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31.

2011년을 보내며, 2012년 교육혁신의 결실을 꿈꾸며

2011년은 저에게 정말 역동적인 한 해였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역동이 결국 곽노현 교육감으로부터 시작하여 곽노현 교육감으로 마무리 되는 것 같습니다. 본래 저는 2008년 전교조 부대변인직 사임과 함께 진보진영의 공식적인 조직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주로 저술과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작업이 브레이크가 걸렸는데, 언제나 저술과 연구를 함께하는 절친이 곽교육감에게 차출되어 교육청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레 서울시 교육청에서 오가는 일들을 들어 알게 되었고, 기대와 달리 계속 삐걱거리고 있는 진보교육감의 행보에 몹시 불안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곽교육감의 정책을 비판하고 방향전환을 권고하는 글을 블로그에 게시한 뒤 교육감의 트윗으로 날렸고, 그때부터 저의 운명도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곽노현 교육감의 부름을 받았고, 말로 하는 비판이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니 그 말에 책임을 지라는 요청과 함께 이런 저런 사업에 TF로 위촉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원업무정상화" 사업이 핵심적인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곽교육감의 혁신사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교육감은 교육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교사가 진보적이고 어떤 교사가 기회주의자며, 보수파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결국 장학사들이 구성한 TF에게 일을 맡길수 밖에 없는데, 이들은 보수적인 교육자들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절대 곽감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이 와중에 역시 교사 출신이 아니라 시민활동가 출신인 정책보좌관들은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들을 언론에 터뜨리고, 결국 조중동의 빈축을 사는 상황이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전교조가 장학사가 추천하는 교육계 인사에 맟설수 있는 인사들을 제공하지 않으면 곽감의 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곽감이 방향을 잡더라도 전교조가 그 추진력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3년만에 전교조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 분들 역시 교육혁신의 희망을 구현해야 한다는 뜻에서는 여전히 동지였기에 3년간 정말 문자한번 안 보냈던 괘씸한 후배지만 도리어 힘을 보태준것을 고마워하며 따스히 맞아 주었습니다.

이리하여 5월부터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서울지부를 오가는 정신없는 나날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원업무정상화를 중심으로 한 학교체제 혁신안을 다듬어 나갔고, 학교장평가, 교원평가 등도 교과부의 압박이 있지만, 적어도 교육감 재량권 한계 내에서 최대한 지킬것을 지킬 방안을 같이 고민했습니다. 오세훈의 뻘짓에 맟서서 어떻게 무상급식을 지킬것인가도 같이 고민했고, 그 밖에도 수많은 교육혁신, 교육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처음 만났을때는 답답함과 불안함이 느껴졌던 곽감에게서 이제는 자신감과 확신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히 가시화 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교육이 진보의 큰 걸음을 내디디려는 순간 정말 절묘한 타이밍으로 곽감이 구속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진보진영에서는 곽감을 도마뱀 꼬리처럼 자르고 가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저는 곽감이 법에 의해 구속되는 것 보다 도덕적으로 단죄되는 것이 더 큰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법적인 판단이야 법관에게 희망을 걸어볼 일이나(사실 믿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 내부에서 도덕적인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SNS와 인터넷 상에서 혈전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진중권, 조국 같은 진보진영의 얼굴마담들의 섵부른 꼬리자르기에 일침이 가해졌고, 법적 선고와 무관하게 곽감은 도덕적으로는 진보진영의 용서를 받았고, 지지를 회복했습니다. 만약 곽감이 도덕적으로 복권되지 않고 진중권 주장처럼 부도덕한 내침을 당했다면 아마 이후 박영선, 박원순의 단일화도 어려웠을 것이고 지금 우리는 나경원 시장님을 영접해야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저의 2011년은 이래저래 곽노현 구하기로 점철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곽감은 풀려나지 못했지만, 노골적으로 가해오는 수꼴들의 서울교육혁신 되돌리기 공작에 맟서 싸워야 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우리에게는 오직 인터넷과 SNS뿐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계속해서 프레임을 우리쪽으로 가져오고 저들을 고립시키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것 두가지가 있다면, 나꼼수과 곽감을 계속 공격하던 진중권의 논리를 완전히 떡실신 시킨 것(그를 은퇴시킨 사람들 중 저도 분명 포함될 거라 생각합니다)과 교사들의 수업을 녹음해서 매카시즘 반공선동 도구로 쓰려 했던 뉴라이트와 조중동의 추악한 짓거리를 폭로해서 무력화 시킨 일입니다. 몇몇 블로거와 시민기자의 힘만으로 저 거대한 집단과 싸워 이긴 것입니다.

동요하던 곽감 진영의 사람들은 곽감 부재중인 상황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모였으며, 전교조, 교육청파견교사,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시 전열을 재정비 했고, 끈질기게 기존의 교육혁신 정책을 밀어 붙였고, 반동시도를 저지했습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2011년 하반기, 저와 저의 동료들의 삶은 한 마디로 "결사전"이었습니다. 교육관료들은 교육감이 부재하자 하기로 되어 있던 사업들에 대해 사보타지를 시작했고, 그걸 저지할 유일한 방법은 "그럼 우리가 다 하겠다" 하고 나서는 것 뿐이었습니다. 다들 일인 오역씩 해야 했고, 그래서 막상 일이 다 되려고 하면 마지막에 나서서 코빠뜨리려는 교육관료들과 치고받아야 했지만 누구 하나 힘빠지지 않았고,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곽감의 개혁정책은 그가 감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물러섬 없이 추진되었습니다. 곽감의 교육혁신을 저지하고 되돌리려던 저들의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교원업무정상화는 모든 교장들에게 공표되었고, 인권조례는 통과되었으며, 혁신학교 등 각종 혁신 사업들은 그대로 계승되었습니다. 이대빵 조차 2012년 서울교육청 4대역점사업을 학교혁신과 관련된 내용을 채워야 했습니다. 이제 서울교육의 혁신 물결은 되돌릴 수 없을겁니다.학생인권조례에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이주호의 요구에 이주호가 아바타로 박아 넣은 부교육감이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렇게 2011년이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저는 감히 옥중의 곽교육감에게 2011년은 교육혁신이 무사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 한 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2012년은 그 교육혁신이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는 그런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가급적 그 선언은 1월 6일, 교육감이 직접 하시는 것이 가장 좋겠죠.

그리고 9월 이후 초조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서울의 교육혁신 세력들을 바라보았던 여러 민주진보 진영 분들에게 우리가 이 고난을 이겨내었듯이, "쫄지 말고" 또 "졸지 말고" 우리가 믿고 있는 바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세상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복잡한 2011년을 보낸 저는 2012년에는 가능하면 다시 교사와 학자라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서 교육혁신의 배경이 되어 줄수 있는 다양한 이론들을 생산하고, 또 그런 일을 할 진보교육학자들의 네트워크를 확산시켜 볼 생각입니다. 아울러 수꼴들에 의해 오염된 교과서들을 대체할 다양한 학습용 도서들을 개발하는 일에 매진해 볼 생각입니다. 이거, 너무 일이 많나요? 하지만 이렇게 벅차게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행복이며 기쁨입니다.

여러분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2년 교육혁신 완성의 원년을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2012년을 몇 시간 앞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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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30.

