들어옵니다.

마침내 새벽 두시. 모든 상황이 종료됩니다. 애들이 종료된게 아니라 내가 종료되었단 뜻입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식사 시간이 7시이니 애들을 6시에는 일어나도록 해야 하고, 난 5시30분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세시간 반... 수면.... 이렇게 이틀밤 합쳐 7시간 이내의 수면만이 보장됩니다.... 아 까마득해라.

2011. 5. 19.

너무 값 없어진 교육감 표창

스승의 날에 교육감 표창을 받았다. 사실 나는 20년간 표창이라고 하는 것을 받아 본적이 없다. 학교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자랑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내가 교육감 표창을 받게 되었다고 연구부에서 연락이 왔을때 거절했다. 포상 실적 없는 내 인사기록부를 퍼펙트하게 유지하고 싶다고..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서 결국 받게 되었다.

그 결정을 하고 나자마자 대뜸 공적조서 양식이란게 날아왔다. 이게 뭐냐고 했더니 어떤 일을 해서 상을 받을만한지를 쓰라고 한다.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어째서 상 받을 사람이 자화자찬을 해야 한단 말인가? 공적조서는 추천하는 사람, 즉 교장이건 교감이건 혹은 인사자문위원회건 거기서 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랬더니 관행이란다. 정말 해괴한 관행이다. 오골거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썼다.

그리고 스승의 날 다음날 표창장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한 교사가 "왜 장관상이 아니고 교육감 상이여?" 하고 물었다. 그래서 "이주호 이름 찍힌 상 보단 곽노현 이름 찍힌 상이 더 났다고 생각하는데?"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 왈 "아니, 왜 그 경력에 교육감 상이냐고?" 라는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린가? 나는 내가 그 동안 내세우지 않고 열심히 가르치고 노력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말인가?

그 사람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교육감 상이야 나이가 웬만하면 다 주는거잖아? 그런데 당신 나이는 이미 그 나이가 넘었잖아?"라는 것이다.

아니 이게 뭔 소린가? 그러니까 난 다만 나잇살 먹어서 밀어내기 한 상을 받았단 말인가? 난 내가 뽑고 인정하는 교육감의 표창장이라 기쁘게 받았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어쩐지 공적조서를 내가 직접 쓰게 되는 상황이 이상하다 했더니만, 상 받을 사람을 주는게 아니라 밀어내기로 상을 주었기 때문에 그런 관행이 생겼던 것이다.

기분이 몹시 상했다. 이 상을 받을 수 없다. 내가 인정하는 교육감의 이름이 찍힌 표창장이 무슨 을 했건간에 다만 경력만 채우면 받는 그런 걸로 전락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 이런 놈의 표창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사자 앞에서 저렇게 말할 정도면 뒤에서는 어쩔 것인가? 자기들 끼리 모여서 "저 나이에 겨우 교육감 표창 받고서 희희낙낙하는 꼴 좀 보게" 이럴 것이 뻔하다. 도대체 이따위로 조롱당하고 모욕당하는 표창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공정택 표창이라면 모른다. 하지만 곽노현 표창까지 그런 취급을 받는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기가 막혔다.

그래서 표창장을 집어들고 교감 책상에 집어던지고 왔다. 놀란 교감은 내가 주관하는 "프로슈머 연수" 출석률이 저조해서 화를 내는 줄 알고, 교내방송으로 연수 참석을 종용했다. 이것 참....

원래는 표창장 뒷면에 이런 내용과 "따라서 죄송하지만 나는 이 표창을 반려합니다. 만약 내가 상받을 만한 일을 했다면, 나더러 그 내용을 쓰라 하지 마시고, 댁들이 나 모르게 그 내용을 적어서 나중에 상 받을때만 내가 알게 해 주세요. 나는 나잇살 밀어내기 상을 거부합니다. 내가 그 정도로 별 볼일 없는 교사가 아님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이런 표창은 필요 없습니다." 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등기로 교육청에 반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표창장을 던져놓고 왔으니? 하지만 표장을 받아도 인사기록부에 등재 신청을 안하면 그만이니 뭐 상관 없다. 신청 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교감이 어느새 표창장을 복사해서 행정실에 넘기고 인사기록부 등재 결재과정을 다 마쳐놓았다. 이런 민폐를 끼쳤다. 아무래도 마음이 찜찜해서 미리 준비해 간 자몽주스를 교감에게 주고 "교감샘한테 성을 낸게 아닙니다. 이 황당한 제도에게 성을 낸 겁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역시 실무자였던 연구부 선생님한테도 주스와 사과를 전했다.

그러나, 이 황당한 제도에 대한 나의 분노는 여전히 식지 않았다. 교육감 표창.... 정말 받을만한 사람에게 주어 영광스럽게 하거나, 아니면 폐지해야 한다. 이런 낯 뜨거운 표창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2011. 5. 18.

