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30.

서울교육감 보수진영 후보로 문용린 교수가 나서자 조선일보가 판짜기에 나선다.

(이 글은 단지 상황을 분석한 것일 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없으며, 특정후보의 당선 혹은 낙선을 목표로 하지 않음이 명백한 글이니, 선관위 관계자께서는 신경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사코 출마설을 부정하던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이 마침내 보수교육감 단일 후보로 등록했다. 추대위를 거치겠지만, 보수의 속성상 이 정도 인물이 나서면 잔챙이들은 알아서 물러서면서 사실상 추대 형식으로 나설 것이다. 조선일보도 이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은근히 진보쪽 단일화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 기사보기) 저작권 때문에 걸어놓은 링크이니 굳이 가서 조회수 올려줄 필요는 없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아주 교묘하다. 동아일보와 달리 빈틈도 잘 없고 소설도 잘 쓴다. 동아일보는 항상 오버하다가 헛점을 남긴다. 동아일보는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공격하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지만, 조선일보는 전체적인 판을 보면서 판의 흐름을 통해 상대를 쓰러뜨린다. 훨씬 고수다. 그러니 조선일보는 아주 정교하게 봐야 한다.

이 기사의 구조는 얼핏보면 보수쪽, 진보쪽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이 한창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보수쪽 단일화에 대해서는 마치 문용린으로 정리 된 것 처럼 써 놓고 있다. 이대영의 때맞춘 불출마 선언이 큰 힘을 실어주었다.

그럼 진보쪽은? 이수호로 대충 정리된 것으로 그려주고 있다. 멋대로 이수호는 NL, 이부영 은 PD로 규정하면서(내가 25년 PD지만 이런 말은 처음 들어본다. 내가 알기론 그 분도 NL이다), 심지어 운동권이 아닌 송순재 교육연수원장까지 PD로 규정하고서는 전교조의 다수파가 NL이기 때문에 이수호 후보가 진보단일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해 놓고 있다.

즉 조선일보는 이런 프레임을 깔고 있다.

1)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들은 모두 전교조다

2) 전교조는 모두  NL아니면 PD이다. 그중 다수파는 NL이다.(NL이라면 보너스로 종북이라는 꼬리도 함께 따라온다)


3) 따라서 진보진영 후보는 전교조 NL인 이수호다.


여기서 이미 조선일보는 자신이 공격할 방향을 정교하게 세팅해 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교조+정치편향이다. 그럼 문용린 후보를 내면서 무엇을 내세울까? 그것은 정치에 좌우되지 않는 교육전문성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문용린은 교육학의 대가 반열에 드는 사람이다.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그는 교육학의 대가다. 나도 그가 쓰거나 옮긴 책들 많이 공부했다. 도덕교육 하면 개나 소나 읊어대는 콜버그의 책을 옮긴 사람도 문용린이며, 요즘 국영수 입시교육 비판하며 그 근거로 자주 제시되는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을 옮긴 사람도 문용린이다. 스턴버그의 "행복 심리학"도 이 사람이 들여왔다. 교육 전문가라는 측면에서는 사실 맞상대할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2) 문용린은 김대중 정부의 교육부총리다

게다가 교육행정 경험이 있다. 그것도 부총리. 그것도 김대중 정부의. 이렇게 되면 박근혜의 국민대통합 그림이 그려지는거다. 이건 "나를 보수후보라 부르지 말라"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실제로 문용린을 추대한 단체도 "보수"라는 말 대신 "좋은 교육감"이란 말을 사용했다. 여전히 민주진보교육감이란 말을 쓰고 있는 진보진영은 여기서도 한 방 먹고 들어갔다. 그러니 문용린에게 "보수!"하고 공격하면 "교육에 보수 진보가 어디 있습니까? 교육에는 보수적 진보적 측면이 모두 있고, 적절한 균형이 중요합니다."하면서 물먹여 버릴 것이다. 그리고는 도리어 "진보"라는 말의 편향성을 공격하면서 "교육에 정치논리를 끌어들이지 말라" 이렇게 나올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때 거론되다 포기된 조국 카드는 내놓지 않기 천만 다행이다. "당신이 교육을 뭘 아느냐? 교육감 선거를 정치판으로 만드려느냐?" 이러고 나왔다면 아마 대패하고 말았을 것이며, 진보진영은 서울교육감도, 조국이라는 차세대 주자도 다 잃고 말았을 것이다.

3) 문용린은 신자유주의 경쟁교육론자가 아니다

문용린의 교육학은 학생의 소질,적성, 행복을 살리자 방향으로 펼쳐진다. 그가 소개한 다중지능이론이 진보교육자들을 얼마나 열광시켰는지 생각해보라. 그러니 진보진영에서 "경쟁교육 철폐하고" 그러면 문용린은 "맞습니다" 할 것이다. "국영수 위주 교육 철폐하고" 그러면 당연히 "그러니까 다양한 적성을 살리는 교육으로 가야죠"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진보 보수 떠나서 이런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나올 것이다.
그 동안 마치 주문처럼 진보진영이 써대던 담론들은 이 사람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통하지 않는다. 물론 그의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학생 선택권 강화가 신자유주의로 가는 지름길이 될수도 있다. 물론 문용린은 교원평가와 학교간 경쟁을 끌고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교원평가를 인사나 급여에 반영하는 것은 반대했고, 학교간 경쟁의 조건으로 작은학교 등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기도 스쿨디자인21 등 나름 진보라고 생각하는 진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 경쟁을 학생들 시험점수 비교로 하자는 주장은 분명 아니었으니 말이다.