교원업무 정상화에 태클거는 보수 교육자들, 그러지 말고 아이들 살립시다

2011년 4월부터 곽노현 교육감은 교원업무정상화 계획을 추진하였습니다. 이것은 아무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교사들에게 부과되어 왔던 각종 행정사무를 분리하여 앞으로 순차적으로 충원해나갈 교무행정지원사들에게 이관하고, 행정사무를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던 학교의 부서체계를 수업과 생활지도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사업입니다. 그러니 단순한 교원업무 경감 수준이 아니라 교원업무 정상화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 동안 교사들은 3학년 5반 담임, 혹은 사회과 교사의 자격으로 부서편성이 된 것이 아니라 각종 행정잡무의 담당자로서 부서편성이 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면 교육정보부 홈페이지계, 교육과정부 봉사활동기록계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특히 교육청이나 교과부에서 내려오는 공문들을 처리하는 담당자들이 가장 중요인물로 대접받아 왔습니다. 얼마 전 교사들이 이 공문처리 담당자들의 다면평가 점수를 낮게 줬다고 교장이 깽판을 친 사건도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수업? 아무리 잘해도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시간표 빵꾸내지 말고, 애들 소란 안 부리게 한 시간 꽉 잡고 있는게 그 동안 교사들에게 요구된 수업의 전부였습니다. 생활지도? 무섭게 부라려서 애들 숨도 못쉬게 만들고 머리 다 자르고, 줄 딱 맞추게 만들면 그게 생활지도 잘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내면에서 무엇이 어떻게 역동하고 있는지 따위에 관심가지면 공연히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 취급 받았습니다. 결국 수업이고 생활지도고 모두 얼마나 학생들을 억압해서 찍 소리 못하게 만드느냐 외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행정이니까요. 중요한 건 공문서고, 중요한 건 소위 "학교 일"이고 실적사업이고, 각종 보고회, 평가회니까요.

하지만 2012년부터는 달라집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심지어 곽감이 옥중에 있는 동안에도 이 사업을 끈질기게 추진해서 2012년 역점사업 1호로 "교원업무정상화 정착"을 못 박았습니다. 그리고 "수업과 생활지도가 학교의 중심입니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1300여 교장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였습니다. 만약 이렇게 까지 했는데도 학교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순전히 이 혁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고의려 방해하려는 교장선생님들 탓으로 알겠습니다.

안그래도 교장들이 중심이 된 한국 교총에서 이번 교원업무정상화 방안에 대해 항의 서한을 보냈더군요. 졸속적인 정책 어쩌구 하면서요. 그런데 그 내용이 가관입니다. 크게 네가진데요, 거기에 대해 나름 답해 보겠습니다.

항의1. 교원업무 정상화라고 하면서 행정직원을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 교무행정지원사는 행정실이 아니라 교무실에서 근무해야 한다.

답변1. 다들 난독증이 쩌십니다. 지난번에는 행정실장들이 공문 읽어보지도 않고, 지들 멋대로 "교무실, 행정실 통합 반대한다"라고 하면서 공청회장에서 난동을 부리더니, 이번에는 교장들이 공문도 안 읽어보고 엉뚱한 소리들 하십니다. 교무행정지원사는 교무실에서 근무합니다. 교감 옆 자리에서 말입니다.

항의 2.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을 단지 행정보조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답변 2. 아니, 그럼 그 동안 교무부장, 연구부장이 사실상 행정직 아니었나요? 두 분은 그냥 늘 하던거 하심 됩니다. 오히려 교무행정지원사가 들어오면서 행정보조직에서 행정관리직 된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실제 댁들 속마음은 이거죠. 다른 선생들도 행정딱까리 하고 있을땐 교무부장, 연구부장이 우쭐거릴 수 있었는데, 이젠 다른 선생들은 교육만 하고 있으니 앞에서 우쭐댈수가 없다. 네 맞습니다. 우쭐댈 수 없습니다. 교감 인턴한다 생각하세요.

항의 3. 교육법에 규정된 교장의 업무분장권 침해다.

답변 3. 참 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십니다. 교장의 업무분장권이 어디 무소불위의 권력입니까? 교육법에는 교사는 교육을, 교감은 교무 통할을, 행정직원은 각종 행정 및 기타 사무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범위 안에서의 업무분장권입니다. 그러니까 우리학교 교장이 나를 3학년 담임에 꽂을지, 2학년 담임에 꽂을지를 분장할 수 있단 뜻입니다. 혹은 담임을 시킬지 아니면 상담부장을 시킬지 수준에서의 분장권이라는 겁니다. 법의 범위를 넘어서 나를 사회선생을 시킬지 아니면 목공실 수선일을 시킬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동안 교장들은 불법적으로 교사들에게 법에도 규정되지 않은 업무를 부과해 왔던 것입니다. 뭘 좀 알고 말하세요.

항의4. 부장들을 모두 비담임으로 못박아서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

답변4. 그럼 부장교사들도 담임 하세요. 안 말릴게요.

항의5. 교감의 역할이 거의 없어서 사실상 교감을 학교 국외자로 만들고 있다.

항의5. 교감이 교무행정업무를 통할한다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도대체 공문을 읽고 나서 항의를 하던가 말던가 하세요.

제발 부탁하는데, 보수적이라고 자처하는 교사, 교감, 교장님들. 아이들이 병들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들을 향해 선생님들의 눈이 가고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의 눈길을 아이들로부터 빼앗은게 뭔지 아십니까? 컴퓨터 모니터입니다. 아시겠어요? 다들 모니터 쳐다보면서 소위 "일" 하느라 아이들 볼 새가 없는 겁니다. 교육청에서 쏟아지는 일로도 모자라서 굳이 간단한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법에도 없는 엉뚱한 각종 장부 만들고, 온갖 해괴한 서류작업을 창조해서 강요해 왔던 분들이, 모든 결재가 전자화 되었는데도 굳이 수기 문서 작성까지 요구하면서 선생님들을 모니터 앞에 붙잡아 두었던 분들이 누구입니까? 바로 우리 원로 교육자 분들이십니다.

그러니 이제 제발 함께 모니터 던져 버리고 아이들을 보자고 하는데 태클 좀 걸지 맙시다. 정 걸고 싶으면 좀 제대로 알고 나서 거시던가 하시고요. 수준이 맞아야 대거리를 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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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6.

봉도사 보내고, 곽노현 만나고, 박명기의 상처 듣고

오늘 참 법원에서 뱅글뱅글 돈 하루였습니다. 1990년에 그 이름도 유명한 집회와 법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지검에서 여러 시간 보낸 이래 이렇게 장기간 서초동 법고을에 있어 본적이 없습니다.

1. 봉도사를 보내다.

우선 11시 50분- 13시까지는  봉도사를 차가운 감방으로 보내는 웃지만 기분 엿같은 행사를 했습니다.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봉도사를 꽃비가 내리는 가운데 저들의 손에 넘겼습니다. 서울구치소 수번 77이랍니다. 가뜩이나 추위도 타는 분인데 참 걱정입니다. 아마 대한민국 역사상 꽃비를 맞으며, 꽃 길을 밟으며 감옥에 간 사람은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그나 저나 김어준 총수가 한나라당 프락치인게 밝혀졌으니 이를 어쩌죠?

2. 법정에서 쫓겨나다

그리고 13시30분-14시 30분까지 식사를 하고 이번에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를 찾아 갔습니다. 여기서는 무려 88명이나 되는 피고가 있는, 그런데 이 중 최고 구형이 6개월에 불과하고 절반이 벌금 50-300만원인 참 황당한 재판이 열리고 있습니다. 민노당 후원금 교사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교사나 공무원이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은 못해도 후원금은 낼 수 있었던 시절에 상당수 전교조 교사들이 민노당에 월 만원 정도의 자동이체를 했습니다. 그런데 2006년엔가 그게 불법으로 바뀌었습니다. 관심 많은 분들은 알아서 끊으셨지만, 대부분 소액 자동이체인 분들은 그런지 만지도 모르게 몇년이 더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정부들어 그걸 다 끄집어 내어 엄청난 중범이라도 범한양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에 몇백만원씩 몇천만원씩 처먹인 교장들은 모른척 하고, 기껏 3,40만원 그것도 과실로 납부한 교사들을 말입니다. 그런데 피고가 88명이나 되다 보니 방청석이 모자랍니다. 법정 분위기도 상당히 억압적인데, 정위가 오더니 뭐라고 뭐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결국 쫓겨나듯 나오고 말았습니다.