행정업무는 무능한 교사의 피난처다

교사의 주 업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이슈방이 토론이 종결되었네요. 그런데 교사의 승진 제도 역시 교사의 주 업무가 무엇인가라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이슈방을 보니 정작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아닌 학교 행정직원분들의 글이 상당히 많더군요. 하지만 그분들의 노고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법은 법인지라 어쩔수가 없을 것 같네요.


한번 정리해 볼까요? 초중등교육법 따르면 "교사는 학생을 교육"합니다.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학생을 교육"합니다. 행정직원은 "행정사무와 기타사무"를 담당합니다. 교과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교무란 교(가르칠교)무가 아니라 교(학교 교)무입니다. 즉 가르치는 것과 관련된 일은 교육이라 칭하고, 기타 학교 운영과 관련된 일을 교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교무 안에 행정사무와 기타사무가 포함되는 것이죠. 그러니 교사들의 소위 "잡무"는 경감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행정직원이 만약 교사들이 종전처럼 이런 저런 행정업무를 계속 맡아해야 하며, "교육관련"이란 애매한 용어를 빌미로 "교육"행위 이외의 일을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불법"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맡아서 하던 이런 저런 잡무를 몽땅 행정직원에게 떠넘기면 그 일덩어리가 엄청날텐데, 그걸 어떻게 다 합니까? 바로 그래서 업무경감이란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흔히 교원 업무경감이라고 말할때 경감되는 업무는 행정직을 편하게 하자는 것이지 교사를 편하게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 경감이 수업 경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닥치는대로 행정실로 이관하자는 것이 아니라 20% 이하로 축소시키고 폐지한 뒤에 기존의 행정업무와 통폐합하자는 것입니다.


그럼 왜 교사가 행정업무에 매달려서는 안되는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가르치는 일은 다른 일과 달리 계속해서 그 능력이 갱신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 능력이 갱신되려면 그 동안에 알았던것을 다시 되새겨야 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결과를 반추해야 하며, 이 둘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교수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가르치는 일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애초에 학교의 어원인 스콜레도 그리스말로 "여가시간"이란 뜻입니다. 수업은 일종의 무대예술+학문입니다. 만약 어떤 가수가 연습하고 작곡하고 다른 음악을 들을 시간없이 계속 노래만 해야 한다면 절대 성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정 창조적인 작업은 다소 멍때리는 시간에서 나오니까요.


그런데 공연을 할때는 스탭이 있습니다. 이 스탭의 역할은 아티스트가 최상의 상태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도 스탭이 있습니다. 바로 직원들이며, 교장, 교감입니다. 이들의 묵묵한 희생은 매우 중요하며 그 덕분에 교실이라는 무대에서 아름다운 교육이 꽃 필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교사들에게 스탭의 일을 나눠 하자고 요구한다면 아마 교사는 퍼포머도 스탭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그냥 시간만 떼우는 월급쟁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놈의 연구 집에 가서 해라. 왜 근무 시간중에 연구하냐라고 말한다면 참으로 할말이 없어집니다. 모든 일은 가능하면 근무 시간 중에 해야죠. 5시 넘어 학교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운운하는 말도 참으로 안타까운 말입니다. 교사는 일과가 9시보다 먼저 시작합니다. 또 일반 회사와 달리 점심시간에 일을 놓을수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급식실에 한번 가 보셨나요? 잠깐만 한눈팔면 줄이 밀리면서 나가자빠지기 일쑤입니다. 점심시간이라고 한가로이 식사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러니 8시부터 17시까지 일했으면 당연히 퇴근하는게 마땅합니다. "우리 회사는 안그런다! 밤에 불켜고 일한다!" 그건 부당하게 잔업, 초과노동을 시키는 회사를 탓해야 하는게 정상 아닐까요? 근로기준법 잘 지키는 직장을 욕할 것이 아니라?


흔히 수십년된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가르치는 낡은 교사를 욕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 교사에게 그 낡음을 갱신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흔히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교사를 욕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 교사에게 아이들을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르치고 소통하고 생각하는 일 외에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선생들 놀고 먹는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금까지 교실에서 엉터리 수업을 하고도 그런 엉터리 교사들이 끄떡 없었던 까닭은 교사의 업무가 교육외에 하나 더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잡무라고도 불리는 각종 행정업무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엉터리 교사들은 수업은 개판을 치면서도 자신 만만해 할 수 있었습니다. "난 일을 잘한단 말이다. 수업따위" 이렇게 말하면서 말입니다. 즉 교육 말고도 또 다른 업무가 있다는 것은 이들 무능한 교사들에게 아주 든든한 피난처를 제공해 준 셈입니다. 비록 교육은 못해도 교무는 잘하는 교사라는 자부심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흔히 잡무라 부르는 일들의 폐해가 바로 이것입니다.