김상곤 교육감까지 다양성과 자율성, 학생 선택권 강화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진영의 상당히 많은 교육운동가들이 자기들이 신자유주의를 말하고 있는줄도 모르고 진보라며 말하는 상황이다. 아마 공격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조선일보는 서울교육감 재선거를  "교육전문가 vs 교육정치꾼(그것도 종북적인 전교조)"의 프레임으로 끌고 갈수 있게된다.  

그러자면 문제가 있다. 진보진영 후보들은 죄다 정치꾼이라야 하는데 교육학자가 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곽노현 교육감의 교육학적 멘토로 알려진 교육연수원장이었던 송순재 교수다. (놀랍게도 송순재 교수는 그 동안 진보진영이 내세웠던 교육감 후보들 중 최초의 교육학 교수다. 이게 진보진영의 수준이다.)

문용린 교수가 주류교육학, 미국 교육학의 대가라면 송순재 교수는 대안 교육학, 유럽 교육학의 대가다. 인터넷 서점에서 문용린을 치면 나오는 책들과 송순재를 치면 나오는 책들은 그 무게감에서나 종류에서나 서로 용호상박이다.

사실 나 역시 한 사람의 교육학자로서 대표적인 미국유학파인 문용린과 독일유학파인 송순재의 토론을 보고싶기도 하다. 그럼 이 선거는 단지 교육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교육의 방향이 미국식인가 북유럽식인가 선택하는 아주  중차대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자체가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공부와 토론을 할수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사실 송순재 교수가 나선다 해도 문용린과 맞상대로 이긴다고 장담 못한다. 야구로 치자면 타격의 뒷받침이 되고, 불펜투수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문용린 교수는 대선결과 진보가 집권하면, 여기에 맞서 서울 교육청을 이끌고 투쟁할 수구보수 전사노릇을 할 인물도 아니고, 박근혜가 당선되면 거기에도 대항할 인물도 아니다. 문용린이 당선되면 서울교육감 선거는 저절로 대통령 선거의 종속변수가 되고 말것이다.

사실 송순재 교수가 문용린 교수와 치열하게 논박하며 토론할 것 같지는 않다. 두 사람은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이며, 교육이 지향할 방향에 대해서 그 동안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으며, 송순재는 교육철학, 문용린은 교육심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도리어 상호 보완적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 참 밋밋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교육감 선거가 평화롭고 교육적으로 치루어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조중동이다. 조중동은 어떻게든 교육감 선거에 이념, 정치색을 불어넣어 이를 바탕으로 서울에서 부족한 박근혜 표를 긁어 모아야 한다. 따라서 조중동의 관점에서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육적인 인물"이 아니라 "정치적인 인물"이라야 하며, 문용린 후보와 교육문제를 놓고 토론할때 현저하게 스펙에서 밀리는 인물이라야 한다.

문용린이 진보진영에게 난처하듯, 송순재는 보수진영에게 난처한 후보다. 우선 정치적인 활동을 하거나 한 적 없이 평생을 교육과 연구에만 전념해 온 사람이라 정치색 덧칠이 어렵다. 전교조와도 그렇게 밀접한 관계가 아니라서 전교조 프레임도 어렵다. 전가의 보도인 종북놀이도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감리교단의 중요인물이기 때문에 기독교를 동원해서 공격하기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송순재 교수가 출마선언했을때 보수언론은 일제히  "곽노현 측근" 딱지표를 붙여서 공격했다. 그런데 적어도 서울에서 곽노현 측근이란 딱지는 결코 감표요인이 아니다. 오히려 진보진영을 결집시킬수 있는 대선 시너지 효과까지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조선일보 프레임에서 곽노현과 전교조는 일심동체라야 하는데, 전교조 후보 따로 곽노현 후보 따로라는 구도는 영 이상하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곽노현의 측근 혹은 조언자로 보도되던 송순재 교수를 엉뚱하게 전교조 PD활동가처럼 분류시켜버리면서 구석으로 치워버렸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외친다. "자, 진보 교육감 후보 이수호! 나와!"

물론 문용린 교수의 약점도 있다. 교육부총리 시절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서 그것도 518 전날 술마시다 걸린 것이다. 김대중 슨상님의 진노를 살만도 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다. 음모주라도 마시거나 하지 않는 다음에야 한국인들은 그런일에 관대하다. 그리고 그날 접대부 술판의 주역은 몇몇 386 젊은 의원들이었다(음 지금도 현역의원, 시장 등이라 이름 못 밝힘).

오히려 더 큰 약점은 지금 대표적으로 망한 교육정책인 자사고 및 이른바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교육정책을 처음 주장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물론 문교수는 당시는 획일적인 교육과 학교를 다양화 자율화 하려고 한 것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화와 자율화가 꼭 자사고였느냐 캐물을수는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사정없이 비판하는 형국이 된다. 난처한 지점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나름 분석해 본 형국이다. 여기서 더 자세히 말했다가는 선거법을 위반할 것 같으니 멈추겠다. 물론 조선일보가 판을 짠다고 해서 다 판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장이 쓴 책들  셀프 스폰서: 부정변증법의 저서들

2012. 10. 23.