3. 참모들에게는 너무 무서웠던 곽노현

자 이제 바로 근처 311호 법정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공판이 있습니다. 아까 정봉주 의원 옥에 들여보내고 울분을 토하던 이재화 변호사, 이번에는 박명기 교수 변호하러 허겁지겁 들어옵니다. 그리고 공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공판 이거 참 이상합니다. 판결이야 어찌 나오건 김형두 판사 스타일 자체는 정말 멋집니다. 우선 개정, 폐정때 다른 법정처럼 엄숙한 분위기가 없습니다.  피고인이고 변호사고간에 말하고 싶은만큼 말하게 하며, 자기가 이해가 안가면 재삼 확인해 가면서 충분히 듣습니다.

곽노현 교육감도 참 대단합니다. 1000쪽이 넘는 검찰 조서를 아주 외었습니다. "수사기록 811쪽 하단과 812쪽 상단에 보면" 이렇게 진술하자 검사들까지 기막혀 합니다. 오늘 주로 다루어진 내용은 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그 과정에서 교육감이 그 사실을 인지하였는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곽교육감이 기소된 2호가 아니라 1호에 대한 사실이긴 하지만 댓가성 입증을 위해선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사퇴한 후보에게 사퇴한 데 대한 댓가를 목적으로 금전을 준 것을 처벌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사퇴과정에서 어떤 합의나 거래를 알고 있었느냐는 매우 중요한 관건입니다.

그런데 나온 진술들이 아주 가관입니다. 다들 범같은 곽노현의 불호령을 두려워해서 박명기측 양재원에게 7억이건 5억이건 아무도 곽노현에게 말을 안한 것입니다. 양재원도 곽노현에게 그 내용이 전달될 것이라고 기대도 안한것 같습니다. 박명기 후보는 지지자나 참모들에게 돈을 빌려서 선거를 치른듯 하니, 이들 참모들끼리 비용보전을 놓고 설왕설래를 한 걸로 보입니다. 정작 후보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더군다나 곽노현측 참모들은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 조차 곽노현에게 말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나중에 박명기측 참모들이 추궁하자 서로서로 미루고 도망다니기 바쁩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이걸 "나가 자빠졌다"라고 표현합니다. 이건 완전 해프닝입니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인데, 교육감은 1조 5천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할 수 있고, 이 중 150억원은 용처를 밝히지 않고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곽노현 교육감은 이 150억을 가지고 문예체 전문강사 지원, 교사들의 학습 동아리 지원에 사용했습니다. 어쨌든 교육감 말이 "만약 진짜 금전 거래를 하고 단일화를 하는 그런 교육감이라면 이 150억을 가지고 얼마든지 수익사업을 몰아주는 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지, 왜 직접 자기 돈을 쓰겟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실제로 박명기측 김**라는 참모가 상당한 규모의 학교현대화 사업이라는 사업안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만약 이게 15억짜리 프로젝트면 이거 따 내면 2억정도 리베이트를 먹을 수 있는 일입니다. 만약 박명기 후보에게 댓가를 주고자 했다면 3년에 걸쳐 대형 프로젝트 몇개 밀어주면 될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곽교육감은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다급해진 김성오 선대본부장은 자기가 곽노현의 20년 지기이니 박명기측 인사가 아니라 자기가 급하게 일에 필요하다고 하면서 졸라보겠다고까지 말했다고 합니다. 우습기까지 합니다. 박명기측 참모들은 비용보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노현측 참모들은 곽노현에게 그런 말은 엄두도 못냅니다. 그러니 하다 하다 나온 말이, 너희한테 돈 주란 말 하면 대박깨지니까, 그건 싹 감추고 나한테 돈 달라고 졸라볼게. 내가 곽노현 친구니까 좀 주지 않겠어? 그럼 그거 받아서 니들 줄께. 이렇게 까지 나온겁니다. 정말 돈문제에 관한한 곽교육감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4. 외로운 남자 박명기 폭발하다

상황이 이쯤 될때 박명기 교수가 갑자기 재판장에게 말좀 하자고 합니다. 이 독특한 재판장은 말해보라고 합니다. 뭐 이런 재판 처음 봅니다. 아, 박명기 교수 폭발합니다.
"교육청에서 중요한 인사가 있을때 마다, 사람들은 내가 단일화 위해 사퇴한 후보니까 뭐 좀 알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곽노현은 일언반구 나한테 상의한 적이 없다."
"혁신학교 등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나한테 물어본다. 그런데 난 곽노현한테 자료집 한 번 받아 본적 없다."
한마디로 "난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된 이래 철저히 소외되었다. 정책 협의도 없었고, 아예 어떤 정보도 받아보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수가 있느냐?"

아, 후보 사퇴한 뒤 박명기 교수는 정말 외로웠던 것입니다. 단일화를 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자문위 한번 못 불려가고, 자료집조차 못 받아보고, 측근들도 교육청에 전혀 진출하지 못하고, 한 마디로 완전히 찬밥, 완전히 개밥의 도토리가 되었는데, 주변에서는 후보 사퇴해 주었으니 뭐 좀 있을 것 아니냐 하면서 자꾸 줄을 대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반문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상대 후보에게 댓가를 받기로 하고 사퇴한 후보의 처지일까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상대의 약점을 틀어쥐고 있는건데, 이렇게 찬밥 신세를 1년이나 감수할 수 있었을까? 곽노현이 박명기를 이렇게까지 냉대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박명기에게 신세 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정황이 졸라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박명기 교수가 외로움의 울분을 토하고 나니, 김형두 판사 "29일에 합시다."라며 재판을 중지시킵니다. 그러면서 자꾸 재판이 늦게 끝나면 피고인들 저녁식사는 어떻게 하느냐며 엉뚱한 걱정까지 합니다. 사실 보석 인용했으면 그런 걱정 안해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곽교육감의 모습은 건강해 보였고, 그 깔대기 내공은 법정에서도 변함 없었습니다. 곽교육감 깔대기는 봉도사 깔대기와 달리 묵직합니다. 한번 맞아보시면 놀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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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도사 보내는 날





봉도사 보내러 대검찰청에 갔습니다. 몇번 출구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헷갈렸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곳곳에서 붉은 아이템을 장착한 분들이 마치 깔대기에 빨려들듯이 가고 있었고, 그 뒤만 따라가면 되었습니다.

경찰들도 매우 자제하면서 조심스럽게 폴리스라인을 치고 있었고, 다른 집회때와 달리 말도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한 발만 물러주세요." 이러면서요. 참가하신 시민들은 정말 평범한 분들이었습니다. 어느 젊은 여성분은 '경찰이야, 무섭다' 이러기 까지 했습니다. 누가 이 평범한 분들에게 이런 용기를 내게 해 주었나요? 바로 가카의 크나큰 은덕이십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폴리스라인은 아무 소용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조중동 추산 500명)어짜헐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폴리스라인도 모두 철거되었습니다. 저 멀리 무대차에 봉도사와 꼼수팀이 보입니다.

"우는 사람은 한나라당 프락치다."라고 봉도사가 일갈합니다. 그런데 맙소사 우린 그 동안 속고 있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세상에나 김총수가 바로 한다라당 프락치였습니다. 민주당은 이제와서 정봉주 특위를 만든다면서 호들갑을 떱니다. 늦게라도 다행이니 제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한시간 동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즐겁게 놀다가 봉도사가 빵으로 향합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꽃송이를 던졌습니다. 세상에 꽃비를 맞으며 감옥에 들어간 사람이 역사상 또 있을까 싶습니다. 뒤에서 어떤 시민이 말합니다. "이거 꼭 아이돌 스타 군대가는 날 같다." 그렇습니다. 딱 그런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봉도사가 나오고, 그가 대신 들어가는 날, 나는 검찰청이 아니라 시청광장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샴페인 한 병과 폭죽을 들고. 이렇게 즐거운 척 쓰고 있지만 솔직히 기분 엿같습니다.  여기 3G 상태도 엿같아서 사진도 엿같이 올라갑니다.

이제 40분 있다가 곽노현 교육감 공판 방청하러 갑니다. 그 사이에 정치자금법 때문에 덜미가 잡힌 전교조 선생님들 공판이 있는데, 너무 춥고 배고파서 밥먹다 보니 시간이 다 되었네요. 미안합니다.