만약 잡무가 사라지면요, 수업 떡치고 학생들에게 엉망인 교사들은 학교안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습니다. 교사도 사람인데 하루종일 부정적인 상호작용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전에는 학생들과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해도 내려오면 소위 행정일 잘 해서 교장, 교감 칭찬 듣고 그럭저럭 살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업무가 정상적으로 행정직에게 넘어가 버리면, 이 교사들은 공부하고 연구해서 잘 가르치는 길 외에는 살아남을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교장, 교감의 역할이 참으로 애매합니다. 교무도 통할하고, 학생도 교육하거든요. 과거에는 "교사는 교장의 명을 받아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법이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교장이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며, 교사는 교장의 교육의 일부를 명받아서 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법에는 "교사는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합니다. 그러니 교사의 교육활동은 교장의 교육활동의 부분집합이 아니라, 국가교육과정의 부분집합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장, 교감의 교육활동은 교사의 교육활동의 여집합이나 일정부분 교집합이 됩니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교장, 교감의 역할은 교무통할 쪽으로 많이 치우칠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교장, 교감이 슈퍼맨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양쪽을 다 감당하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교감, 교장이 되는 것이 교사에게 승진이라는 것입니다. 즉, 교무를 통할하는 자리, 각종 행정사무와 기타사무를 통할하는 자리로 가는 것이 승진으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자, 행정직으로 가는 것이 승진으로 여겨진다면, 교사들은 과연 교육과 각종 행정잡무, 어느쪽에 더 큰 유인을 가지게 될까요? 정답은 뻔합니다. 행정직으로 가는 것이 승진으로 되어 있다면, 교사들은 수업과 행정잡무 어느쪽을 더 중요시 할까요? 역시 정답은 뻔히 정해져 있습니다.


이제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지금 학교에서 교사들은 교육 뿐 아니라 각종 행정잡무도 담당합니다. 그런데 교육활동은 교장, 교감이 직접 확인하기도 어렵고, 또 교장, 교감은 기본적으로 행정적인 지위입니다. 반면 행정잡무는 공문서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실적이 바로 확인되고, 또 교장, 교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행정잡무를 잘 처리하는 교사들이 승진해서 교감, 교장이 될 것입니다. 수업이야 개판을 치건, 소판을 치건 말입니다.


이래서 교원 업무의 합리화,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교사들에게서 가르치는 일과 그 결과물을 관리하는 일만 남겨두고 싹 걷어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교장, 교감에게 비비면서 행정직으로의 승진을 꿈꾸었던 딸랑이 교사들의 앙상한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교장, 교감은 다만 행정적인 업무의 책임자가 될 뿐 교사들에게 과거와 같은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서 19세기 학교를 만들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잘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는 어떤 유인이 필요할까요?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기회만큼 큰 유인은 없습니다. 그래서 훌륭하게 잘 가르치는 베테랑 교사들에게는 신임교사나 젊은 교사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역할을 부여해 주면 됩니다. 흔히 헤드티쳐, 마스터티쳐라고 부르는 직책이 바로 그것이죠. 그리하여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은 이들 헤드, 마스터티쳐들이 총 책임자가 되고, 교육이 아니라 학교 그 자체를 관리하는 업무는 교장이 총 책임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일로 승진하고 싶은 사람은 헤드티쳐가 되고, 행정적인 일로 승진하고 싶은 사람은 교장이 되는 것입니다.


제도적인 부분은 좀 더 정교해야 하겠지만, 일단 방향을 이렇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교육과 행정을 완전히 분리하고, 더 나아가 승진에서도 교육과 행정을 분리한다면 지금처럼 행정잡무 잘 처리하는 교사가 학교에서 인정받고, 교육에 헌신하는 교사가 오히려 소외되어 급기야는 생명력 없는 좀비교사로 늙어가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세계에서 유래없이 상위권에서 충원됩니다. 핀란드에서는 자기나라 교사들이 상위 30%에서 충원된다고 자랑하더군요. 우리나라는? 30%로는 어림 반푼도 없습니다. 최하 10%, 아마도 5% 이내에서 충원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데려다가 각종 종이뭉치에 스태플러나 박고, 엑셀 칸에 숫자나 집어넣는 일을 시키고, 그런 일 잘한다고 승진시킨다면 이건 정말 아깝고도 한심한 노릇 아니겠습니까?

2011. 5. 16.

가족이란?