서울교육감 후보들은 대략 정해졌으니, 민주진보 단일후보 경선에 참여를

서울교육감 재선거의 민주진보진영 후보들은 대략 정해졌습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은 분들입니다.

1. 예비후보들

1. 전교조 운동의 상징 이수호 선생님

 전교조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동당 비대위원장, 서울시교육위원 등을 역임함. 디제이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여러 중요한 민간요직을 두루 역임함(방문진 이사 등).  전교조 역사의 산증인으로 민주노총과 진보정의당 등에 넓은 인맥.

2. 꼿꼿하고 맑은 교육운동가 이부영 선생님

전교조 위원장, 서울시교육위원을 역임하셨음. 전교조 위원장 시절 현장 교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단체교섭을 성사시키면서 조합원 수를 크게 늘림.

3. 혁신학교의 대부 송순재 교수님

감신대 교수로 세계의 여러 혁신교육학을 꾸준하게 국내에 소개. 뜻있는 교사들과 교육사랑방을 운영하면서 혁신학교의 대부라 불림. 곽노현 교육감의 요청에 따라 서울교육연수원장을 역임함. 언론에서 곽노현 측근이라 부르지만 연장자로서 오히려 곽노현 멘토 역할.

4. 경제와 교육민주화의 당찬 기수 김윤자 교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중요한 논문과 논평을 많이 발표함. 민주화교수협의회 공동의장


2. 민주진보후보 선출방법

1)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추대위원회에 회원 가입한다.

2)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마치면 거기에 나온 계좌에 3000원을 입금한다.(10월 31일까지)

여기서부터 중요합니다.

3) 입금하였으면 회원가입 축하 메시지 나오는 전화번호나 홈페이지에 표시된 이메일로 입금확인을 요청한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4) 11월 4일 (일요일) 10시부터 20시까지 서울시의회에 가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로 교육혁신을 가장 잘 이어갈 사람이 누군지 투표하고 온다.

자 이제, 추대위 회원으로 가입하세요
 (홈페이지는 여기

더 자세한 사항은 추대위원회에 문의하시고, 나한테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지 마세요. 잡혀가요 ^^

주인장이 쓴 책들  셀프 스폰서: 부정변증법의 저서들


2012. 10. 15.

교육대통령과의 대화(6) 사교육 문제는 결국 반칙을 써서라도 이기려는 경쟁의 문제다



1편보기   2편보기  3편보기   4편보기 5편보기


오자모: 그래도 저는 학교 교사들이 좀 물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육 대통령: 안타깝게도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몰아낸다 쳐도 그들을 대신할 다른 인력이 충원되어야 할텐데,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 그들을 대신할만한 인력은 흔치 않습니다.

이홍주: 거 무슨 근거 없는 소리를 하십니까? 자녀 깨나 길러 봤다는 아주머니들 모임에서도 혹은 직장인들 술자리에서도 걸핏하면 실력 없는 교사가 안주거리로 올라가는 판에? 그래서 다들 내가 해도 그거보단 더 잘하겠다 이러잖습니까? 대신할만한 인력이 흔치 않다는 증거라도 대 봐요.

교육 대통령: 적어도 술자리 교육학 보다는 정확한 증거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윤여탁 교수가 국립국어원의 의뢰로 작성한 교사의 국어능력 실태조사용역보고서를 예로 들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결과는 교사 입장에서는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교사들의 국어능력이 고작 100점 만점에 65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문에서도 교사의 국어 능력이 65점이라니 하면서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지금 있는 선생들 모두 몰아내야 한다, 자격 없다 이런 말도 나왔죠
그런데 그 이면을 보면요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우선 일반 공무원의 경우는 55점이었습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아시죠? 그런데 그 공무원보다 교사들은 무려 18%나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직접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윤여탁 교수는 일반인은 40점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물론 교사의 국어 능력이 65점에 불과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나마도 일반인보다는 무려 33% 이상 높은 점수라는 것입니다. 65점에 불과한 만족스럽지 못한 교사들이 그래도 우리나라 안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집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썩 만족스럽지 못한 교사들을 퇴출시킨다 하더라도 그들을 몰아낸 자리에 그들보다 더 나은 교사를 충원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물론 임용고시 경쟁률이 보여주듯이 교사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충원한다고 해서 딱히 더 나은 대안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이는 교사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 보다는 우리 국민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우나 고우나 지금 우리는 현재 우리들 중 가장 우수한 집단을 교사로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자모: 학원의 스타 강사나 인기 강사들을 학교로 보내면 되죠?

교육 대통령: 하하하! 그렇게 하면 아마 최악의 결과가 올 겁니다. 학원 강사들이 대체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온 사람들인지 검증해 보셨습니까? 그 까다로운 스크린 과정을 거쳐 온 교사들도 믿지 못하는데, 아무런 제도적 선발 장치도 없는 학원 강사에 대한 그 맹목적 신뢰는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결국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저는 공교육의 질을 높여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한다는 주장은 별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결론짓습니다. 물론 일부 탁월한 사교육 기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균을 내면 사교육의 수준이 공교육의 수준을 앞설 수는 없습니다. 사교육 문제는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서 일어난 문제가 결코 아닌 것입니다.