닥치고 정치가 아니라 공부하고 아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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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4.

어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전에 학교 폭력은 근절되지 않는다

대구에서 중학생이 급우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  그리고 여느때와 같이 언론에서 난리를 치고 교육감은 사과를 하고 교장은 직위해제되고, 교육청은 감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어 왔다. 이렇게 반복되었는데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접근법이 틀렸단 뜻이다. 이 와중에 공지영 작가는 은연중에 교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해서 많은 진보적인 교사들을 낙담시키기도 했다.

잠깐 생각 좀 해 보자. 교사가 가혹행위를 했거나 지나치게 억압적인 훈육, 혹은 성적에 대한 강박으로 스트레스를 주어 학생을 자살에 이르게 했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수 많은 성적비관 자살 사건에 대해 학교, 교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나와 본적이 없다. 학생의 나약함과 입시제도를 탓했을 뿐이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이나 집단 괴롭힘의 문제만 나오면 너나할 것 없이 교사를 탓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 학생이 한많은 숨을 거둘때 까지 부모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부모도 눈치채지 못하는 일을 과연 그 아이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명을 보아야 하는 교사가 눈치채기가 쉬운 일이었을까? 그리고 설사 눈치 챘다고 한 들 해결이 가능했을까? 물론 노련한 교사는 눈치를 챈다. 점심시간이나 노는 시간에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고립 학생이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대략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일단 상담을 한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학생은 상담을 해도 절대 괴롭힘 당하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다 정도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어떤 위협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피해 당사자가 밝히거나, 눈에 띌 정도의 상해가 보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위협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사실을 알아낸 다음이다. 왜냐하면 가해 학생들이 완강하게 부정하고, 또 가해 학생들의 부모가 와서 적반하장을 하면 더 이상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가해학생들의 부모는 적반하장을 한다. 콩심은데 콩난다. 어차피 그런 애들 부모는 그런 어른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학교에서 학부모의 전횡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도리어 "이런 하찮은 일로 내새끼 범죄자 취급한다"면서 학부모가 깡패처럼 날뛰면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제나 해결의 열쇠는 가해학생의 부모가 쥐고 있다. 이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절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었으면 이런 비열한 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은 당장 강제 치료를 명령받을 것이며, 부모들은 학교로부터 소환당할 것이다. 담임이 불렀는데 회사일이 바빠서 어쩌구 하며 안 오거나, 와서 도로 적반하장을 한다면 최악의 경우 교사는 아동 보호국에 연락하여 "친권 박탈"을 의뢰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 가해행위가 인종차별이나 성폭력 계통이라면 이건 뭐, 패가 망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라면 아마 교사가 성난 학부모로부터 폭행 당할수도 있는 일이다. 일단 이렇게 교사를 제압해야 자기 새끼의 처벌이 가벼워진다는 전략적 꼼꼼함이다. 하지만 교사에게 폭언 폭행? 선진국에선 인생 완전히 종칠 각오가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교장을 직위해제한 대구교육청은 완전히 주소를 잘못 짚은 것이다. 가해자가 아니라 교장이 왜 책임을 져야 하나? 일차적으로 책임은 가해자가 져야 한다. 미성년자이니 가해자의 부모들이 거의 무한대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교장이나 교사는 상황을 알았으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렇게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에게 엄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흔히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밖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지, 쳐맞지 않는지 걱정하며 관심을 가진다. 이런 관심은 이기적이다. 홉스가 말했듯이 괴롭힘 당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먼저 괴롭히는 것이니 말이다. 오히려 관심의 방향을 바꾸자. 혹시 내 아이가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해꼬지 하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모두가 혹시 피해자가 될까봐 조심하는 사회는 답이 없다. 이건 자연상태다. 하지만 혹시 가해자가 될까봐 서로 조심하는 사회라면, 비로소 시민사회가 성립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 그 수준이 아니니, 우선은 그 수준이 되게끔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집단괴롭힘, 폭력, 성범죄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상당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고, 이런 가해사실이 알려져서 학교에서 소환할 경우 군말없이 와서 학교가 요구하는 조치를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친권을 제한하는 정도의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산 집단 성폭행 사건도 그랬지만, 이렇게 진짜 나쁜 놈들인 가해자와 거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가해자의 보호자가 아닌 엉뚱한 대상에게 화풀이 해서는 절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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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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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3.

뉴타운, 집값에 낚 여서 표 주지 말자

요즘 경제로 대통령 되신 가카께서 인생철학을 논하신다. 747 어떻게 되었느냐는 질문이 의식되는지 행복과 삶의 질이 꼭 경제성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좌빨스러운 말씀까지 서슴없이 하신다. 결국 가카 덕에 대박나지 않을까 싶어 표 몰아준 백성들만 슈퍼울트라그레이트 빅엿을 드신게다. 그런데 스스로 무지해서 먹은 빅엿이니 누구 탓할수 없다. 이건 셀프 빅엿이니까. 그러니 이제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제발 부동산 대박의 꿈은 버리고, 부동산 대박의 군불을 지피는 누군가가 있다면 반드시 의심하자.

물론 부동산으로 대박을 낼 수는 있다. 실제로 내가 비교적 넉넉하고 유복한 성장기를 보내고, 이후 한번도 경제적인 궁박함을 겪어보지 않은 까닭은 부동산 대박의 대가인 어머니 덕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비결을 알고 나면 절대 부동산에 낚이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빚이 없다. 
어머니는 아파트를 사건, 땅을 사건 절대 빚을 지지 않았다. 선대인 용어로 하면 레버리지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값이 오르거나 내릴때 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2. 살고 있는 집이 따로 있다.
어머니는 살고 있는 집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았다. 어머니가 투자를 노리는 집은 항상 엑스트라 집, 혹은 집이 아니라 집 지을 대지였다. 즉 사는 집 외에 엑스트라 집이 늘 한 채 이상 있었고, 이 엑스트라 집은 가격이 안정기나 하락기때는 임대소득을 제공해 주었고(나대지는 주차장 임대로 돈 벌었다), 가격이 폭등기때는 팔아치워서 큰 이익을 실현시켜 주었다.

3. 원래 부자다.
여기서 허무해지는데, 그럼 어떻게 어머니는 엑스트라 집이 있었나? 외할아버지가 부자였기 때문이다. 1967년, 교사 월급이 5천원이던 시절, 당시 국민은행 사원인 아버지 월급이 9천원이던 시절, 무려 50만원을 싸들고 시집 온 것이다. 국민은행 5년치 연봉! 물론 그걸 홀랑홀랑 까먹지 않고 알뜰하게 불린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애초에 단칸방부터 알콩달콩, 그리고 간신히 대부끼고 아파트 한채, 오 마이 홈,  이래가지고는 절대 부동산으로 돈벌기는 개꿈이란 뜻이다. 


이걸 그림으로 풀어보자. 흔히 뉴타운에 들썩거리는 사람들은 집값 오르는 것만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오른 집값이 정말 번돈이 되려면 집으로 남아선 안된다. 그 집을 팔아서 돈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돈 주머니에서 먹고 잘수는 없는 일이다. 집을 팔았으면 집을 사야 한다. 따라서 뉴타운이건 재개발이건 간에 집값이 올라서 부자가 되려면 집판돈을 가지고, 그 보다 훨씬 싼 집을 사서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비싼 집은 그럴 이유가 있는 것이고 싼 집 역시 그럴 이유가 있다. 예컨대 가락동에 사는 내가 가락동 집을 팔아서 돈을 벌려면 송파구에서는 두번다시 살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가락동 집값이 오르면 문정동, 송파동 집값도 올랐을 테니 말이다. 더 나쁜 것은 집 한채 가진 사람이 집값이 오르자 마치 돈 번것으로 착각해서 그 차액을 미리 댕겨서 쓰는 것이다. 즉 씀씀이가 헤퍼지는 것이다. 