어느 가족의 모습.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두 딸이 제각기 멀리 떨어져서 각자 폰질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아주 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버지가 떠날때까지 계속되었다.
아버지가 떠나기가 무섭게 세 모녀는 한 자리로 뭉쳐앉아 흥겹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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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

곽노현 교육감과 평교사와의 대화



고 노무현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사건중에 '평검사와의 대화'가 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검새라는 말이 나올 그런 사람들이었지만, 어쨌든 몇몇 평검사(이렇게 말하니까 꼭 권력자 아닌것 같지만 검사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권력자임을 스스로 즐기고 있었겟지)와 대통령이 이른바 터놓고 이야기 하고, 그게 전국에 생중계 되었던 행사 말이다.

그런에 4월 26일 곽노현 교육감이 "평교사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교육감이 평교사들을 모아놓고 훈시를 하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지라 비록 초청자 명단에는 없지만 그냥 찾아 갔다. 그런데 너무 빨리 도착해서 제일 앞줄에 강제 배당되고 말았다. 하지만 불청객 답게 발언을 삼가하고 경청과 관찰만 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김상곤 교육감과의 대화에도 참가했으니(그때는 정식 초청), 교육감과의 대화와는 참 인연이 많다. 아무리 한계가 있니 뭐니 해도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라는 것을 인정하고 또 고맙게 여겨야 한다. 옛날 같으면 교육감은 커녕 본청 장학관 만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으니까.

우리는 자꾸 진보를 어떤 정해진 내용으로 규정하려는 편향을 가진다. 그래서 그 내용들이 얼마나 관철되었는가를 가지고 진보다 아니다를 따진다. 하지만 그것은 진보를 가장한 보수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과정과 형식이다. 내용은 얼마든지 바뀔수 있고, 또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형식이 얼마나 열려있는가, 그리고 그 내용이 같은 과정과 형식을 통하면 얼마든지 바뀔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정책 자체는 어떤 진보교육감보다도 혁신적이었던 유인종 교육감을 진보교육감이라고 까지는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말 터놓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곽노현 교육감의 이번 행사는 그가 "진보적"임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난 10개월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많은 교훈과 학습이 있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낡은 관행적 교육, 학생의 행복에 무관심한 교육, 소외계층들을 더더욱 소외시키는 불평등한 교육을 혁파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영리하게" 활용할 것임을, 또 그런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전에 대화를 나누어 보았던 김상곤 교육감과 비교해 보면, 교육관료들과 수싸움을 하는 노련함, 노회함은 김교육감이 앞서는 반면, 교육에 대한 비전과 의지는 곽교육감이 보다 확고하다는 느낌이었다. 또 자신의 교육감직 수행을 전체 진보운동의 관점속에서 바라보려는 태도도 곽교육감 쪽이 보다 확고해 보였다. 이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김교육감 보다 곽교육감이 관료보다 운동가에 더 가깝다는 의미인데, 때로는 운동가의 어떤 이상주의나 낭만이 현실의 장벽에 의해 큰 상처를 입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예리한 현실의식을 갖춘 보좌진들의 조력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곽교육감이 터놓았듯이 그에게 "교육에 대한 전문성"은 없다. 그래서 그는 지난 10개월을 "선무당이 사람잡았다."라고 매우 진솔하게 자아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행정조직을 주무를" 능력은 있다고 자부했다. 문제는 그 행정조직을 주물러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이며, 진보적인 교사들은 바로 이 부분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 반면 교사들은 노회한 관료조직들을 주무르는 정치적 감각 부분에서는 너무 우직하고 순진할 수 있다. 그러니 양자간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며, 교육감은 이를 요청한 것이다. 그런 긴 안목과 먼 싸움을 내다보면 당장의 현안들은 매우 사소한 것이나 지엽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바로 그런 지엽적인 것에 발목을 잡혀서 먼 싸움, 긴 그림을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생각과 관점을 진보교육감 핥기라고 폄하하는 전교조내 좌파들의 원리주의적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그래서 내가 전교조의 문제는 정치적이면서 정치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관심은 교육이 아니라 정치에 가 있으면서, 주장을 펼치고 관철시킬때 필요한 정치력은 부족해서 하고 한날 들이받고 떼쓰기나 한다는 뜻이다. 물론 진보교육감을 핥아서 한 자리 해 보려는 일부 전교조 원로분들의 거슬리는 행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진솔하게 교육감과 대화하고 고민을 함께 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려는 진지한 교사들도 얼마든지 있다. 이런 식의 대화가대 앞으로도 대상을 바꾸어 가며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그때마다 불청객 관찰자로 참석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 교육운동의 길을 찾아 출항합니다

미래의 희망과 진보를 상징하는 아틀란티스 그 동안 여러분은 얼마나 교육을, 학교를, 교사를 욕했습니까? 또 얼마나 학교를 교사를 상대로 희망을 품었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학교를 교사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우리는 막연히 학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