이홍주: 그럼 대체 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교육 대통령: 저는 우리 나라 사교육 문제는 공교육의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교육의 통제력이 너무 강하고, 그것 때문에 단순한 위치재 경쟁이 가능해져서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교수: ... 죄송하지만 여기는 대학교 강단이 아닙니다. 조금 쉬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교육 대통령: , 죄송합니다. 그럼 좀 쉽게 사례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위치재라고 하는 것은 경제학 용어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야만 가치가 결정되는 재화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가수의 콘서트 장에 있다고 합시다. 이때 여러분이 앉아있는 좌석의 가치는 그 자체로는 알아낼 수 없습니다. 다른 관객들에 비해 얼마나 가수가 잘 보이고 소리가 잘 들리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치가 매겨지죠
그런데 저 앞줄의 관객이 가수를 더 잘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그 뒷자리 관객의 좌석은 가치가 이 됩니다. 그럼 도리 없이 그 사람도 일어서야겠죠. 그럼 그 뒷 사람도, 그 뒷사람도, 결국은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서야만 할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 많은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노고를 보탰음에도, 거기 있는 좌석의 가치는 모든 관객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을 때에 비해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리에서 일어서느라 들인 노고는 낭비된 셈이 됩니다. 이때 누군가가 의자에 올라서기라도 하면 이번에는 모두 의자에 올라서는 노고를 추가해야 하지만 그 결과 어느 좌석도 가치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누가 사다리를 가져와서 올라설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이런 식의 경쟁이 음악 소리를 개선할까요? 그렇지는 않죠. 다만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 듣고, 잘 보려고 했을 뿐, 전체적인 음악이나 공연의 질에는 하등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이 경쟁에 들어가는 노력은 경제적으로 낭비가 되는 셈입니다. 저는 우리 나라의 사교육이 이런 위치재 경쟁이라고 보는 겁니다.

이홍주: 위치재가 뭔지는 나도 알아요.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교육 대통령: 우리 나라에서는 모든 학생이 똑 같은 시험을 쳐서 그 점수로 순위를 매깁니다. 그리고 그 순위에 따라 대학에 들어가죠. 똑 같은 시험을 치면 결국 누가 유리하겠습니까? 한 번이라도 수업을 더 들은 학생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학교에서 한번 듣고, 학원에서 또 한 번 듣습니다. 그럼 다른 학생보다 유리해 지겠죠?

오자모: 아니죠. 학원 안 다니는 애들이 어디 있어요? 다른 학생들도 어차피 다 한번 씩 더 듣게 되니까 그게 그거 아닌가요?

교육 대통령: 그럼 이제 다른 학생보다 유리해 지려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을 더 들어야겠죠? 그리고 이런 일이 계속되면 7시까지 학원, 아니 9시까지 학원, 아니 11시까지 학원, 아니 새벽 1시까지 학원, 이렇게 점점 학원에서 보충 학습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물론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게 될 테니 아주 쓸 데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하지만 공부시간, 교육비를 투입하는 정도에 비하면 참으로 비경제적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홍주: , 그러니까 어떻게 해결 하냐고요?

교육 대통령: 이미 제가 드린 말 속에 해답이 들어 있습니다.

이홍주: 선문답 하십니까?

송혁재: (참다 못해) , 정말 답답하시네요. 지금 핵심은 모든 학생이 똑 같은 시험을 쳐서 한 한 줄서기를 한다는 게 문제라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학생들이 서야 할 줄이 한 줄이 아니라 열 댓가지쯤 된다고 해 보세요. 그럼 줄 앞에 서기 위한 경쟁도 좀 더 건전해질 것이란 말입니다.

교육 대통령: 송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대로 말씀해 주셨네요. 좀 더 풀어서 말씀드릴게요. 현재 우리나라는 성공으로 이르는 길, 혹은 그렇다고 어른들이 믿고 있는 길이 단 한 줄 뿐입니다. 대입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명문대에 들어가는 코스 한 줄이죠. 그런데 이 줄에서 상당히 앞에 위치하지 않으면 선택되기가 어렵죠. 그러니 이 줄 앞쪽에 서기 위해 서로 밀치며 다툽니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어떻게 이 줄 앞에 서느냐이기 때문에 이 경쟁은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온갖 반칙이 난무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바로 이런 반칙의 일종임은 앞에서 밝힌 바 있고요.
그런데 줄을 여러 줄로 만든다면, 그리고 이 줄의 방향도 서로 제각각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은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런 길을 향해 가는 줄에 서게 될 것입니다. 여러 줄로 나누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은 굳이 앞자리에 들기 위해 무리한 경쟁을 하지 않으며, 다만 그 줄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계속 학교 공부를 반복, 재생산 하는 학원 공부에 새벽 1시까지 매달리기 보다는 그 시간에 심신을 수양하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기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교육비 문제는 해결됩니다. 수요가 줄어들 것이니 가격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우부친: 그게 과연 될까요? 우리나라는 학벌사회입니다. 결국 명문대를 나와야 성공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교육 대통령: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선입견이죠. 또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그렇지 않게 만들 것입니다. 대학들의 종류도 다양하게 만들 것이며, 고등학교의 종류도 다양하게 만들 것입니다. 지금 전국의 고등학교 중 70%가 일반계 고등학교입니다. 즉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고등학생 중 70%가 아카데믹한 직업의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단지 30%만이 실질적인 직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건 마치 전 국민의 70%가 양반이었던 조선 말기의 망국적인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이건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불균형입니다. 저는 이 비율을 차차 줄여서 40% 선까지 낮출 생각입니다.