 그럼 재개발, 뉴타운으로 돈 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건 재개발, 뉴타운에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이 있는 사람, 혹은 거기 살더라도 언제든 이사갈 다른 집이 있는 사람들이다. 즉 적어도 집이 두채 이상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집 값이 오르면 그 집을 팔아서 돈으로 바꾼 뒤, 그 돈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홀랑 다 쓸 수도 있고, 다시 집을 사서 더 불릴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1주택자의 집은 아무리 집값이 올라도 팔기 전에는 어떤 소득도 주지 않지만 2주택자 이상의 집은 팔기 전에도 꾸준히 임대소득을 올려준다. 이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울의 2주택 이상 소유 가구는 넉넉 잡아 20만 가구 내외다. 서울 전체 가구가 적어도 200만 가구가 넘는다고 하면 단지 10%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뉴타운을 하건, 재개발을 하건, 부동산 경기를 진작하건 말건간에 이건 오직 이 10%에만 해당되는 일이다. 1주택자야 값이 뛴 집을 팔아본들 어차피 살 집을 또 사야 하고, 우리 집만 값이 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해 봐야 제자리 걸음이고, 오히려 거래비용만 까먹는 일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살고 있는 집을 가지고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뱁새들이 있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는데 바로 황새 따라잡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2주택자라야 부동산 경기 덕을 볼 수 있다면, 억지로라도 2주택자가 되는 것이다. 방법은 오직 하나, 빚을 지는 것이다. 빚을 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은행돈, 심지어 사채를 빌리는 것이다. 전세 끼고 사는 것이 얼른 보면 이득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도찐개찐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 설사 그렇게 해서 구입한 엑스트라 집이 대박을 내었다 해 본들 빌린 돈 갚고, 이자 갚고 하면 어지간히 대박을 치기 전에는 의외로 얼마 남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집 값이 오르지 않거나 찔끔찔끔 오른다면? 집값이 답보상태라고 해서 매달 청구되는 원리금 상환 고지서는 사정 봐주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는 내집을 장만할 형편이 못되거나, 혹은 그 지역에 집을 장만할 형편이 못되는 사람이 무리하게 빚을 내어 집을 산 뒤, 몇년만 버티면 대박이 날거야 하거 견디는 것이다. 예컨대 강동구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기 집을 팔고 하남시에 전세집을 구해 들어간 뒤 그 차액+은행빚+전세낌으로 잠실에 있는 아파트를 사는 따위의 일이 그것이다. 결국 은행에 열심히 이자 가져다 바치고, 잠실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자존심만 세울 뿐(내가 가서 살지 못할 집이 무슨 소용인가?)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서울에서 경기도로 주소가 바뀐 것이다. 눈물나게 근검절약해서 빚갚고, 잠실아파트 전세금줄 돈 마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결론적으로 뉴타운이건 올드타운이건 간에 집값으로 신세고치자는 생각은 허황된 생각이다. 집은 살곳이지 팔곳이 아니다.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일하는 것 외엔 없다. 부자들이 일 안하고 턱턱 대박낼수 있는 까닭은 그들이 이미 부자이기 때문에 한 두번 손실을 봐도 버틸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번의 착오로도 풍지박산이 날 수 있는 서민들이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박을 노리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 그리고  그걸 은근히 유도하는 정부가 있다면, 그건 정부가 아니라 거의 범죄자다. 그러니 두번 속지 말자. 20만 가구의 들러리가 되지 않을 천만 서울 시민이 되자.

2011. 12. 22.

곽감의 사람들이 미권스 및 봉도사 팬들에게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도 이제 어느정도 이미 알려진것 같으니 자세한 소개는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곽감의 사람이라고 감히 자처해도 될까 고민했습니다만, 그래도 두어번 면식이 있고, 또 그를 도와서 몇몇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도 했으니, 대략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꼭 측근만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내일이면 봉도사가 차디찬 감옥으로 들어가겠네요.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겠지만 막상 닥치고 나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공황상태도 필수적으로 뒤따르고요. 물론 저들은 그 틈을 노리고 들어와서 전열을 흐트러뜨립니다. 이런 점에서 소위 조중동 표현으로 "곽감의 사람들"은 미권스의 선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곽감이 수감되고 나서 조중동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가능하면 곽노현 이름 석자를 꺼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흔들어서 제거했으니, 순교자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망각"입니다. 그 대신 그들은 남은 사람들의 정신적 빈틈을 공격하고 흔듭니다. "위기의 곽감 사람들", "서울교육혁신 좌초하나?", "서울교육혁신 동력 잃어" 이런 식의 기사들을 날리면서 말이죠. 이런 상황이 되면 기회주의자나 심지가 약한자들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전열에서 이탈하거나 혹은 흔들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곽감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때는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교육운동 원로 행세를 하던 분들이 막상 곽감이 수감된 다음에는 어물어물 꼬리를 말거나 교육청에서 종적을 감추는 경우가 생기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덕에 권력의 냄새를 맡고 곽감에게 꼬였던 사람이 사라진 긍정적인 효과도 생겼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이제 알짜배기인 셈이죠. 공교롭게도 교육운동단체나 전교조 등에서의 명망을 업고 곽감 측근이 된 분들은 현저히 위축되었고, 나중에 곽감이 직접 발탁한 분들이 갈수록 힘을 발휘하더군요.

이렇게 알짜배기들이 서서히 드러나면 함께 뭉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던 일을 계속 해나가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면 안됩니다. 교육관료들 앞에서는 "어차피 대세는 기울어졌다. 곽감이 무죄될 가능성도 무시 못하고, 설사 아니더라도 재보선하면 보수쪽 교육감이 당선될 가능성이 10%라도 될 성 싶으냐?"라는 자신감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 닥쳤을때 1) 그 일이 올바른가 아닌가를 생각하는 사람과, 2) 그 일이 자신에게 주는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사람.  맞장 뜨면 절대 2)는 1)을 이기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절대 쫄지 않고 당당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동안 곽감 석방 촛불에도 나가고 했습니다면, 그게 저의 제한된 시간을 많이 소모시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촛불 드신 분들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곽감이 나한테 원하는 것은 촛불이 아니라 그 분의 정책을 서울교육혁신을 계속 밀어 붙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그의 사람들이 약 2주간의 공황상태를 극복하고 그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결과 곽감이 비록 구치소에 들어가 계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저지하기를 원했던 서울교육혁신은 다소 행보가 둔탁해지긴 했지만 막히지 않고 계속 추진되었습니다. 혁신학교는 계속 확대되고 있고, 교원업무정상화 계획도 가장 어려운 첫관문을 뚫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도 통과되었고, 무상급식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정책들이 브레이크 걸리지 않고 계속 추진되는 한 곽노현을 가두는 것도, 그의 이름을 망각의 골짜기로 던지는 것도 모두 실패할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정책이 하나 하나 추진될때 마다 수시로 이 정책이 곽노현의 정책임을 계속 SNS를 통해서 알려야 합니다. 설사 저들이 라벨지로 가릴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니 미권스, 그리고 정봉주 의원을 지지하거나 사랑했던 여러분들이 할 일도 명백합니다. 그것은 원래 목표했고, 하던 일을 간단없이 계속 더 강하게 추진하는 것입니다. 정봉주 의원이 안에 있건, 밖에 있건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이 정봉주이며, 여러분이 하는 일이 정봉주입니다.  정봉주라는 이름은 자연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 이름은 그 업적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합니다. 정봉주가 하던 일이 계속되고,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그 이름은 흥하는 것이며, 그 일이 중단되고 위축된다면 그 이름은 망각의 저편으로 가는 것입니다.

요약해 보겠습니다.

1. 지지자들 흔들기에 넘어가지 말라. 2. 기회주의자들의 동요에 덩달아 흔들리지 말고 알짜배기들끼리 뭉쳐라. 3.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초의 목표와 과업을 두려움 없이 밀어 붙이라.

처음 곽감님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나꼼수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꼼수가 저들의 공격을 받을때 먼저 공격받았던 선배(?)로서 곽감의 사람들은 나꼼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줄 것입니다.

잘 읽으셨으면 저의 지속적인 포스팅을 위해  셀프 스폰서: 부정변증법의 저서들

30만 페이지 뷰 돌파...

복작대기로 유명한 이글루스를 떠나서 한산하기로 유명한 블로거닷컴에 둥지를 튼지 이제 10개월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글루스에서는 2년 반만에 돌파한 30만 페이지 뷰를 10개월만에 돌파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SNS와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겠죠.
과분하게 많이 찾아주신 여러 네티즌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재미있고 예리한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잉여력이 넘쳐야 하는데, 요즘 밀린 원고들이 많아서 점점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동지를 맞아 복 많이 받으세요^^

2011. 12. 20.

서울교육청의 곽노현 말살사건 정리(위키트리 펌)

위키트리의 어느 기자분이 제 블로그 글에 나온 사건을 인용하였기에 해당 기사를 여기에 불펌 합니다 

(이하 기사)

2011년 12월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서울교육혁신 한마당"이라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혁신학교를 비롯하여 서울 교육혁신에 관심있는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등이 총 참가하는 서울교육청 최대 행사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서울교육청의 송년회 같은 행사이다.

이 행사는 오전에는 2012년도 서울교육청의 중점 교육계획 연수로 이루어지며, 이 자리에는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서 교장, 교감, 교무부장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참석할 정도로 큰 행사다. 오후에는 10개 이상의 분과에서 강의가 진행되며, 강의자만 120명이 넘고, 강의 자료집만 1400쪽에 달한다. 이 행사의 중요성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후에 참석하여 40분간 연설하고, 유인종 전 교육감, 박재동 화백 같은 저명인사들이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이런 큰 행사이니 만큼 당연히 교육감이 개회사를 하고, 축사를 해야 마땅하지만 곽노현 교육감이 옥중에 있기 때문에 이대영 부교육감이 권한대행으로서 개회사를 했고, 곽노현 교육감의 축사는 자료집 표지에 인쇄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국어교사 출신인 이형빈 보좌관이 곽노현 교육감의 옥중 메시지를 다음어서 자료집 표지에 수록하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장학사들이 총출동하여 행사 개막 전날 밤 새도록 자료집에 인쇄된 곽노현 교육감의 축사를 라벨지를 붙여서 가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 사건에 대한 상세한 정황은 블로거인 "부정변증법"이 간명하게 정리해 놓았다(곽노현 메시지 삭제 사건 보기). 일개 장학사들 수준에서 결정된 일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렇게 하룻밤만에 1500부나 되는 자료집 표지의 곽노현 교육감의 축사위에 철통같이 단단하게 라벨지가 덮이게 되었다. 아직 재판중이긴 하나 엄연한 현직 교육감의 축사가 그 부하들의 손에 의해 삭제되는 참으로 몰상식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행사가 모두 마무리 된 다음 주 월요일, 당시 행사 자료집에 관여했던 장학관과 교육청 파견교사를 인사조치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나왔다. 더구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서울시 교육청 과장(교육청의 과장은 회사의 과장 생각하면 안된다. 일선학교 교장보다 두어 급 정도 윗길인 막강한 자리다)들 중 곽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였다. 라벨지로 곽교육감의 축사를 덮도록 지시한 사람도 바로 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곽노현 교육감의 측근으로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과장은 "조중동에게 회자되어 재판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그랬다."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여기에 대해 또 다른 파견교사는 "참으로 궤변이다. 현직 교육감이 교육청 행사에 옥중 메시지를 보냈기로서니 뭐가 문제며, 조중동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또 옥중 교육감은 인쇄물로 된 메시지를, 권한대행은  현장 개회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인데, 담당 교사와 장학관이 잘못한 일이 뭐길래 인사 조치를 운운한단 말인가?"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래서 다시 이 부분을 알아 보니 담당 과장은 인사조치는 취소하고 자료집에 교육감 축사가 인쇄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처리한 일에 대한 경위서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청 행사에 교육감 축사를 수록한 일이 경위서 받을 일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의 현상은 곽교육감의 축사가 처절하게 삭제된 사건에 대해 곽교육감의 보좌관들 중 두세명만이 분노를 표시하고, 나머지는 도리어 그 과장의 역성을 들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나마 그 과장을 지켜야 교육감이 옥중에 있는 동안 교육혁신이 그나마 진행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곽교육감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한 교사는 "혹시 이대영 눈에 곽교육감 메시지 인쇄된거 보이면 혼쭐날까봐 밤새도록 라벨지로 그걸 덮는 관료에게 옥중에 있는 곽교육감의 혁신의지를 맡겨야 할만큼 서울교육 혁신 세력이 그렇게 무력하단 말인가? 그 보좌관들은 자신들의 비겁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서울교육혁신 세력을 심대하게 모욕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옥석을 철저히 가려야 할 것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는 "곽교육감이 감옥에 가 있는 동안, 곽감의 사람들의 내공이 다 드러났다. 위기의 순간 쭉정이로 판명된 기회주의자들을 몰아내는것이 서울교육혁신 사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면서 결기를 보이기까지 했다.


서울교육혁신 한마당을 축하합니다

곽노현 (서울특별시 교육감)


  아침 일찍부터 비가 옵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비의 찬 기운이 옷깃을 파고듭니다. 비에 젖은 먼 산을 보기 위해 운동을 나갔습니다. 벽 따라 난 삼각형 모양의 길 안쪽, 풀이 무성한 곳에 서서 심호흡을 합니다. 


물을 흠뻑 받은 들풀 사이로 오늘 따라 유난히 토끼풀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걸로 꽃반지를 만들어서 아내에게 끼워 준 적이 있습니다. 마침 면회시간에 보여줄 생각으로 세 송이를 땄습니다. 


담벼락 아래 이름 모를 키 큰 풀 두 포기가 탁한 자줏빛으로 물들어 늦가을을 실감케 합니다. 자세히 보니 두 포기 중 하나는 거의 물이 든 반면 다른 하나는 반쯤만 간신히 색이 바뀌어 있습니다. 나란히 서서 완전히 똑 같은 토양조건과 자연 환경에서 컸는데도 이런 차이가 나는 게 신기합니다.

 교실에선 더욱 다양한 아이들이 3ㆍ40명씩 모여 서로 기쁨과 상처를 주고받으며 크고 있습니다. 각자의 다양성과 차이를 풍요와 자극의 원천으로 삼을 뿐 차별과 편견으로 배척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인성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교실마다 잘 어우러진 꽃밭이 되길 기원합니다.

저는 학생들의 자존감 회복, 자기주도 역량함양, 삶의 기술교육, 그리고 학급회의와 학생회 등 학생자치역량 강화가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문화예술교육 및 체육수련교육 등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이 최우선이며 진로적성교육이야말로 교육의 궁극일 것입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 적성 순이기 때문입니다. 

교무회의와 학교운영위원회를 실질화하여 교사의 자발성을 살려야 하고, 지역사회의 참여와 교육기부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민주사회의 공교육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사명과 기능입니다. 교실민주주의, 학교민주주의, 교육행정 민주주의만이 2,30년 후의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실질화,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씨앗이 좋은 밭에 뿌려지면 무성한 숲을 이룹니다. 이미 서울교육 혁신의 씨앗은 뿌려졌습니다. 이 씨앗이 좋은 결실을 맺어 서울교육 혁신이라는 숲을 이루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1. 12. 18.

그들이 한사코 가리려 했던 곽노현의 메시지

그들이 밤새도록 라벨지 붙여가면서 서울교육혁신한마당에서 지우려 했던(이전 글 링크) 곽노현 교육감의 축하메시지 원문입니다.


서울교육혁신 한마당을 축하합니다

곽노현 (서울특별시 교육감)


  아침 일찍부터 비가 옵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비의 찬 기운이 옷깃을 파고듭니다. 비에 젖은 먼 산을 보기 위해 운동을 나갔습니다. 벽 따라 난 삼각형 모양의 길 안쪽, 풀이 무성한 곳에 서서 심호흡을 합니다. 