오자모: 그럼 고입 경쟁이 격화되지 않을까요? 다들 인문계 고등학교 가려 할거니까요.

교육 대통령: 물론 이건 일반계 고등학교-대학교 로 이어지는 트랙이 전문계 고등학교- 전문대 혹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트랙보다 딱히 더 나을 것이 없도록 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즉 일반계 고등학교- 대학교 트랙은 아카데믹한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큰 메리트가 없도록 만들 것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뭔가 돈되고 실용적인 직업에 종사하려면 전문계-직업계 고등학교 트랙을 타야만 하도록 말이죠. 사실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아주 사소한 업종에 종사하려 해도 직업학교를 나와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구태여 대학에 가려 하지 않는 퐁토가 정착되었죠. 이렇게 가야 합니다.
물론 이건 장기적인 과제가 되겠죠. 하지만 적어도 공교육의 강화가 사교육 문제의 해답이라는 말만은 하지 맙시다. 더군다나 일선 학교가 학원을 흉내 내서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그 해결책이라고는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만약 모든 학교가 전부 입시교육을 강화하면 아까 콘서트에서의 자리 경쟁처럼 그건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겁니다. 그럼 입시교육 강화 +@, 다시 @@경쟁적으로 추가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학생들만 고달파지는 것입니다. 이것만은 멈추어야 합니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심신이 황폐해지는 과중한 입시경쟁만큼은 우선 멈추고 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숙연한 표정)

나교수: .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프로듀서가 보내는 신호를 보고는). 그런데 이제 다들 열기도 좀 식히고 생각도 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는게 어떨까 하는데요?

교육 대통령: 그렇게 합시다.

나교수: 그럼 10분간 쉬었다가 이 간담회를 속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로듀서와 스탭들 한숨을 쉬며 긴장을 푼다)
 

교육대통령과의 대화(5)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고 사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1편보기   2편보기  3편보기   4편보기


 
이홍주: (약간 비꼬며) 당선인의 진정성은 이만하면 충분히 알겠으니, 이제는 현실로 좀 돌아오시죠? 지금이 선거판도 아닌데 웬 감성정치를 하십니까?

나교수: 저어, 이장관님. 예의를 갖춰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감정적인 발언은 좀 자제해 주시고요.

이홍주: 그럼 차분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학부모들의 생각이 아무리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어쨌든 사교육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지 않습니까? 지금 당선인께서는 사회학이 전공이신데, 마치 윤리학이 전공이신 분처럼 말씀하고 계십니다.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관을 아무리 비판하고 각성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 저도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당장 현실의 사교육비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답은 한 세대 뒤의 비전 보다는 5년 이내에 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일겁니다.

송혁재: 그래서 요지가 뭡니까? 이 장관께서 몇 해 전에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라고 내셨던 거 그거 지금 공치사 하시려는 겁니까? 학교마다 사교육비 얼마 쓰는지 학생들한테 물어보라고 공문보내고, 그럼 학교는 적당히 낮춰서 보고하고, 그걸 가지고 사교육비 경감했다고 자랑하던거 그거 말씀하십니까? 그래서 그걸 바탕으로 진보 정부에서도 혹시 장관 한 번 더 하실 수 있나 꿈이라도 꾸시나요?

나교수: , 송선생님도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 그럼 이제 자연스럽게 주제가 넘어가게 되는데요, 이 장관님 말씀은 사교육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교육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현재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당장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 이런 문제제기로 받아들도록 합시다. 당선인께서도 당장의 고통을 외면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고요, 그렇다면 당장 현실의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자모: 제 생각에는 결국 이 문제는 결국 공교육의 질이 낮아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해결책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죠.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학교를 싹 물갈이 해야 합니다. 솔직히 너무 고리타분하고, 너무 못 가르치는 실력 없는 선생님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우리 학부모 입장에서는 세금이랑 등록금이 너무 아까울 지경이잖아요? 학교가 제대로 못 가르치니까, 이걸로 될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거고, 결국 그것 때문에 학원엘 다니게 되고, 그래서 사교육비가 올라가는 것이잖아요? 학교가 잘 가르치고, 열심히 하면 누가 학원에 보내겠어요?

이홍주: 옳은 말씀입니다. 지금 우리 현실이 어떻습니까? 실력 없는 교사들이나 실력 있는 교사들이나 월급 똑 같이 나오지 않습니까? 고용도 똑 같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또 잘 가르치는 학교나 완전 엉망진창인 학교나 고교평준화 덕분에 빈자리 없이 학생들 다 배정 받으니 어느 학교도 잘 가르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원평가를 아주 강도 높게 시행해서 교사들을 경쟁 시키고, 학교 정보 공개와 고교 선택제를 통해 학교들을 경쟁시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사교육이 왜 품질이 높습니까? 제대로 안하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퇴출되기 때문입니다.

송혁재: (발끈하며) 아니, 이 보세요. 교원평가 하면 실력 없는 선생들이 가려진답니까? 학교 정보공개하고 고교 선택제 하면 학교가 좋아진답니까?

오자모: 그럼 실력 없는 선생들을 그냥 이대로 두자고요?