물을 흠뻑 받은 들풀 사이로 오늘 따라 유난히 토끼풀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걸로 꽃반지를 만들어서 아내에게 끼워 준 적이 있습니다. 마침 면회시간에 보여줄 생각으로 세 송이를 땄습니다. 


담벼락 아래 이름 모를 키 큰 풀 두 포기가 탁한 자줏빛으로 물들어 늦가을을 실감케 합니다. 자세히 보니 두 포기 중 하나는 거의 물이 든 반면 다른 하나는 반쯤만 간신히 색이 바뀌어 있습니다. 나란히 서서 완전히 똑 같은 토양조건과 자연 환경에서 컸는데도 이런 차이가 나는 게 신기합니다.

 교실에선 더욱 다양한 아이들이 3ㆍ40명씩 모여 서로 기쁨과 상처를 주고받으며 크고 있습니다. 각자의 다양성과 차이를 풍요와 자극의 원천으로 삼을 뿐 차별과 편견으로 배척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인성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교실마다 잘 어우러진 꽃밭이 되길 기원합니다.

저는 학생들의 자존감 회복, 자기주도 역량함양, 삶의 기술교육, 그리고 학급회의와 학생회 등 학생자치역량 강화가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문화예술교육 및 체육수련교육 등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이 최우선이며 진로적성교육이야말로 교육의 궁극일 것입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 적성 순이기 때문입니다. 

교무회의와 학교운영위원회를 실질화하여 교사의 자발성을 살려야 하고, 지역사회의 참여와 교육기부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민주사회의 공교육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사명과 기능입니다. 교실민주주의, 학교민주주의, 교육행정 민주주의만이 2,30년 후의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실질화,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씨앗이 좋은 밭에 뿌려지면 무성한 숲을 이룹니다. 이미 서울교육 혁신의 씨앗은 뿌려졌습니다. 이 씨앗이 좋은 결실을 맺어 서울교육 혁신이라는 숲을 이루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1. 12. 17.

교육청 행사에서 지워진 곽노현 교육감

오늘 서울시교육청의 일종의 연말결산 행사인 서울 교육혁신 한마당이 열렸습니다. 로비에서부터 북적북적거리면서 1300명의 교장, 교감, 교사들이 몰려왔습니다. 활기가 넘칩니다.


이렇게 예쁜 자료집도 나왔습니다. 1000부 넘게 찍은 자료집이 다 나가서 더 달라는 청탁이 들어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자료집 첫 페이지가 이상합니다. 누군가가 여기 나온 글을 읽지 못하도록 백지를 붙여 놓았습니다. 마치 일제시대의 신문 삭제를 연상케 합니다. 심지어 여기 나온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도록 미리 검은 사인펜으로 칠해 놓은 다음 붙여 놓았습니다.



어찌나 튼튼하게 붙여 놓았는지, 물을 칠해서 뜯으려 해도 뜯어지지 않습니다. 정말 지독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체 여기에 어떤 글이 있기에 이렇게까지 붙여 놓은 것일까요? 놀랍게도 곽노현 교육감의 축사입니다. 아무리 재판중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현직 교육감인데, 서울시 교육계의 가장 큰 행사에 교육감의 축사가 이렇게 철저히 삭제되었습니다. 이거 붙이느라 장학사들이 밤 새웠다고 합니다. 

서울시에서 서울시 교육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그의 글을 서울시 교육행사 자료집에 수록하는 것이 무슨 금기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축사 원문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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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4.

혁신학교 바탕 세우기 (4)

낡은 교육의 철학적 바탕
 
그렇다면 이 낡은 교육의 이론적 기반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통상적으로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은 교육철학, 교육심리, 교육사회, 교육방법으로 구성되고 있다. 따라서 이 순서에 따라 먼저 낡은 교육의 철학적인 바탕을 진리관, 세계관, 그리고 인식론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낡은 교육의 진리관: 진리 객관주의
 
진리관이란 진리에 대한 관점으로 크게 객관적(절대적) 진리관과 상대적 진리관으로 대별된다. 객관적 진리관은 진리란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올바른 단 하나의 진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반면 상대적 진리관은 진리가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와 상호작용하는 속에서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불변의 유일한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에서 진리관이 중요한 까닭은 이 두 진리관들 중 어느 것에 입각하느냐에 따라 학생에게 가르치는 내용, 교사, 학교의 권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진리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것이라면 학습자가 진리에 개입할 여지는 차단된다. 따라서 학습자는 그저 주어지는 진리를 열심히 익힐 뿐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진리가 부정된다면 학습자는 진리에 개입할 권리를 획득한다. 학습자는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낡은 교육은 이 중 철저하게 진리의 객관성, 절대성의 입장에 서 있다. 설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완전하지 않다 해도, 그것은 우리의 불완전함 때문이지 객관적인 진리가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것은 자연=신의 섭리=영원한 진리라는 고대적 사유에서부터 끊임없이 내려온 보수주의의 원천이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관에 서게 되면 불변의 진리에 학생보다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고 이것을 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과학자나 교사는 학생과 비대칭적인 권위를 가지게 된다. 보수주의자들이 고전을 강조하는 것도 오랜 세월동안 잊혀지지 않고 전승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러한 고전을 배워야 하며, 이런 고전들을 중심으로 편찬된 교과서를 배워야 한다. 고전과 교과서의 권위는 절대적이며 동시에 교사의 권위도 절대적이다.


 이러한 보수주의적 교육관은 학생들이 이성이라는 집에 들어서려면 먼저 전통이라는 뜨락을 지나야 한다”(Peters, )는 말로 대표된다. 또한 허치슨 등의 이른바 항존주의 교육학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 피터즈, 허치슨 같은 보수적인 교육철학자들이 문학과 예술 교육을 강조했다 하여 이들의 주장을 혁신학교에 끌어대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들이 문학과 예술을 강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미 만들어져 전승되어 온 고전을 강조하는 것이지 학생들이 자유로이 창조하는 행위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낡은 교육에서 인식의 주체문제: 의식 철학
 
절대적, 객관적 진리관 만으로는 근대를 지배해온 교육학의 바탕을 이루기에는 부족하다. 진리가 객관적이고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인식하는 주체가 상대적이거나 그럴 능력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세계와 함께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주체의 이론도 수립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데까르트 이후 서양 철학을 지배해온 의식철학이다.
 
의식철학의 개요
 
의식철학은 인간을 신체와 의식으로 분리한다. 이 중 신체는 주체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식철학에서 주체의 주인은 철두철미하게 의식이다. 신체는 단지 의식이 부리는 운동하는 기계이며 대상이다. 의식이 이러한 주체가 될 수 있는 까닭은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성을 중심으로 의식이 스스로를 인식함으로써 자아가 완성된다. 이후 이 자아가 자신의 외부세계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면서 모든 지식의 인식과정이 일어나게 된다(Dewey, 1920).





 그런데 의식철학에 따르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인식의 주체가 의식을 가진 개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인식은 개인적 작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지식의 객관성을 주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로 남는다. 또 하나는 감각기관을 통해 획득한 정보의 신뢰성 문제다. 감각기관은 신체에 해당되기 때문에 실제 세계를 왜곡해서 전달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객관적이고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이 지점이 데까르트가 명석(clear)하고 판명(ditinct)한 지식을 얻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지점이다.