송혁재: (비아냥 거리며) 그런데 선생들 실력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어머님이 선생들 실력을 재 보기나 하셨어요?

오자모: 그러니까 교원 평가를 하자는 거 아니에요?

송혁재: 누가요? 누가 누굴 평가하죠? 부정부패의 상징이 된 교장, 교감, 교육관료들이 하나요? 퍽도 잘 되겠습니다. 교장, 교감이 교사들한테 평가 잘해 줄테니 돈 내놔라 이런 짓 안하면 다행이겠습니다. 아니면 학부모가 하나요? 평소에는 자녀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그냥 비싼 돈 들여서 학원 보내 놨으니까 뭐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다가 일 년에 한 두 번씩 학교에 가서 이벤트 같이 꾸민 수업 한 두 번 찍 스쳐 보고서 그걸 가지고 평가하신다고요?

우부친: 아니, 그럼 그렇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지금 우리나라 학교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동료 교사들에 대해 만족 하십니까?

송혁재: 물론 저 역시 학교에 문제 많은 교사들이 없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자모: 그게 다 철 밥그릇 때문에 그렇다니까요.

송혁재: (발끈하며) 철 밥그릇, 철 밥그릇 하시는데, 뭐가 철 밥그릇입니까? 남들 10년에 받을 거 2030년에 나누어서 받는 게 철 밥그릇인가요? 그럼 집에 가서 사기 그릇, 은 그릇 다 내다 버리시고, 철 밥그릇에 어머님들이나 밥 많이 말아서 드세요. 너무 많이 드셔서 배탈이나 나지 마시고. 이게, 무슨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야지. (교육 대통령을 바라보며) , 보시죠. 당선인께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끌고 들어온다고 하니까 꼴뚜기야 망둥이야 다 일어나서 경쟁 타령 아닙니까?

교육대통령: 아니, 제가 무슨 신자유주의 정책을 가지고 왔다고 그러십니까? 거 송 선생님은 아직도 신자유주의 딱지놀이 하십니까? 이거 조짐이 영 안 좋은 걸요. 지난 번 노무현 대통령 때 처럼 전교조는 제가 취임하자마자 퇴진운동 하겠군요.

(웃음)

나교수: (둘을 말리며) , 다들 진정 하세요.

원정규: 제가 잠깐 말씀 드려도 될까요?

나교수: , 물론입니다.

원정규: (오자모에게) 우선 어머님께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어머님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계십니까?

오자모: 당연한 거 아니에요? 1 하나, 2 하나, 두 아이 학원비로 한 달에 백만원도 넘게 나가고 있다고요. (수다조로 바뀌면서) 애 아빠 월급은 300만원 밖에 안되는데, 주택 융자에 뭐에 갚고 나면, 요즘 안 그래도 물가도 비싼데....

원정규: (말을 끊으며) , . 확실히 상당히 부담이 되시겠군요. 그런데 그럼 왜 그렇게 부담을 느껴 가면서까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는 거죠?

오자모: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학교 공부만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잖아요? 학교에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만큼 잘 가르쳐 봐요. 그럼 학원에 왜 보내요?

원정규: , 그러니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란 말씀이시죠?

오자모: 당연하죠.

원정규: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지금 전국에 고등학교가 모두 10개가 있고 각 학교마다 학생이 100명씩 있다고 합시다. 그럼 전국에 고등학생이 모두 1000명이죠? 그리고 모든 학생이 가기 원하는 좋은 대학에서 해마다 100명을 뽑는다고 합시다. 그럼 경쟁률은 1:10이죠? 그렇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900명은 그 대학에 갈 수 없는 거죠?

이홍주: 갑자기 뭔 말씀이십니까? 지금 좌파들 고정 레파토리인 서울대학 폐지, 국립대 네트워크안 주장하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대학 평준화 하자고요?

원정규: 하하, 너무 넘겨 집지 마시고요. 제가 드리는 말은 어쨌든 현재 대학 서열이 있고, 소위 명문대 정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어떻게 해도 일정 비율의 학생들은 붙고, 일정 비율의 학생들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노래 부르는 서연고서성한이중경외시동건홍숙 이 열다섯개 명문대 합격생의 비율은 기껏해야 5~6%입니다. 그러니 95%는 이 대학들에 들어가지 못한단 뜻이죠. 다시 말하면 이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보다 불만인 사람이 19배 많다는 뜻입니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소용없죠. 제도를 이렇게 바꾸면 이쪽 95%가 불만이고, 저렇게 바꾸면 저쪽 95%가 불만일 것이란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홍주: 그건 그렇습니다만.....

원정규: 그리고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는 뭘 얼마나 배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앞에 서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겠죠?

이홍주: (마지못해) 그렇습니다.

원정규: 그럼, 이렇게 한번 생각 해 보죠. 만약 공교육 학교에서 12년 동안 덧셈과 뺄셈만 가르친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곱셈과 나눗셈을 할 수 있는 학생은 대열의 제일 선두에 서서 명문대학에 갈 수 있게 되겠죠? 곱셈을 할 줄 알면 아주 복잡한 덧셈을 쉽게 풀 수 있으니 다른 학생들 보다 훨씬 덧셈도 잘 할테니 말입니다.

오자모: 그렇겠죠.

원정규: 그런데 만약 곱셈과 나눗셈이 교육과정에 들어있지 않다면요?

오자모: 그럼 학원에서 곱셈, 나눗셈 배워야죠.

원정규: 그렇다면 학원에서는 곱셈, 나눗셈 수준의 사교육만 하겠군요. 그런데 만약 학교에서 미분, 적분 그리고 기타 고등 수학까지 가르치면 어떻게 될까요? 어차피 상위 5% 안에 드느냐 마느냐 하는 경쟁이니까, 미분, 적분, 고등 수학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보다 좀 더 해야겠죠? 그럼 학원에서 아주 어려운 수학을 배워야겠죠?

오자모: 그럼요. 남들하고 똑 같은 거 해 가지고 어떻게 오퍼센트 안에 들겠어요?

원정규: 그렇다면 이거 이상해지지 않습니까?

오자모: 뭐가요?

원정규: 곱셈, 나눗셈 가르치는 학원하고 미적분, 고등수학 가르치는 학원하고 어느 게 더 비싸고 또 어느게 더 오랜 시간동안 다녀야 하겠습니까?

오자모: 그야 당연히 미적분, 고등수학 가르치는 학원이죠.

원정규: 그렇다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많고 수준이 높을수록 학생들은 더 비싼 학원에 다니면서 더 힘든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거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줄이고 수준을 낮추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되는 셈이군요.

오자모: 어머 그건 순 궤변이세요!

원정규: 인정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문제 제기가 잘못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궤변에 말려들게 되는 겁니다. 애초에 학교에서 배운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는 그 설정이 잘못된 것입니다.

오자모: 그럼 뭔가요?

원정규: 우리 한 번 솔직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머님이 못마땅해 하시는 건 자녀가 배우는 게 신통치 않아서입니까 아니면 자녀의 등수가 신통치 않아서입니까?

오자모: 그게 어떻게 구별 될 수 있나요?

원정규: 당연히 구별 되죠. 상당수 학부모들은 자녀가 뭘 배우는지 모릅니다. 또 관심도 없죠. 자녀가 공부하는 교과서, 공책을 유심히 살펴본 학부모는 아주 소수일겁니다. 하지만 자녀의 등수는 잘 알고 있죠. 또 민감하고요. 그래서 학생들의 석차를 매기지 않는 초등학교에 답답함을 느껴서 학원 등수라도 알아야 자녀의 공부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실정이니까요.

오자모: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그거 같은데요?

원정규: ... , 생각해 보십시오. 아드님이 공부를 잘 하십니까?

오자모: 잘 하긴요. 겨우 반에서 3~4등 하는데.

원정규: 그럼 더 잘하는 아이가 누군지는 아십니까?

오자모: 이지연이란 애가 늘 1등이더라고요.

원정규: 좋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아드님이 잘 배웠는지 못 배웠는지 뭘 얼마나 배웠는지 확인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학교의 교육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귀댁의 자녀가 그 목표에 도달했는지 확인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오자모: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원정규: 그럼 뭘 보고 학교에서 배운 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학교에서 가르치겠다고 목표로 제시하고, 또 국가가 공교육을 통해 가르치겠다고 목표로 제시한 것과 자제분의 현재 상태를 비교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학교에서 배운 게 부족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습니까?
지금 어머님이 아시는 건 등수 뿐이로군요. 그렇다면 사실은 학교가 제대로 못 가르쳤다기 보다는 단지 자제분이 지연이보다 등수가 더 뒤라는 게 문제였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연이가 아드님과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사한테 배우는데도 늘 공부를 더 잘한다면, 그건 지연이가 공부를 더 잘 하는 것이지, 더 좋은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자모: 그거야, 지연이가 어디서 더 좋은 학원을 다녔었나 보죠. 그렇지 않고서야.

송혁재: (버럭 화를 내며) 그 까닭 없는 왜곡된 평등주의가 문제란 말입니다. 평등과 동일함을 구별하지 못하는!

오자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민주주의 국가잖아요? 더구나 진보라는 분이 평등을 부정하시나요?

원정규: 아 물론 나는 평등을 옹호합니다. 하지만 송선생님의 말씀은 이런 뜻일 겁니다. 평등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다는 관점이 아니라는 것이죠. 저마다 타고난 능력과 소질이 있기 마련이며, 그건 다 다르며 사실 달라야만 합니다. 다만 같은 능력과 소질을 가진 사람이 다른 이유로 인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겠죠. 또 아무리 능력이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사람으로서의 권리는 모두 차별 없이 누려야 하겠죠. 이게 평등입니다. 여기에 동의하십니까?

송혁재: 그게 내 말입니다.

오자모: 그렇겠네요. 잘난 사람도 있고, 못난 사람도 있고.

원정규: 예를 들면 여기 계신 우리 당선인께서는 잘난 사람에 속하고, 따라서 그 보다 못한 저보다 더 훌륭한 대우를 받겠죠? 만약 제가 당선인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다면 그건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교육대통령: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오자모: (약간 감정적으로) 물론이죠. 댁은 일개 교수에 불과하고, 저 분은 대통령이잖아요?

원정규: (낚였다는 듯이 씩 웃으며) 저하고 당선인의 차이는 이렇게 쉽게 인정하시면서 어째서 아드님과 지연이의 차이는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십니까? 저하고 당선인의 능력은 다르다고 하시면서 아드님이 지연이와 같은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한사코 믿고 계시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자모: (화를 내며) 정말 듣자듣자 하니 너무 하시네요. 서울대학생들은 공부만 잘하지 인간성은 정나미가 떨어진다더니, 교수님 보니까 정말 그러네요!