데까르트의 대답은 명백하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을 다 배제하는 회의를 계속하다 보면 결국 이런 회의를 하고 있는, 즉 사유하고 있는 만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게 유명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인데, 이로써 인식의 주체인 자아의 존재가 증명되며, 그 존재는 바로 생각함을 통해 증명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하는 주체 이외의 신체 등등은 모두 자아 외부의 것이나 도구이다. 그렇다면 명석판명한 지식은 이런 신체와 그 부속기관이 아니라 확실한 존재인 생각하는 자아로부터 추론되어야 한다. 이 생각은 곧 이성이며, 따라서 외부 세계나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적인 의식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는 철저한 추론과 논증의 절차를 세울 수 있다면, 이미 확립된 지식으로부터 이 절차에 따라 추론해 나감으로써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철저히 논리적 구성물을 통해서만 정리들을 도출하고 증명하는 수학적 방법이 지식의 확실성을 보장한다. 이러한 이성주의의 장점은 이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의 확실성이지만, 문제는 이 지식이 과연 무엇에 대한 지식인가 하는 것이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우리가 살아갈 세계에 대한 지식인데, 이런 이성주의의 방법은 이미 우리가 의식속에 가지고 있던 것으로부터 모든 지식을 연역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 무엇을 더 알 수 있단 말인가? 이 방법대로는 우리 외부의 지식은 얻을 수 없고, 얻어도 확실한 지식이라고는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 존 로크, 데이비드 흄 등은 이런 이성주의를 거부한다. 이들은 이성주의의 방법이 결국 애초에 타고난 본유관념간의 관계만 정교하게 만들 뿐, 실제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은 하나도 얻지 못하는 공리공담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우리가 세계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세계와 우리를 연결하는 통로인 감각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세에서나 통할 영적 계시라는 지식획득 방법이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상 감각이 지식의 유일한 원천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을 길이 없다. 감각기관을 통해 우리 의식에 들어온 세계에 대한 정보가 바로 여러 가지 관념을 만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개념과 이론들은 이 관념들이 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불완전한 신체의 한 부분인 감각기관이 과연 세계에 대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왜곡 없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경험론자들의 대답은 여러차례 반복 경험해도 계속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세계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사람들에 동일하게 지각된다면 역시 그것도 세계에 대한 믿을만한 사실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 따라서 경험론에서 지식의 확실성을 정당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번 반복하고, 여러 사람에게 시연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 추론보다는 실험이 더 중요한 지식 확립의 방법이 된다(Davis, ).
문제는 도대체 몇 번을 시연하고, 몇 사람에게 보여 주어야 그 지식이 확증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경험론은 뚜렷한 답을 줄 수 없었으며 결국 흄은 우리가 알 수 있는 지식은 모두 개연성 혹은 우리 의식의 습관의 결과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누적된 경험은 믿을만한 것이라는 어정쩡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지식의 확실성은 보장할 수 있으나 현실성이 없는 이성주의, 현실적인 지식은 얻을 수 있으나 확실성은 보장할 수 없는 경험주의를 결합하여 의식철학을 완성한 사람이 바로 칸트다. 복잡하고 난해한 칸트의 인식론을 도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지만 일단 시도해 보면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칸트는 인간의 감각이 객관적 세계를 모두 포착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베이컨, 로크의 경험론을 비켜간다. 그러나 인간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은 감각지각 외에는 없음을 분명히 하여, 감각지각을 거치지 않고 순수 논리적 연역에만 의존할 경우에는 지성(오성)’이 만들어내는 각종 허깨비들만 얻을 뿐이라 함으로써 합리론 역시 비켜간다. 결론은 명확하다.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를 표상으로 만들고 지성은 이 표상들을 12범주를 이용하여 개념화하며, 이성은 이 개념들을 추론하여 지식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인식의 주체는 개별적인 의식인데 이 지식의 객관성은 어떻게 보장받는가? 그것은 바로 이 의식의 근간인 이성의 보편성 때문이다. 즉 인식은 개별 의식이 행하는데, 이 의식의 중심인 이성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이다. 따라서 각자 판단하고 인식해도 그렇게 해서 획득한 지식은 보편적이다. 이로써 근대적 인식론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합리론, 경험론, 그리고 이 둘을 조합했다는 칸트의 인식론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전제조건들을 공유하고 있다. 우선 인식의 대상이 되는 세계는 객관적이며 절대적이다. 그리고 이성적인 존재인 인간의 의식이 이러한 세계를 인식한다. 오직 의식이 인식의 주체이며 신체는 단지 인식의 수단이나 대상일 뿐이며, 심한 경우에는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따라서 인식은 기본적으로 정신적인 작업이며, 이 정신적인 작업은 보편적인 이성에 따른 추론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인식의 관건은 얼마나 이 추론의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가 하는 것이다.
 

2011. 12. 5.

성명서: 한미 FTA 편법 비준과 반대의견 묵살을 규탄한다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원)

성명서: 한미 FTA 편법 비준과 반대의견 묵살을 규탄한다

11월 22일 한미 FTA를 한나라당 단독으로 편법, 일명 날치기 통과시켰다.  1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안건에다가 장차 나라의 여러가지 기본 제도가 바뀔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들이 담긴 비준안을 불과 4분만에 토론도 없이, 야당도 따돌리고 통과시켰다는 것에 우리 교육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현행 교육과정에는 어느 교과를 막론하고 "민주 시민 양성", "민주시민성 함양"을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민주주의는 단지 다수지배, 과반수가 아니라 공공의 관심과 자유로운 토론, 다수, 소수를 막론하고 합리적인 의견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을 말함은 중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이런 민주주의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반대의견에는 전적으로 귀를 틀어막고,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안건을 마치 군사작전하듯이 처리한 모습을 보며, 장차 이 사실을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매우 걱정스럽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은 토론 없는 날치기 통과 뿐 아니라 국민에게 거짓까지 말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블룸버그는 이 협정의 결과 한국의 무역흑자는 줄어들고,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두달 전만에도 예산안을 놓고 극한대립까지 치달았던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이 이 협정안만은 일사천리로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그만큼 이 협정이 발효되면 미국이 큰 이득을 얻는다는 점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이것 뿐이 아니다. 정부, 여당,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들은 이 협정이 발효되면 수백조원의 이득을 얻는다면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오히려 책임있는 정부, 여당, 언론이라면 국제 무역의 균형을 위해 우리가 미국에게 일정부분 양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정확히 공개하고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며 연착륙 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수백조의 거짓된 장미빛 전망을 신문 방송을 통해 폭격하듯 쏟아 부으면서, 정작 진지하게 이 협정으로 인해 발생할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괴담"이라는 모욕적인 표현까지 사용해 가며 "물대포"를 쏟아 부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는 이 불변의 사실에서부터 모든 교육을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민주는 국민의 뜻이 바로 정부를 움직임을 말하며, 공화는 이 국가는 우월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이 나라가 진정 민주공화국이라면 반대의 목소리도 최대한 진지하게 경청하고 공론을 활성화 시킨 뒤, 국민들의 뜻이 섵부른 비준을 거부할 경우 이를 충실히 반영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자기들만 나라의 장래, 경제를 알고 있으며 국민들은 어리석어서 한치 앞 밖에 내다보지 못하고 괴담에 휩쓸리는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정부와 여당이 민주주의의 기본인 공공영역에서의 토의와 토론의 절차를 마치 원하는 결과에 빨리 도달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나 요식 절차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라고 생각한다면 마땅히 이 비준안의 발효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협정안의 정확한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하며, 반대의견을 괴담이 아니라 진지한 의견으로 취급하여 국민적인 토론을 거친 다음에 이 협정안의 발효여부를 결정하고, 국민들이 원한다면 어떤 난관을 뚫고라도  재협상을 통해 국익의 손상을 최소화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민주당은 국민들의 삶의 틀을 바꿀수도 있는 이 중차대한 협정안의 편법 통과를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하며, 특히 이를 도리어 방치하거나 방조한 내부인사들을 철저히 가려내어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2011년 12월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부대변인

ps: 저는 2008년 전교조 부대변인이었습니다.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 이후 진보단체중 거의 맏형 취급을 받는 전교조에서 이렇다할 규탄 성명 하나 나오지 않아, '전직'이 대세인 요즘 추세에 따라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 교육운동의 길을 찾아 출항합니다

미래의 희망과 진보를 상징하는 아틀란티스 그 동안 여러분은 얼마나 교육을, 학교를, 교사를 욕했습니까? 또 얼마나 학교를 교사를 상대로 희망을 품었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학교를 교사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우리는 막연히 학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