원정규: 아니 그걸 그렇게 잘 아시면서 왜 한사코 아드님을 거기 집어넣으려고 사교육비를 들이십니까?

오자모: 됐어요. 이제 대통령님 말씀 들을 겁니다.

나교수: .. 분위기가 좀 과열 된 것 같은데요. 그럼 당선인께 마이크를 넘겨 보겠습니다. 당선인께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공교육의 질 향상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교육대통령: (약간 겸연쩍어 하며) 이거, ,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송구스럽게도 저는 이 분위기를 조금 더 험악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공교육의 품질이 낮아서... 사실 이거 참 마음에 안 드는 표현입니다. 공교육이 품질을 매기는 상품취급을 받는다면 거기서 만들어지는 우리 아이들은 뭐가 됩니까? 아이들이 제품입니까? 하여간 그렇다 치고 공교육이 시원찮기 때문에 사교육이 늘어난다는 그런 논리가 학부모님들 사이에서는 마치 뉴턴의 법칙인양 공유되고 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나는 이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홍주: 아니, 당선인께서는 지금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시겠다는 겁니까?

교육 대통령: 엄연한 현실이라고요? 저는 사회학자라 증명되지 않은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지금 이게 말이 되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먼저 옳은 것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첫째, 우리나라 공교육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둘째, 공교육의 수준이 높아지면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이게 다 입증된 사실인가요, 아니면 막연한 통념일까요?
 
우선 첫 번째 문제부터 보죠.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과연 수준이 너무 형편없어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일까요?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정말 그렇게 실력이 없는 것일까요? 물론 그런 부분도 아주 없다고는 자신 있게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저도 교사로 20년이나 봉직했지만, 정말 월급이 아까운 교사들이 꽤 있었습니다. 물론 참으로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선생님도 있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주 뛰어나지는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자기 월급 받는 만큼은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우부친: 아니, 그럼 지금 학부모들이 학교를 모함하고 있다는 것입니까?

교육 대통령: 모함한다기 보다는 누군가의 모함에 막연하게 넘어가고 있다고 봐야겠죠. 우리나라 공교육의 질이 낮고, 학교 선생님들이 제대로 못 가르친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 중 실제 그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보거나 교재를 읽어보신 분들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대개는 자녀의 성적, 아니 등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까 선생님의 실력을 탓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자녀의 등수가 기대 이하인 것이 과연 선생님 탓일까요? 그 선생님은 여러분 자녀의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전교 1등 짜리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자녀가 잘 못한 것은 선생님 탓이고, 전교 1등 짜리는 학원 덕분인가요? 게다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는 학생의 타고난 기질적인 특징, 이를테면 건강, 지능, 성향, 적성 따위의 것들, 학생의 학업 동기, 그리고 학생이 생활하는 가정이나 지역의 분위기나 환경 같은 것들의 영향력이 결정적입니다. 교사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죠.

오자모: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교육 대통령: 예를 들어 척추가 약해서 오래 앉아 있으면 쉽게 피곤해지는 학생이 건강한 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 하기는 어렵겠죠? 또 매사에 의욕이 없거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학생 역시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더라도 형편없는 성적을 거둘 것입니다. 또 부모가 집에서 TV 막장 드라마나 걸 그룹 쇼프로나 보는 가정의 자녀가 부모가 여러 가지 고상하고 지적인 활동을 하는 가정의 자녀보다 공부를 더 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자녀에게 부정적인 평가로 일관하는 부모, 자녀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 역시 자녀가 좋은 성적 올릴 것이라는 꿈은 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부모님들이 학교가 어쩌니, 교사가 어쩌니 하면서 내뱉는 불만 가득 찬 말들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습니다. 이건 마치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안하고, 온 동네 패스트푸드는 다 사 먹다시피 하면서 자기가 비만해지고 건강이 나빠진 것이 식당의 영양사, 헬스 클럽 트레이너 탓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이홍주: 그러니까 결국 교사들한테 면죄부 주겠다는 거잖아요?

교육 대통령: 교사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요인들에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고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교사에게 교육 성취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우부친: 아니 그럼 선생한테 따지는 것도 자격이 있어야 합니까? 학부모 자격증이라도 만드시렵니까?

교육 대통령: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는 단지 부모가 아닙니다. 학부모의 자가 괜히 활자가 남아서 붙인 것은 아니란 말씀입니다. 학부모는 단지 돈을 내고 교육 서비스라는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교사와 함께 자녀를 훌륭한 시민으로 키울 의무를 가진 공동의 교육자입니다. 그래서 부모입니다. 따라서 부모이기만 하다고 모두 학부모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와 함께 공동 교육자로서의 책무를 다 할 때 비로소 학부모가 되며 다른 공동 교육자인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주인장이 쓴 책들  셀프 스폰서: 부정변증법의 저서들

6편으로 가기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 교육운동의 길을 찾아 출항합니다

미래의 희망과 진보를 상징하는 아틀란티스 그 동안 여러분은 얼마나 교육을, 학교를, 교사를 욕했습니까? 또 얼마나 학교를 교사를 상대로 희망을 품었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학교를 교사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우리는 막연히 학교가...